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알기 위해 떠나는 여행 ‘문명의 만남’

- 세상의 모든 진정한 종교는 사랑과 평화를 말한다
- 이슬람의 경전 코란만은 폭력적이란 걸까?

칼라 파워 지음 | 하윤숙 옮김 | 출판사 세종서적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7세기 카라반 대상이었던 무함마드에게 전해진 신의 계시로 시작된 이슬람교는 아라비아반도에 영적·사회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끼쳤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세상의 절반인 16억 명의 신자를 둔 이슬람의 경전으로서 코란은 많은 신자에게 도덕적 나침반이 되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슬람인 중에도 코란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코란을 배우는 사람들은 고대 아랍어를 알지 못한 채 더듬더듬 읽어나가며 최고의 마드라사(이슬람교 신학교)에서도 코란의 계시 이후 수세기가 지나서야 생겨난 이슬람법이나 철학에 대한 고전 작품을 선호하여 종종 코란을 도외시한다. 훌륭한 무슬림이든 호기심 많은 비무슬림이든 가릴 것 없이 코란을 읽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을 존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코란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해석되어 의미가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세상에 선 두 친구가 코란의 중심으로 떠난 여행

‘알라는 실제로 ‘성전(지하드)’을 요구했을까? 지하드 전사는 죽음으로써 처녀 72명을 보상으로 받을까? 여성은 베일이나 히잡으로 반드시 몸을 감싸야만 할까?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은 배워서는 안 되는가? 무함마드는 아홉 살짜리 신부를 얻음으로써 소아 성애를 용납했나…….’

왜 비무슬림인 “우리”가 굳이 코란을 알아야 할까? 지식인의 성지 옥스퍼드의 한 카페에서, 여성 기자는 그와 비슷한 힐난을 들었다. “탈레반을 옹호하는 겁니까?” 아랍에 대한 기사를 이십 년 가까이 써온 미국 베테랑 기자 칼라 파워(Carla Power)의 대응은 겸손했다. 무신론자인 본인이 뜻밖에도 이슬람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며, 코란을 직접 체험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9/11 테러 이후 반이슬람 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증오와 대립을 끝낼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얻은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세계적인 이슬람 학자 아크람 나드위를 찾아가 ‘코란 읽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아크람은 인도의 벽촌에서 태어나 천재성을 인정받고 영국식 교육을 받은, 서구와 이슬람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합리주의자다.

저자는 1년간 아크람의 강의를 듣고 그의 여행길에 함께하며 다양한 무슬림들을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슬람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가 편견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이슬람과 비이슬람, 종교와 탈종교, 여성과 남성 등 세계를 양분하는 단어들은 이 여정에서 서로 포옹하며, 문명의 충돌에서 화합과 화해를 시도한다. 자기가 선 문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두 온건한 합리주의자의 대화는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다양화의 부작용으로 반목이 깊어지는 우리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