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지상욱, 정병국, 이혜훈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끝내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바른미래당이 23일 4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과반수 동의'로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추인했다.

하지만 불과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면서 내홍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의원 3분의2 이상 동의'를 주장했던 바른정당계(유승민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고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현실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라며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선거법은 다수의 힘으로 안 된다고 했었는데, 의사결정이 이렇게 한 표 차이 표결로 (결정) 한 데 자괴감이 든다"라며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것은 아니어서 '당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현재 바른미래당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이 두 명이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이 두 명인데, 오늘 결과가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사개특위 위원들을 사보임 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라며 "지금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활동하는 두 분씩 네 분이 아마 그대로 각각의 특위에서 표결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패스트트랙이 12대 11로 과반은 넘었으나 3분의 2가 안 돼 강제성이 있는 당론 채택은 안됐다"라며 "즉 당이 사개특위원들에 대한 권고이지 강제 당론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권은희 의원에 위임된 것이다.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두 의원 입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이언주 의원 당원권 정지부터 시작해서 아주 패스트트랙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언주 의원 한 표가 있었으면 12대 12로 부결이다. 왜 그토록 당원권 정지에 목매었는지 드러난다"라고 쏘아붙였다.

또 "패스트트랙 추인 관련 표결을 3분의 2 동의로 진행할지, 과반 찬성으로 진행할지는 당무위원회의 판단에 따르게 돼 있다. 당무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최고위원회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돼 있다"라며 "당무위원회, 또는 그 권한을 대행하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없이 오늘 표결을 강행한 사람들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바른미래당은 4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진행한 끝에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합의문을 추인했다. 그동안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의원들은 바른정당계(8명), 이태규 의원, 김중로 의원 등이다.

특히 의총에서는 표결 시 의결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며 두 차례 표결을 진행해야 했다. 바른정당계는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원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추인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바른미래당 당헌 53조 '의결' 규정에서는 "의원총회의 의결은 거수 혹은 기립을 원칙으로 하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반면 제54조 '당론' 규정에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수 있다"라며 "당 소속 의원은 국회 표결 시 당론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당론이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경우 이에 구속되지는 아니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결정 방식에 대해 한차례 투표를 거친 뒤 '과반 찬성'으로 합의문 추인 여부에 대한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전 대표가 당론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당론이라는 표현은 안 썼다"라며 "당의 입장이 정해졌다고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사개특위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공수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당의 최종 입장이 정해졌기 때문에 다소 평소 소신과는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조율해서 최종 성안을 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