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만해 한용운 평전》은 공약삼장을 만해 선생이 추서했다고 주장하며 독립투사로서, 실천적 종교가로서, 시인이자 소설가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찬찬히 조명한다. 특히 지금까지 출판한 각종 전기류에서 만해의 아버지가 의병활동을 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의병 활동을 탄압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만해의 의식 속에는 늘 ‘부친 콤플렉스’가 잠재돼 있어 더욱 민족적 대의를 추구하게 되고 정도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아울러 펼치고 있다.

실천적 종교가로서의 만해는 명논설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이 논설은 당시 조선 불교의 현상을 비판하고 당면 과제를 지적하여 자유․평등주의 사상에 입각, 개혁안을 제기한 실천적 지침서였다. 여기에는 만해의 모든 교육과 사색과 견문이 쇠락한 조선 불교의 현상에 대해 전면적이고 비판적인 형태로 집약되어 있는 것은 물로 만해의 장래의 사상과 행동이 총체적으로 부각되어 있다. 하지만 이 논설에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승려의 결혼를 허해야 한다는 14장은 이미 만해가 통감부에 보낸 건백서의 주장을 실어 호되게 비판받기도 했다.

독립투사로서의 만해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3․1운동을 주도하고 공약삼장을 추서하는 등 민족대표로서 유일하게 변절하지 않았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일본인 검사와 경찰의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조선독립이유서」를 작성해 독립의 당위성을 대내외 천명하였다. 이 논설은 「독립선언문」보다 한걸음 나아간 것이요, 조리가 명백하고 기세가 웅건할 뿐 아니라 정치 문제에 몇 가지 예언을 해서 적중한 명문이라고 조지훈은 그 의미를 평가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만해는 한국 시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님의 침묵》을 남겼다. 여기서 님은 민족, 조국, 민중, 불타, 중생, 불교의 진리 등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민족의 독립과 조국애의 열망을 담고 있다. 아울러 만해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선시’를 개척해 지눌대사의 법통을 잇기도 했다. 한편 문학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흑풍》 《박명》 등의 장편소설을 연재해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만해는 불교 개혁과 민중 계몽을 위해 《불교》를 발행했고, 국내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 단체인 신간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만해 한용운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제에 드러내놓고 저항한 유일무이한 독립투사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만해를 일컬어 크게 치면 칠수록 큰소리로 울리는 역사의 종, 민족의 종인 ‘천석들이 종’으로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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