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 (4/7)

피아니스트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 리허설 ©jeong sang hyeon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통제력을 잃은 육중한 탱크의 돌진일까? 거침없이 달리는 속도와 힘은 그 누군가가 나서서 잠시 멈춰주고 싶은 광경이었다. 말 그대로 리사이틀은 제목답게 <THE STORM> ‘폭풍’이었다.

과거 2007년 첫 번째 국제무대였던 프랑스 최고 권위의 롱-티보 국제음악콩쿠르에 최연소(17세)로 참가, 2위에 입상하면서 영재 피아니스트로 그의 이름을 알렸던 김준희는 2017년에 또다시 호로비츠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와 전석 기립박수를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그의 존재는 드라마 같은 인생이야기 속에서 한동안 잊혀졌다.

피아니스트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 리허설 ©jeong sang hyeon

지난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있었던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은 여러 의미에서 그의 공식적인 국내 최초의 리사이틀이었다. 지난날의 회한과 더불어 여러 사연들과 우여곡절들이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왔을까? 수많은 사건들이 그의 생각과 마음속을 할퀴고 지나간 듯했다. 그 상처들은 곧 그의 손끝에서 지난 삶에 대한 질주로 단근질 되었다. 통제되지 않은 포르테는 더 큰 포르테를 원하듯, 폭풍은 더 큰 폭풍 속으로 휘감기며 김준희의 피아니즘은 직진을 넘어 돌진을 원했다. 브레이크가 없는 듯 눈앞에 맞서는 모든 것들을 다 쓰러뜨릴 만큼의 강력함으로 <브람스 3번 소나타>는 김준희의 심경을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20대에 작곡된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청년 브람스의 마음이 이랬을까? 그가 훗날 독신으로 헌신하며 한 여성만을 사랑하게 될 줄 알고나 있었을까? 가슴에 응어리진 아픈 사랑의 러브스토리는 격정적인 음악으로 다시 김준희의 손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앞서 셰드린의 곡이 폭풍의 전조였다면 이어진 차이콥스키는 잠시 햇살을 맞은 평안과 유희를 떠오르게 했다. 이어 리스트의 <베네치아, 나폴리>를 통해 순간 리스트의 환생을 보듯 나폴리 해변가를 산책하며 들려오는 파도의 움직임과 느낌이 귀에 살살 감겼다.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보는 것처럼 그의 음악은 좀 더 달콤하고 느긋한 프랑스적인 회화미와 함께 소름 돋는 공간이동은 말년에 성직자로서 모든 걸 내려놓았던 리스트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 같았다.

피아니스트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 리허설 ©jeong sang hyeon

<THE STORM> ‘폭풍’이라는 무대 속에서 뜻하지 않게 폭풍에 휩싸인 관객들 그리고 그 ‘폭풍’이 즐겁고 반가웠던 사람들 모두 제각각 자신만의 ‘폭풍’을 맞았던 이번 리사이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선하고 센세이셔널 했다. 태풍의 눈 안의 고요함과 명상 속으로 빠져드는 앙코르, 차이콥스키의 <메디테이션>과 마지막 격정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는 피아니스트의 지칠 줄 모르는 엔진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 연주에서 또 다른 김준희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번 리사이틀은 특별히 피아니스트 김준희의 ‘격정적인 피아니즘’을 만난 인상적인 무대였다.

피아니스트 김준희 리사이틀 ‘THE STORM' 리허설 ©jeong sang hyeo n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