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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의 암호화폐 유니콘 기업을 기대하며
  • 최지연 기자
  • 승인 2019.03.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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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김형중 교수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핀테크 분야에는 무려 34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암호화폐 금융회사인 써클, 인터넷 파이낸셜도 유니콘 기업이다.

ICO를 하는 이유는 멋진 아이디어로 신속하게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협업과 거리가 멀다. 투자자가 거의 한국 국민들이고, 개발자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협력에 대한 이해 부족과 경험이 없다 보니 세계 무대가 아닌 골방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좋은 암호화폐를 만들려면 좋은 백서에 달성 가능한 목표를 담아야 한다. 백서에 담긴 정신을 구현하는 일은 가능하면 많은 팀들과 함께 할수록 좋다. 특히 해외 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백서와 소스 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프로젝트는 대부분 형식적인 백서 공개, 폐쇄적인 구현으로 대변된다. 놀랍게도 대부분 소소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혼자 하겠다는 만용처럼 느껴진다.

구현이 필요한 부분을 외부에 공개하면 유능한 팀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그런데 국내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비밀리에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철저하게 중앙집중식이다. 분산의 정신을 망각했거나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개발 속도가 더디고, 개발자들 사이에 기술이 널리 확산되지 않는다.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며 비싼 인건비에 함량 미달의 인력을 채용하니 고용은 유연하지 않고, 고정비용이 증가하며, 개발 효율이 낮아진다. 국내 대학마다 있는 블록체인 동아리를 활용해 개발비를 줄일 수도 있는데 국내에서조차 협업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아쉬운 대로 몇몇 외국 엔지니어를 고용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술적 내용이 미디엄 등 글로벌 매체를 통해 널리 회자되어야 하는 데 한국의 멋진 기술이 거론된 게 거의 없다. 그러니 투자자의 관심과 신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내에서 개발한 코인이나 토큰 가운데 1달러 이상 가격을 형성한 게 하나도 없다.

암호학자들은 케르크호프스(Kerckhoffs) 원리를 존중한다. 키를 제외한 암호 시스템의 모든 원리가 공개되더라도 암호 체계가 안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현대 암호 시스템은 공개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 널리 사용되는 AES가 경쟁을 통해 선정되었다. 경쟁 과정을 통해 효율성과 취약점이 충분히 검증된다.

암호화폐 개발에도 이 원리가 사실상 적용되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소스 코드를 모두 공개한다. 외부의 엔지니어들은 공개된 소스 코드를 통해 서로 인터페이스를 맞춘다. 소스 코드에 취약점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보완한다. 전세계의 엔지니어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원리를 하나하나 이해해가며 완벽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의 단말기가 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개발자들이 만든 앱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즉, 소위 말하는 생태계가 풍성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어도 멀리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국내 암호화폐 스타트업들도 국제협력을 통해 유니콘 기업의 꿈을 꾸면 좋겠다.
 

최지연 기자  giyen122@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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