‘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피고발인 대부분 불기소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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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지난해 12월 전 청와대 검찰 수사관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촉발된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의혹은 지난달 25일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혀온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기소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4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일부 피고발인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한 뒤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여권 주요 인사 비리 첩보 의혹에 대해서는 피고발인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것 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인사수석이나 민간인 사찰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발단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 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 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이사장과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 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거취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달 환경부가 ‘문재인 캠프’ 낙하산 인사를 위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한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관 계자 5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전·현직 관계자 참고인 조사 및 환경부 압수 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정부 인사가 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뒤 후임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수차례 접촉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월 김 전 장관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한편, 김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산하기관 임원의 동향을 파악한 것은 맞지만 부당한 압력 행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1월 14일 오후 환경부와 한국환경관리공단를 압수색한 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영장 실질심사

검찰은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에 대해 처음으로 일명 ‘환경부 블랙 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김 전 장관은 지난 3월 25일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오전 10시 15분 경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사퇴 동향만 보고 받고 지시는 안했다는 입장이냐’, ‘청와대에서 인사 관련해 지시를 받은 게 있냐’는 취재진의 이어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법원 안으로 들어섰다.

김 전 장관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사표 등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청와대가 원하는 인사들을 산하기관 임원으로 채용하는 ‘낙하산 인사’에도 김 전 장관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낙점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관련 경위 등을 환경부 측 직원이 청와대에 찾아가 해명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공공기관장 등 임명에 관한 최종 임명권,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 구성요건상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인다”고 함으로써 ‘관행’을 감안해 줬을 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청와대는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동시에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26일 오전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사진_뉴시스)

청와대 신미숙 비서관 사표 수리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개입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신 비서관 사의 표명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신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고 하면서, 신 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순방 중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선 이날 저녁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4일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사퇴 결정이 오로지 신 비서관 혼자만의 결단은 아니며, 청와대가 사표 수리 후 베일에 감춰진 블랙리스트 인사 농단 핵심 세력 보호를 위해 철저히 ‘담장 쌓기’에 나설 것은 ‘명약관화’아닌가”라며 “신 비서관이 검찰 수사 도중 사표를 제출한 것은 문 정권이 ‘꼬리 자르기’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전 정권이 하면 ‘블랙리스트’고, 현 정권이 하면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전 정권이 하면 ‘적폐’고, 현 정권이 하면 ‘검증’이라고 했다”며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이 받아야 할 죗값을 일개 비서관 한 명에게 뒤집어씌우고 면죄부를 주며 사태를 일단락 시키려는 청와대는 낯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항의방문을 마친 후 청사를 나서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과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면담은 불발됐다.(사진_뉴시스)

검찰 수사에 ‘성역은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신미숙 청와대 전 균형인사비서관의 ‘윗선’ 규명에는 결국 실패하고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해당 의혹과 더불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에 의해 촉발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역시 피고발인 대부분이 불기소 처분됐다. 특히 신 전 비서관이 최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역시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인사수석이나 민간인 사찰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하지 않아 ‘눈치 보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달 25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 박 비서관은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2018년 1월 환경부 공무원으로 하여금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 대한 사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고, 이에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8년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자인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이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한 혐의도 있다. 또 당시 탈락한 후보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위 공공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해당 대표를 임명하도록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신 전 비서관에게는 청와대 추천 후보가 탈락한 뒤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떤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라는 취지의 소명서를 작성하게 한 강요 혐의도 적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이를 압박하기 위해 해당 감사를 표적 감사한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청와대 추천 인사 서류 심사 탈락과 관계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을 문책성 전보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과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하기로 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청와대의 비위첩보 묵살(직권남용), 박 비서관의 첩보누설 및 첩보수집 중단 지시(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및 외교부 및 기재부 공무원에 대한 휴대전화 불법 감찰, 김 전 수사관에 대한 휴대전화 불법 감찰(직권남용), 드루킹 제출 USB 내용 파악 지시, 환경부 장관 관련 국립공원위원회 동향 파악 지시(이상 직권남용) 등을 수사해왔다. 한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에 의해 고발당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특히 검찰은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임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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