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회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해설음악회 ‘괴테’ (4/4)

부천필 해설음악회, 국내 첫 오케스트라 포디엄에 선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사진=김윤배 기자)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제게 영감을 가장 많이 주는 요소는 바로 페인팅, 즉 그림입니다. 평소에도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정말 많이 보거든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그림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소리가 있잖아요. 예를들면 시끄러운 페인팅이 있고, 선이 굵은 페인팅,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 등 무궁무진하죠. 그럼 저는 작품을 보며 느낀 이미지를 소리로 상상해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월간 리뷰 2018년 2월 최재혁 인터뷰 중에서, 김희영 기자)

평소 그림을 좋아해서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것을 즐긴다는 최재혁, 그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곡가들이 그렇듯 창작의 세계에서 ‘작곡’이란 ‘해산의 고통’과 같다. 수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철학과 번민이 오가는 가운데 오선지를 채워나가는 게 바로 ‘작곡’이란 것. 이러한 작곡가의 고통이 있기에 지금 우리는 그들이 남긴 풍성한 문화유산을 맘껏 누리고 있다.

부천필 해설음악회, 국내 첫 오케스트라 포디엄에 선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사진=김윤배 기자)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24)은 지난 4월 4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 부천시립교향악단 해설음악회 ‘괴테’에서 객원지휘자로 포디엄에 올랐다. 그는 이번 공연이 지휘자로서 국내 데뷔 무대인 만큼 기대와 설렘 그리고 긴장 가운데 부천필을 만났다고 했다.

이번 부천필 해설음악회 <클래식 음악! 문학에 취하다>는 예술전문작가 전원경의 진행으로 올 한 해 동안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되는 공연이다. 박영민 상임지휘자 빼고 나머지 세 명(신은혜, 최재혁, 차웅)의 지휘자는 모두가 똑같은 상황 속에서 낯선 환경과 제한된 리허설 시간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그들의 미션이었을 것이다.

부천필 해설음악회, 국내 첫 오케스트라 포디엄에 선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사진=김윤배 기자)

최재혁에게 이번 공연은 국내 첫 데뷔 무대의 의미가 담긴 공연인 만큼 오케스트라와의 소통이 그에겐 어쩌면 가장 큰 부담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의 부담이 괜한 기우였나 싶을 정도로 해설음악회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균형 잡힌 출발은 관객들에게도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했으리라 생각된다.

공연은 여러 면에서 좋은 피드백이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객석 점유율이 비교적 높았다는 것과 많은 어린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 현장에는 여러 음악학원으로부터 온 단체 관람이 여럿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어린이 관객들은 시종일관 잡음도 없이 졸지도 않고 해설과 음악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음악학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재밌어했고 프로그램 내용도 유익했다. 해설과 음악의 흐름이 좋았다. 특히 부천필의 연주가 좋았고 젊은 지휘자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보기 드문 부천필의 기획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음에 꼭 다시 찾겠다”라고 전했다.

부천필 해설음악회, 국내 첫 오케스트라 포디엄에 선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사진=김윤배 기자)

그림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는 지휘자 최재혁, 그에게 이번 공연은 어떤 의미였을까? 독일의 대문호 괴테로부터 시작하여 구노, 리스트, 바그너, 베를리오즈가 표현하는 <파우스트>는 최재혁에게 어떤 그림의 영감으로 다가왔을까? 그의 바통은 그리 화려하지도 정교하지도 않았지만 음악을 알고 그 음악 속에서 각 파트들을 제대로 리드하는 마에스트로로 보였다. 또한 무엇보다 국내 지휘 데뷔 무대를 지혜롭게 잘 통과한 그를 볼 때, 이번 공연은 그에게 어떠한 환경에서든 지휘자로서 상황을 극복하고 헤쳐 나가야 하는 ‘리더십’이라는 숙제의 무게를 톡톡히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이번에 부천필을 경험한 최재혁 지휘자의 소감 인터뷰이다.

부천필, 국내 첫 오케스트라 포디엄에 선 지휘자 최재혁(Jaehyuck Choi) (사진=김윤배 기자)

“영광스럽게도 부천필을 통해 한국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첫 무대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외국 오케스트라들과 여러 음악들을 만들어 보았지만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어떨지 궁금증과 함께 기대와 설렘 그리고 떨림이 한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부천필 선생님들께서 저를 아들같이, 조카같이 살갑게 대해주시며 응원해주셔서 잘 마무리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지휘자로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 많이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부천필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저에겐 너무나 설레고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열심히 만들고 연주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더 커져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