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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시대 셀럽들의 동물 이야기 '나폴레옹을 물리친 퍼그'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4.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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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남다른 이야기를 남긴 동물들에 관한 작은 역사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이나 인기동영상의 주제는 다양하다. ‘게임’ ‘아이돌’ ‘드라마’ ‘유머’ ‘정치’ ‘먹방’. 그런데 여기에 절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동물이 등장하는 사진/영상이다. 특히 개와 고양이는 댕댕이, 냥냥이, 개냥이, 고양이집사 같은 다양한 신조어와 유행을 만들어내며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다.

역사 속에는 현대인 못지않은 동물사랑으로 훈훈한 이야기를 남긴 명사들이 다수 있다. 그들에게 동물은 “단순히 일상의 힘겨움을 나누는 동반자 그 이상의 존재, 동료이자 친구였고, 그들만의 독특한 성격으로 사랑받는 가족의 일원이었으며, 대중에게 끝없는 매혹과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흔히 ‘전해지는 이야기’류는 허구거나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라, 그러한 일화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반면, 『나폴레옹을 물리친 퍼그』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신뢰할 만한 출처를 바탕으로 실제 사건들을 복원해낸, 동물에 관한 색다르고 보기 드문 역사책이다.

이런 독특한 역사책은 누가 썼을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미미 매슈스의 직업은 변호사다. 어릴 때부터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미미는 글자로 된 것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 습벽을 가졌다. 그리고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 빅토리아시대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너무도 사랑했다. 이러한 개인적 관심으로 미미는 18~19세기의 각종 문서—책, 편지, 소송기록, 신문과 잡지의 기사—들을 뒤져 다양한 분야—동물, 예술, 골동품, 패션, 미용, 페미니즘, 법률 등—의 엉뚱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퍼그』는 그 결과로 나온 그녀의 첫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수많은 증거자료들을 뒤져 단서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사건을 재구성해내는 솜씨가 사뭇 법조인의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미미가 이러한 역사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이다. 유년기부터 늘 동물들을 키웠으며, 지금도 안달루시안 마장마술 말, 셰틀랜드 쉽독 둘, 샴 고양이 둘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독자들과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지한 사학자에게 ‘애완동물’은 역사서의 주제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단지 쓸모 있는 ‘가축’이나 ‘식량’으로가 아닌, 인간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어온 동물들은 예전에도 분명 있었다. 무릇 역사가 인간의 문명과 그 전개양상을 추적하는 학문이라면, 여기에 인간과 더불어 살아간 동물들의 역사를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명사와 반려동물의 애틋한 친교

저자는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개, 고양이, 말과 가축, 새, 토끼와 설치류, 파충류와 물고기, 기이한 애완동물. 그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개인데, 그 이유는 개의 친화력과 충성심 때문이라고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그 외에 다른 이유들도 있다. 18~19세기에는 특히 귀족부인들 사이에 퍼그가 대유행이었으며, 빅토리아여왕이 유별난 동물애호가였던 것도 적잖이 작용했다. 반면, 고양이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애완동물이었다. 별나고 호사스러운 보살핌을 받은 한편, 불쾌감을 자아내거나 종종 대중의 분노를 샀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은 1871년 수정궁에서 개최된 최초의 ‘캣쇼’ 덕분이지만, 당시 캣쇼의 진행방식에 문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퍼그』에 소개된 18~19세기의 반려동물에 얽힌 사연들을 보면, 지위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았음을 알게 된다. 다만 그러한 일화가 후대에까지 널리 알려진 경우는 대개 유명인사의 동물 이야기인데, 이는 단지 그 인물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 더 많이 남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제핀의 퍼그 ‘포춘’과 나폴레옹의 악연. 앨버트 왕자의 기품 있는 반려견 ‘이오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같은 존재였던 에밀리 브론테의 개 ‘키퍼’. 빅토리아시대 독신여성들의 유별난 고양이 장례식. 에드거 앨런 포의 시에 영감을 준 찰스 디킨스의 까마귀 ‘그립’. 밭을 갈다 무너진 굴에서 튀어나온 생쥐를 보고 명시를 쓰게 된 로버트 번스의 사연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말과 닭에 까마귀까지, 책에 소개된 뜻밖의 동물들이 자신의 주인-친구와 나눈 우정과 사랑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주인이 죽자 슬픔에 잠겨 식음을 전폐한 개와 고양이들, 남북전쟁 때 주인을 따라 전장에 나가 매일 달걀 1개씩을 낳아주었던 애완닭 ‘비디’, 수년 전 도둑맞은 당나귀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주인을 알아보고 기뻐 날뛴 이야기 등. 그 밖에도 피커딜리의 염소, 토끼의 기차요금, <근면한 벼룩들> 순회공연단의 서커스 벼룩 같은 기상천외한 일화들은 흥미와 더불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시사매거진, SISAMAGAZINE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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