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세계사를 수놓은 위대한 인물들의 ‘자백’을 받아내다! 사람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역사의 기록들은 대체로 영웅과 악당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때문에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 역시 일률적이고 상식으로 굳어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한 인간이 선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진실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실은 숱한 조연들이 장구한 역사를 이룬 진짜 영웅들이었음이 드러난다.

‘A급’들에 가려진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고 보다 디테일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역사를 일상의 영역으로 이끌었던 『B급 세계사』의 후속작 『B급 세계사 2 ․ 인물편』이 출간되었다. 역사 교과서의 평가를 뒤집는 ‘진실’을 대하는 순간,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승자의 기록에 딴지를 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한 가지.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미국의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2002년 미국 의회는 이탈리아의 발명가 안토니오 무치(1808~1889)가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전화기 발명과 특허를 둘러싼 오랜 의혹이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03년 영국의 BBC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문서를 제시하며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독일 과학자 필리프 라이스(1834~1874)라고 보도했다. BBC는 벨과 무치가 특허 신청을 했던 1876년보다 15년 앞선 1861년에 이미 라이스가 전화기를 발명했고, 이 장치를 ‘텔레폰(telephone)’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사실과 상식으로 유통되면서 신화로 굳어진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두고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인물로만 기억한다든가, 인도의 간디를 성스럽게만 바라보는 시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물론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 간디가 영국의 압제에 맞서 비폭력 저항을 실현했던 일들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링컨이 어떠한 정치적 상황에서 그러한 노선을 추구했는지, 간디가 민족 저항 운동을 이끌면서도 카스트 제도 아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했던 사실까지 폭넓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식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공하다

『B급 세계사 2 - 인물편』은 일정한 이미지에 갇혀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재평가함으로써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역사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을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 역사의 숨겨진 영웅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기술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자의 관점에서 어떤 인물과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근래에 들어 새롭게 드러난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재평가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주관적 접근과 객관적 시각이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저자는 역사가 ‘문서’로 굳어진 고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보여 준다.

 

역사 속의 도플갱어 그리고 시공을 초월한 판박이 사건들

시공을 초월하여 등장한 쌍둥이 같은 인물들을 비교하면서 그 시대에 그런 인물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과 사회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 역시 이 책의 미덕이다. 사람이 역사를 만드는 한편 역사가 사람을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지점을 포착하여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발굴해 낸다. 영국의 로빈 후드와 우리나라의 홍길동, 중국의 송강은 동서양의 대표적인 ‘의적’들인데, 단순히 이들의 행적을 보여 주는 것뿐 아니라 왜 그때에 ‘의적’이 나타났는지, 대중은 왜 그들을 응원했는지 등 시대적 상황을 함께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대와 사건, 인물 사이에 놓여 있는 어떤 필연성을 추적해 들어간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들 사이의 함수 관계를 파악하여 유사한 비극이나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B급 세계사 2 - 인물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과 인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종합선물세트 같은 즐거움과 재미를 더해 주는 보기 드문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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