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세상 모든 스포츠와 연결된 살아 있는 인문학!

‘인문학’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천 권의 책이 쏟아지는 시대. 인문학을 색다르게 읽을 수는 없을까? 창의성·인성·진로·융복합·케이팝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가며 신선하고 다양한 시도로 생각의 폭을 넓혀 온 저자 공규택이 나섰다. 이번에는 인문학에 ‘스포츠’라는 키워드가 더해졌다. 경기 규칙, 경기 진행 방식, 프로스포츠 시스템 등 스포츠의 다양한 면과 인문학을 엮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스피드스케이팅 등 매우 다양한 운동경기에서 인문학을 찾아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승강제에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살피고, 야구 월드시리즈의 저주에서 ‘귀인 이론’을 찾는가 하면, 히잡을 쓴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보며 ‘여성의 권리’와 ‘문화 다양성’을 고민해 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 자본, 유무상생(有無相生), 시뮬라시옹, 제노포비아, 공정 경쟁, 친환경적 사고, 폭력의 정당성 등 우리 시대를 꿰뚫는 인문학 키워드를 다양한 스포츠 현상에서 포착해 낸다. 매 순간 변화하는 사회를 역동적인 스포츠로 읽어 내는 재미가 있다. 이 책과 함께라면 인문학을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짜릿한 스포츠, 일단 즐겨 볼까?

매일 대부분의 TV 뉴스는 스포츠로 마무리된다. 말머리에 ‘대중’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스포츠는 충분히 대중적이다. 이제는 골프, 테니스를 비롯해 어떤 스포츠든 누구나 직접 즐길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스포츠가 일상이 된 시대인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스포츠 이야기가 가득하다. 야구, 축구, 농구, 마라톤,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등 거의 모든 스포츠의 명장면이 담겨 있다. 1936년 일장기를 가슴에 품고 달린 마라토너 손기정의 사연, 1945년 염소를 끌고 경기장에 들어온 윌리엄 시아니스의 저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냈던 이상화·고다이라 선수의 진정한 스포츠맨십까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역사 속 화제가 되었던 스포츠 명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운동경기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며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간편한 QR 코드를 통해 곧바로 생생한 경기 영상을 살펴볼 수도 있다.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인문학으로 연결된다는 것 또한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제 독서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을 통해 스포츠와 인문학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스포츠를 마니아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책, 야구 시즌에도 축구 시즌에도 두고두고 생각날 책이다.

 

 

스포츠 크로스 인문학! 

스포츠로 세상을 사유하고 통찰하다

인간의 근원과 사상,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모든 활동은 필연적으로 인문학과 연관이 있다. 응당 다양한 영역과 인문학을 엮어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어떨까? 스포츠는 오직 인간에 의한 활동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 시대라도 AI 로봇이 뛰는 운동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인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스포츠가 ‘인문학’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갈 여지는 충분하다. 이 책은 스포츠를 통해 인문학을 탐구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스포츠의 특성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인문학과 연결했다. 책의 목차이기도 한 예측 불가능, 규칙, 데이터, 사람, 사회가 이에 해당한다. 예측 불가능한 스포츠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늘 새로운 일로 가득한 세상과 통한다. 모든 운동경기에는 필연적으로 규칙이 있게 마련인데, 이는 공정한 규칙을 요구하는 사회와 엮어 설명이 가능하다. 또한 정확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스포츠의 특성을 살피며 숫자와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람에 대해 통찰하고 사회 현상을 진단할 수도 있다.

 

예측 불가 인문학! 

스포츠로 거침없이 세상을 읽다 

저자는 스포츠가 빚어내는 다양한 현상을 살피며 사회를 거침없이 분석하고 통찰한다. 스포츠를 철학, 윤리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생각 가지를 무한히 뻗어 간다.

예를 들어 스포츠의 승부 조작에서 출발한 생각은 채용 비리로 연결되며 ‘사회적 자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탐구에 이른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로셀로나의 선수 육성 방식을 살피며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 이는 모두 사회학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야구 월드시리즈와 관련된 여러 저주와 ‘귀인 이론’을 엮은 부분은 심리학과, 아이스하키의 전문 싸움꾼 인포서를 통해 폭력을 고민하는 것은 윤리학과 통한다. 축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인문학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24개의 인문학적 키워드와 연결된다.

스포츠와 인문학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이야기에 독자는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독자는 스포츠를 즐기는 동시에 사회와 인간에 대해 넓고 깊게 탐구할 수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들에 유쾌하고 거침없이 다가서는 책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마니아를 비롯한 인문학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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