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2004년 정일근 시인의 시집 『가족』을 시작으로 2018년 조경석 시인의 시집 『내 별에 이르는 방법』까지, 문학의전당 시인선이 묵묵하게 걸어온 15여년의 시간을 기념하며, 300호 기념 시집 『당신을 사랑할 겨를도 없이』가 출간되었다. 이번 기념 시집에는 문학의전당 시인선 201~299번으로 출간된 시인들의 시집 수록작 1편씩을 선별해 총 99명의 99편 시를 수록하였다.

“가장 뜨거운 바닥으로 / 온전히 제 무게에 젖고 있”(최정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에 없는 빈방에 갇”(서정연)힌 몸의 이야기, “뼈바늘에 매달린 풍경”(신태희)의 이야기, “추락하는 닭이 날개를 온전히 펼 때까지”(정영희)를 기다리는 이야기, “나도 누군가의 한 시절이었다”고 고백하는 이야기, “사랑이 고픈 날”(배두순)의 이야기, “한때, 사소했지만 고독했던 일들을”(진상록) 떠올리는 이야기, “내 안에서 이름을 하나씩”(신선) 지우는 이야기, “가두어진 마음을 보여”(유상열)주는 이야기, “나보다 더 부자였던 슬픔의 억만장자, 그대”(홍수연)를 향한 이야기 등, 300호 시집은 그야말로 한 인간이 겪어왔음직한 총체적 감정의 스펙트럼이자, 그럼에도 불구한 한 인간의 가까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시’의 새로운 순간을 꿈꾸며 달려온 문학의전당 시인선은 앞으로도 독자들을 찾아뵐 예정이다. 시의 드넓은 생태계를 헤아리고, 언어를 소중히 섬길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아 독자들의 가슴에 도착할 수 있는 작은 활주로를 여는 것이 문학의전당 시인선의 유일한 행선지다. 이번 300호 시집을 통해, 그동안 만나온 혹은 만나지 못했던 시편들을 소개하고 문학의전당 시인선이 시가 있는 자리로 나아갈 다짐을 책 속에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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