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결제 총액 2억 이하…카드에 비교하면 0.0003%에 불과
아무도 안 써서 ‘제로페이’라는 꼬리표 땔 수 있을까

(시사매거진252호=최지연 기자) 서울시에서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추진한 ‘제로페이’가 출범 된 지 세 달이 지났다.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했던 서울시의 제로페이의 성적표는 생각보다 초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심차게 출발하였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외면 받아, 아무도 안 쓰니까 ‘제로페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_뉴시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가맹점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서울시와 지자체, 금융회사,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협력하여 도입한 공동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이다.

‘제로페이’ 한 달 결제 금액 2억도 안 돼

서울시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제로페이’의 월 결제금액이 2억 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천633건,결제금액은 약 1억9천949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천만 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천억 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하다.

지난 1월 31일 기준으로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이 4만6천628개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거래실적이 0.19건, 4천278원에 그쳤다. 작년 12월 20일 개시한 제로페이는 12월 말까지1천378건, 약 1천916만 원 결제가 이뤄졌다. 온전한 월 실적은 올해1월이 처음이다.

지난 1월 실적을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에서 결제된 건수가 3천138건(4천377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천807건(2천719만 원), 국민은행 1천360건(1천560만 원), 농협은행 568건(644만원) 순 이다.

이에 김종석 의원은 “제로페이는 정부가 카드 시장에 개입해서 민간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발상으로 시작됐다”며 “가맹점 수만 늘리는 것이아니라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실익이 있는가, 신용카드가 아닌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에 대하여 소개하는 이미지. 제로페이는 서울시에서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추진한 결제서비스다. (사진_제로페이 홈페이지)

제로페이가 외면받는 이유는 

제로페이의 월 결제실적을 보아 제로페이는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모두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사용자가 제로(zero)여서 ‘제로페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을 도와준다는 제로페이지만 실제 사용자가 적어 제로페이의 초기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낮은 수수료는 좋지만 사용이 불편하고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카드보다 사용이 불편하고 혜택도적은데 왜 사용해야 하냐는 의견이다. 이는 제로페이의 결제 불편 및 외상 구매가 불가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제로페이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출시하였지만 정작 결제를 하기위해 30여 초의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소비자가 결제하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 30여 초, 상인들이 소비자가 물품대금을 이체했는지 확인하려는 시간만 30여 초가 걸린다. 결국 소비자의 결제와 상인의 확인
과정을 합치면 대략 1분여가 소요된다. 10초 안에 끝나는 신용카드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소비자가 결제작업을 직접 이행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제로페이 앱을 구동해서 로그인해야 하며 상인의 계좌정보 등이 포함된 QR코드를 스캔한 뒤 결제금액을 직접 입력하고 결제비밀번호를 눌러 계좌이체를 마쳐야 한다. 소상공인의 경우 소비자가 입금했는지 제로페이 전용 앱에 로그인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소비자보다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대중화된 신용카드 결제보다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불편은 제로페이 태생의 한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로페이는 애초에 소비자의 편리성 보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3%에 이르는 신용카드의 수수료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매출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와 상인이 계좌이체를 통해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에게는 여러 모로 사용도 불편하고 사용해도 혜택이 없기 때문에 사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한 제로페이 결제의 불편함과 함께 신용카드 같은 외상구매 기능이 없다는 점도 제로페이가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이유로 지적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계좌에 잔고가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결제금액을 상인이 입력하는 방안 또는 일부 제로페이 사업자의 신용 제공으로 외상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여 추진한다고 하지만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결제의 편리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제로페이 사용하면 마일리지 지급…유인책 강화

제로페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와 대비해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지속되자 정부는 제로페이 활성화 대책을 의논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대표 정책인 제로페이 서비스의 본격 활성화를 앞두고 소비자 사용 유인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모바일티머니’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2%를 ‘T-마일리지’로 돌려준다고 밝혔다. T-마일리지로는 교통카드인 ‘티머니’를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금액이 쌓이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 일반 신용카드 ‘캐시백’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행되는 4월부터는 6대 편의점 및 60여 개 프랜차이즈가 제로페이에 동참해 사용처가 넓어질 것이며, 한강공원과 어린이대공원 등 390여 개 서울 공공·문화시설에서 제로페이 할인을 제공한다.

이에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거나 월드컵 경기장, 시가 운영하는 주차장과 운동장 등에서 시민의 체감 혜택이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요금, 지방세, 범칙금 등을 제로페이로 납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현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_뉴시스)

제로페이 사용 불편…이에 편리성 확대 노력

제로페이를 사용하게 하기위한 혜택 증가와 함께 지속된 문제로 제시되는 사용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우선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6개 은행과 간편 결제사 3곳은 근거리 무선통신(NFC)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도록 해 범용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는 그간 소비자와 가맹점이 제기해온 결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맹점에 비치된 포스(POS·바코드 인식 결제 단말기)의 연동 시스템인 ‘CPM(Consumer Presented Mode)’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금액을 입력할 필요 없이 QR 코드 또는 바코드를 인식시키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사용이 좀 더 편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빠르면 5월달부터 이 시스템을 적용하여 고객들이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CU를 비롯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6대 편의점이 내달까지 제로페이에 일괄 가맹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로페이에 참여를 결정한 60여 개 프랜차이즈와 골목상권에서도 순차적으로 가맹 등록을 추진, 결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정부와 서울시는 밝혔다.

현재 시범상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상인회 등과 협업을 진행해 포인트 적립과 같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골목상권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충전 결제방식을 도입해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 몰아주기’ 카드업계 불만

지난 2월 4일 열린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 감면제도 전반을 종합 검토하겠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카드 소득공제) 축소 가능성을 취임 후 처음 공식 언급 했다.

최근 정부가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 만큼 이와 연계해 카드 공제 혜택을 축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 자체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드 업계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로 신용카드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공제마저 줄어들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제로페이 공제율은 기존 직불카드(30%)보다 높은 40%로 해주면서 현재 공제율이 15%에 불과한 신용카드만 손보겠다는 정부의 검토 방안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득공제 축소가 현실화되면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현금이나 예금이 없어 주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신용 거래자가 현금·예금보유자와 비교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소득공제 혜택까지 줄어들면 카드 사용 저조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카드 업계에서는 ‘제로페이로 몰아주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제로페이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카드업계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청와대는 지난 3월 중순 비공개 협의회를 통해, 올해 말 일몰 기한을 맞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3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수수료 0% 제로페이, 연착륙 가능할까’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제로페이 제도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사진_한국외식산업연구원 제공)

신용카드도 정착 오래걸려…제로페이 정착 될 것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월 7일 올해 중기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제로페이의 저조한 사용률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신용카드보다 훨씬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를 처음 도입할 때를 생각해보면 도입이 안 돼 정부가 계속 지원책을 내놓고 몇 년이 걸려 정착된 경험이 있다”며 “제로페이는 훨씬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순 시장 역시 페이스북에 “새로운 결제시스템 정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편리하고 혜택이 돌아가는 업그레이드된 제로페이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 보호 정책으로 제로페이 사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인프라의 미비와 사용의 불편이 해결된다면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보다 우리의 삶에 빠르게 정착되어 편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카드로 결제 하는 것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제 습관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일정 시점에서 급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수수료 0% 제로페이, 연착륙 가능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제로페이 제도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제로페이는 시범 운영상태이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행될 제로페이를 좀 더 지켜봐달라고 답했다. 저조한 실적과 더딘 진행속도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제로페이가 앞으로 어떤 현실적인 대책과 사용처를 제시할지, 그로인해 우리의 결제 습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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