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할배 이순재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철학

(시사매거진253호=이관우 기자) 2019년 올해 85세가 된 탤런트 이순재가 또 다시 연극무대에 오른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진행되는 <앙리할아버지와 나>란 연극에서 성격 까칠하고 고집스러운 앙리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1954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들어간 이순재는 학생연극부에서 활동하다가 2년 후인 1956년에는 21세의 나이로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에 출연해 정식 데뷔를 했다. 과거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가 당시 ‘딴따라’ 광대 취급을 받던 연기자로 전향한 것은 순전히 ‘객관적으로 모자란 선택’때문이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올해로 63년째인 그는 각종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 CF 휘바할아버지와 연극무대로 종횡무진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연기혼을 불사르는 데에는 반듯하고 철저한 자기 철학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것은 “연예인은 공인은 아니지만, 행위 자체가 전파성을 타기에 공인 역할과 개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기 행동에 조심성과 절제성을 가져야 한다”고 들려준다. 그런 그의 신념이 오늘날 국민할배, 휘바할아버지, 앙리할아버지란 현역을 당당히 지키게 하는 것 아닌가는 인정을 해본다. 초로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그만의 강점.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다소 성공과 멀게 느껴지던 연기자의 길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칭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런 그의 열정에 주목해 본다.

[사진_(주)파크컴퍼니 제공]

대학로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이순재 

지난 3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에서 앙리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탤런트 이순재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막을 앞둔 시점부터 생생한 연습현장 사진이 공개되었고, 그의 나이가 풀잎이슬 같은 ‘초로(草露)’임에도 혁혁한 연기공훈을 세우고 있는데 따른다.  

공개된 연습 사진 속에서는 ‘완성도 높은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는 탤런트 이순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작품의 유쾌한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어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8명의 배우들은 물론 신·구간에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자랑하며 작품 속 인물들을 생생히 구현해내는 연습 현장이 매우 뜨거웠다. 특히 까칠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과 늘 트러블이 있지만, 어린 소녀 콘스탄스의 꿈을 응원하며 진솔한 멘토링을 아끼지 않는 ‘앙리’ 역할의 이순재는 동료배우 신구와 함께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 상대 배우와 능수능란하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명품배우, 일품배우라는 찬사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이순재는 재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에 매진하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내고 있어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또한 ‘앙리할아버지’ 이순재의 도움으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콘스탄스’역을 맡은 배우 권유리와 채수빈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밝고 사랑스러운 대학생으로 완벽 변신한 두 배우는 통통 튀는 발랄한 연기와 함께 자신들만의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아버지 ‘앙리’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는 아들 ‘폴’과 그의 아내 ‘발레리’ 역을 맡은 김대령, 조달환, 김은희, 유지수 배우들 역시 특유의 재치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장면 하나하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펼치고 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Ivan Calbérac)’의 작품으로 2015년 바리에르 재단 희곡상을 수상한 뒤 같은 해 영화로 제작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앵콜공연과 투어공연을 진행하며 프랑스 전역에서 흥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초연된 후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료 객 석 점유율 92%를 기록, 3만 관객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연극이다. 

해로 63년째인 그는 각종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 CF 휘바할아버지와 연극무대로 종횡무진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연기혼을 불사르고 있다.

연기자와 배우로서 현역 최고인 이순재  

‘만능 탤런트’로 대변되는 연기자이자 영화배우인 이순재는 현재 연극 배우로 무대에서 호연을 펼치고 있다. 1935년 10월 10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한 후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1948년 8·15광복과 1950년 6·25동란 그리고 5·16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항쟁 등을 경험하며 한국사의 산 증인으로 시대의 풍파를 헤쳐온 그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연기 역사에 있어서도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시트콤과 연극무대까지 종횡무진 최고의 현역 을 고수하고 있다.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연기상을 시작으로 1970년 TBC 연기대상, 1974년 TBC 연기대상 남자 주연상, 1977년 제13 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제1대 연기자협회회장을 역임하고 부터다. 이후 정계에 입문해 1992 제14대 민자당 국회의원과 1993 민자당 부대변인을 맡았고, 1998 대한적십자사 친선대사 이후에는 정계에서 벗어나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다. 이어 같은 해엔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석좌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 6월에는 제1회 대한민국 UCC대전 홍보대사가 되어 각종 단체와 행사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2009년 3월 제6회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면서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다가 2011년 12월부터 가천대학교 예술대학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와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SG연기아카데미 원장으로 노년의 삶을 빛내고 있다.

이렇게 가열차게 자신의 길을 달려온 이순재가 특별한 것은 역시 그만의 올곧은 철학 덕분이다. “연예인의 숙명은 인기와 유명세가 아니다. 인기라는 것은 올랐다가도 다시 내려가게 되어 있고, 또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기자는 비록 공식적인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사회적 파장력도 크다. 유명한 만큼 연예인은 영향력도 크기에 사회적 사명감과 더불어 소명의식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불거진 ‘승리게이트’로 인해 거론되고 있는 몇몇 젊은 가수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순재는 “우리 쪽은 아니고, 노래 부르는 쪽 일에서 일어났더라”고 언급하며, “법적으로 판단이 나겠지만 뭔가 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스스로 자퇴해야 할 사람들이다. 인기가 올라갔을 때만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철저한 자기관리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앙리’역할의 이순재는 동료배우 신구와 함께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 상대 배우와 능수능란하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명품배우, 일품배우라는 찬사를 자아낸다. (사진출처_뉴시스)

그런 그가 이번과 같은 연극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불과 1, 2년밖에 안 되지만, 그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에 의해 건재함이 두드러진다.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연극이면 무조건 믿고 본다는 팬들로 인해 지난해부터는 연극 <장수상회>와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포함해 총 4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가시적으로 큰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럼으로 “역시 이순재”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송에 얼굴을 보이는 ‘이순재의 연기’가 순풍을 달고 온전히 항해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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