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지은이 전우용은 케케묵은 사료더미나 뒤지는 책상물림 역사학자가 아니다. 일상과 주변에서 역사의 의미를 찾고, 현실 문제에 관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오늘을 사는 역사가이다.

그는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첫 번째 책이었던 《우리 역사는 깊다》 등을 통해 ‘교과서’가 놓치고 있는 ‘오늘’의 뿌리를 찾아 성찰의 자료로 삼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내 안의 역사―현대 한국인의 몸과 마음을 만든 근대》에서도, 지금은 희미해진 연탄, 도장, 침모에서 무심코 넘겼던 현모양처론, 접대문화의 기원까지 파고들어 우리의 일상과 의식에 깃든 뜻밖의 역사를 들려준다.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결과물이며, 인간의 철학, 사상, 가치관뿐 아니라 개별 인간의 몸도 역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믿기 때문이다.

전우용이 차린 ‘보통사람들을 위한 보통사람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의외로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생한 생각거리를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글은 모두 52꼭지지만 주 소재 이외에도 ‘소매치기’나 ‘하마평’의 기원, 경성대(현재의 서울대) 입학시험에 한국어 과목을 넣자 교수들이 들고 일어난 일 등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덕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재미로만 읽기엔 아깝다. “현재의 자기 삶이 어떤 역사적 계기들에 의해 구성되었는지 알아야.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어떤 계기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