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거의 유일한 모빌리티 이론서 겸 안내서

이 책은 모빌리티mobility에 대한 책인가, 모빌리티에 대한 생각에 대한 책인가? 본질적으로, 양쪽 다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에 대한 일련의 다양한 이해, 그리고 다양한 접근법을 탐사한다. 그리고 어떻게 모빌리티가 작동하는지, 세계화와 장애의 정치 같은 다변적인 현대적 문제에 모빌리티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고 답한다. 모빌리티 이론은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장이다. 이 이론의 영토는 넓지만, 이정표는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안내서다. 안내서는 알려지지 않은 영토를 체계적으로 분할하고, 주목할 만한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이 영토를 접근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피터 애디의 이 책이 바로 이러한 안내서다.

학생부터 연구자까지 읽는 학술서이자 교양서

모빌리티는 세계와의 관계 방식이자 교류 방식, 그리고 세계를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모빌리티는 거리를 두고서 이를 검토하는 학자, 학생, 연구자를 위해서만 저기 바깥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브랜드 컨설턴트부터 도시계획자까지 전문직 종사자와 실무자들도 모빌리티를 널리 퍼뜨리고 있다. 모빌리티는 또한 책, 학술 논문, 보고서의 페이지에 존재한다. 그것은 사고와 상상 속에서 그려진다. 이러한 상상은 모빌리티와 결부된 많은 관계에 중요하지만, 이를 주제로 삼는 학자, 학생,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것은 세계화, 이주, 관광, 노숙, 보안, 수송 같은 과정에 대한 조사를 돕는다. 지구를 종횡으로 누비는 비행기의 국제적 흐름의 규모에서부터, 춤을 추거나 양동이를 우물로 가져가는 사람의 미시적-신체적 이동까지 그렇다. 이러한 접근법은 세계와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특정 가치와 견해의 뒷받침을 받는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접근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특정 가치와 견해를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해설한다.

 

의미, 정치, 실천, 매개

저자는 모빌리티의 영역을 네 개의 중심 표제, 의미·정치·실천·매개에 따라 정돈한다. 의미의 장에서는 모빌리티에 의미가 부여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한다. 어떤 사고방식에서 모빌리티는 야만적이거나 위협적인 것이나, 다른 사고방식에서 그것은 창조와 자유를 뜻한다. 정치의 장에서 저자는 모빌리티와 권력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을 탐사한다. 한편으로는 모빌리티가 권력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이 모빌리티를 이용한다. 또한, 모빌리티는 권력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 실천의 장에서는 우리의 신체가 모빌리티를 실행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모빌리티의 실행은 개념적 파악을 넘어서 신체와 습관의 영역에 기반하며, 또한 이성을 넘어서 정서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빌리티의 실행은 재현적 언어를 넘어서지만, 모빌리티 연구자들은 이를 포착하기 위해 고투하였다. 매개의 장은 모빌리티의 실행을 매개하는 테크놀로지적 수단을 다룬다. 다양한 수송수단, 통신수단, 또한 신체를 보조하는 인공기관이 모빌리티를 실현하거나 그 실현을 보조했다. 이러한 표제들은, 복잡한 모빌리티 이론의 영역을 우리가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 주는 표지판이 된다.

 

차이에 대한 관심, 한국적 상황

특기할 만한 것은, 차이에 대한 저자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그것은 인종의 차이이기도 하고, 젠더의 차이이기도 하고, 성적 지향의 차이이기도 하고, 서구와 그 외 지역 간의 차이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회학은 백인, 남성, 이성애, 서구 중심적으로 사고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았다. 저자는 모빌리티에 기입된 다양한 차이들에 주목하고, 비서구 지역의 모빌리티에도 시선을 돌림으로써 모빌리티에 대한 차이적 관점을 유지하려 한다. 이 또한 이 책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빌리티의 증대라는 전지구적 변화에서 한국 사회라고 동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현대사는 교역의 증가, 지역적 이동의 증가, 여행의 증가, IT산업의 증가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증대를 목도했다. 다시 말해, 현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모빌리티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에 이 책이 제공할 도움은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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