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 초빙교수 서우덕

(시사매거진253=서우덕 교수) P2P방식의 분산 데이터 저장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온라인 비지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3세대 인터넷 서비스의 주체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막상 뜯어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블록체인은 시스템 자체가 안고 있는 딜레마 문제(탈중앙화-보안-확장성의 3중 딜레마)와 비효율성 등의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이 너무 어려워 App들이 거의 개발되지 않아 대중화의 길이 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안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블록체인의 핵심적인 철학은 ‘탈중앙화’이다. 이는 화폐의 발행을 오로지 중앙은행이 통제하고 대중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체제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되었다. 블록체인은 특정 사업자에 의해 주도되는 중앙집중형 온라인 비즈니스 보다 P2P네트워크 중심의 온라인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 이러한 블록체인이 지닌 탈중앙화와 그에 따른 익명성, 검열 저항성 등의 속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중앙집권적인 관리 질서를 거부하며 그 혁신성에 대해 신념을 갖고 열광하는 자들이며, 이들 중에는 창조적인 괴짜들이 많다. 그러한 혁신성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한계 로 인해탈중앙화라는 철학이 끝까지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며, 현실성과 효율성이라는 가치와 타협되어 반쪽짜리 중앙화의 모습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탈중앙화가 블록체인의 ‘기본 이념’의 역할을 하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혁신적인 이념과 그 가치를 구현하고자 전 세계적인 기술개발 집단이 존재하는 한 블록체인의 성공 동력은 확보될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이 성공할 경우에 기존의 중앙관리형 온라인 비지니스를 대체하는 지배적인 거래방식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는 품목들이 금융, 계약, 결제,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확장될 것은 분명하지만, 블록체인화가 가능한 제한된 영역에서의 생태계 구축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지배적인 점유율을 차지해야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계 온라인 소매시장은 2018년 기준으로 불과 11.9%(2조 8420억달러)의 비중 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소비시장 생태계를 좌우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온라인 생태계를 좌우하는 파괴력을 가질 것인가는 이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공룡들까지 블록체인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를 볼 때,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이 머지않은 미래에 온라인 생태계에서 의미있는 지분과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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