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우리에게는 어떤 시절이 있었다. 앞자리에는 부모님이 있고,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렇게 포근한 안도감에 휩싸여, 나른함을 애써 쫓지 않으며 스르륵 잠이 들었던 게 언제인지 당신은 기억하는가? 이 책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는 아무 걱정 없이 잠들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불안과 두려움에 둘러싸여 힘겨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뻔하지 않은 위로 말이다.

이 책에는 독일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유방암 선고를 받고 가슴 절제 수술을 거치면서 쓰러지고 넘어지고 아파하고 상처받았던 순간이 담겨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거나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어 하다가도 항암치료를 받아내고 또 다시 어린 자녀들에 대한 걱정에 휩싸이는 나날을 보냈던 저자는 낙담과 희망, 절망과 행동, 추락과 기대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끝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경험을 유쾌하게 고백한다. 당신을 일으켜 세워줄 무언가를 함께 찾아보자고 권유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에는 저자가, 그의 가족이, 그의 친구가 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깊은 구렁에서 어떻게 걸어 나왔는지, 어떻게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때로는 마음을 울리고, 때로는 불안과 걱정을 어루만져 주고, 때로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기결정권과 회복탄력성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걸어가게 되어 있다. 그 인생의 배낭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다. 하지만 태도와 끈기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바꿀 수 없는 일과 바꿀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인생에서 자기결정권을 잃지 않으면 이를 버팀목으로 삼아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다. 자기결정권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의 전제조건인 것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아무 일 없었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책의 1, 2부에서 저자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은 각자의 손안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으며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관계도 있다고 알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다시 일어서는 데 필요한 힘을 조금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 또 3부 ‘우리가 가진 두려움을 일일이 적는다면 백과사전 한 권은 만들고도 남겠지’는 다행히 걱정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4부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까지 읽고 나면 독자들은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음을 잊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믿을 수 있을 때, 다리가 아닌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하루 종일 거절의 말을 들었을 때, 아무리 찾아봐도 답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저앉고 싶을 때, 이 책에 쓰인 ‘나를 일으켜 세운 한 문장’을 찬찬히 곱씹어보자. 우리 각자의 일어서기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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