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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두려움 대신 선택한 삶의 신비와 기쁨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2.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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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식도암 진단 후 생을 마감하기까지 2년 2개월, 그는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치유하고 기쁨 속에 살아갈 수 있었을까?

2009년 7월 어느 날, 의사인 리 리셉설은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짭짤하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두 입을 먹었을 때, 갑자기 샌드위치가 꼭 가슴에 걸린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의사로서, 그는 음식이 식도에 걸린다는 건 전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역시 의사인 부인 케이시는 남편의 얘기를 듣더니 “협착이겠네. 40년이나 속 쓰림이 지속되면 그렇게 돼”라며 의사다운 목소리로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마치 그렇게 치워버리면 걱정스런 현실을 피할 수 있기라도 하듯이.

그러나 검사 결과는 직감했던 대로, 식도암이었다. 진단 후 18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75퍼센트,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90퍼센트인 무서운 암. 그는 쉰두 살이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진단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그가 암과 ‘싸우기’를, “생식으로 바꾸고, 자전거로 천 킬로미터를 달리고, 이겨내고야 말겠어. 난 살 거야! 하고 말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평온했고 암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난 나의 삶을 사랑했고 분명히 더 살고 싶었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죽음과 질병을 비극으로 대하는 가정에서 성장하고 죽음을 적으로 대하는 의료업계에서 오랫동안 교육받았지만, 다행히도 “나보다 훨씬 거대한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고, “오늘 죽더라도 만족하고도 남을 만큼 이미 누렸음”을 알고 감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침을 맞고 보조 식품을 먹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랫동안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한 ‘오니시 프로그램’의 의료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환자들이 죽음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삶의 기쁨을 얻도록 돕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익히고 또 가르쳐온 명상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의사들, 치료사들과 함께하면서 역설적으로 어떤 치료는 약물이나 주사나 최첨단 장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어떤 치료에서는 영혼이 철저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요가나 명상 등을 통해 마음가짐과 존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런 치료를 받자면 바삐 일하고 부양하고 소비하는 삶을 잠시 멈추고 “지금 손에 든 바로 그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워크숍과 강연에서 환자와 동료 의사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의료계에서 일하면서 균형 맞추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그날까지는 그 말의 가치와 의미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진단을 받은 바로 그날 그는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생애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다.”(‘들어가는 말’ 중)

2010년 10월, 미국 가정의학협회의 연례 행사에서 ‘죽음에 직면하기’라는 주제로 한 시간짜리 기조 연설을 마친 뒤 의사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1년 9월, 생을 마감하기까지, 암 진단 후 2년 2개월 동안 기쁨 속에 삶을 누리고 평화 속에 죽음을 맞이해 간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간절한 기원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내가 배운 것들의 알짬이다. 이 책을 계기로 당신이 자신의 인간적인 면을 끌어안고, 불확실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지금 마지막에 직면해 있든 그렇지 않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에든, 어느 때에든, 삶은 달라질 수 있다.”(‘들어가는 말’ 중)

●  “언젠가는 당신도 죽음을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 날이, 당신에게 죽기에 좋은 날이기를 바란다.”

“삼십대 초반에 나는 내 삶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명상도 계속하고, 동양 철학에 감성 지능, 신경생리학까지 공부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에게 가르치려고 공부했지만, 그것들을 공부하는 사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행과 공부 덕분에 나는 내가 살고 있던 작은 상자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지 못했지만, 상자의 벽을 밀어내거나 긁어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는 역경이나 시련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면의 평화를 발견했다. 내 신경­상상의 세계는 훨씬 넓어졌다. 이것은 25년 뒤에 내가 암에 대처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5.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중)

리 립센설은 삶의 두려움이 우리를 끔찍하고 비좁은 감옥에 가둔다면, 명상이야말로 그 감옥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의사로서 그것을 환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했다. 그는 명상이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우리를 내면의 지혜에 더 빨리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트레스 반응이 일지 않거나 줄어들 때, 혈압이나 혈액 순환, 호흡 기능, 면역 기능 등의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등의 위험이 낮아지며, 집중력과 지각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 뇌의 신경 경로가 바뀌면서 두려움과 불안 자체도 조정되었다.

심지어 그것은 그가 자신의 암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때 느끼는 통증과 메스꺼움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가 명상을 자신의 암을 치료하는 주요 방편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그는 이러한 명상과 함께, 감사하기와 통제욕 내려놓기 덕분에, 비록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었다.

무엇이 어떠해야 하고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우리는 평생 이야기를 지어내며 살아간다. 우리 마음이 지어내는 그 이야기들은 우리를 가두는 작은 상자들이다. 리 립센설의 표현대로 하면 ‘신경­상상’의 세계이다. 이러한 상자 속에 갇혀 있을 때 우리는 ‘지금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맘껏 즐길 수 없다. 현실 세계는 삶이란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경­상상의 세계와 결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자 속에 갇혀 있을 때, 화나고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상자들을 부단히 긁어내고 무너뜨려 바깥세상을 본 덕분에 그는 “쉰둘이라는 나이가 식도암으로 죽을 때는 아니잖아!” 하고 화내는 대신,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이번 생이 그저 모험과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삶의 큰 그림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큰 위안을 받았으며,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었다. 또 호기심을 가지고 지금 순간을 맛보고, 더 많이 웃고, 죽어가고 있음에도 온전히 자유롭고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좁은 벽 안에 갇혀 있으면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다. 고통의 상자 속에 있다면, 벽을 긁어내라. 우울의 상자 속에 있다면, 벽을 긁어내라. 완벽주의의 상자, 그것 역시 긁어내라. 자기 연민의 상자도 긁어내라.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 것처럼 긁어내라.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벽을 무너뜨리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나 근심이나 불행을 느낀다면 자신을 가두는 그 벽을 긁어내라. 기도, 명상, 요가, 운동, 웃음, 예술, 몸 움직이기, 감사, 받아들임, 사랑으로 긁어내라. 삶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 벽을 무너뜨려라. 죽음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 그리고 살고 사랑하고 존재하는 것이, 좁은 세상이라는 벽 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죽음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고통과 상실의 두려움 등 수많은 두려움을 치유하고 기쁨과 평화 속에 온전히 머물기까지의 과정이 그저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암 치료에 따른 통증은 물론 우울, 피로 같은 감정들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전히 무의식 깊이 남아 있는 분노―어쩌면 암 발병의 원인이 되었을―와 맞닥뜨려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과도 어쨌든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이 고통과 기쁨을 동반하며 펼쳐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흐름을 타고 즐기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이 책을 맺는다.

“다가온 죽음과,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에 직면하려니, 그리고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려니,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사하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고 더 살아있다고 느낀다. 언젠가는 당신도 죽음을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 삶을 돌아보며 잘 살아왔다고, 후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넉넉히 사랑했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그 날이, 당신에게 죽기에 좋은 날이기를 바란다.”(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시사매거진, SISAMAGAZINE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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