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했다 후회도 하지만 최근 패션의 한 경향으로 문신 시술 늘어
일명 '깍두기' 라 불리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남성의 전유물이자 혐오의 대상이었던 '문신' 이 그 발을 넓혀 새로운 유행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제 문신은 스포츠·연예계 스타뿐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중하게 결정해야 후회하지 않는데..


노출의 계절 여름,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젊은 여성들이 팔뚝이나 앞가슴, 배꼽 밑 등의 신체부위에 장미꽃이나 나비를 문신한 것을 볼 기회가 많아졌다. 더욱이 예전처럼 가던 길을 다시 돌아와서 유심히 볼 정도로 낯선 광경도 이젠 아니다. 물론 모두 실제 문신은 아닌 그 중에는 문신 대용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꼭 미적인 효과뿐이 아닌 색소결핍증(백반증)이나 화상흉터를 가리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문신을 가리켜 '인내의 예술' 이라고도 말한다. 문신을 받는 사람이나 해주는 사람이나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바늘이 살갗 1m 깊이로 들어가 그 속에 색소를 넣는 작업으로 통증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장 대중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나뭇잎 띠 모양의 문신을 팔뚝에 할 경우 보통 3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문신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문양을 고르는 일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유행을 따르기도 한다.
문신은 피부색에 따라 두 가지 양식이 있다. 피부색이 짙은 흑인들은 상흔 또는 난자의 방법을 이용하고, 피부색이 엷은 백인이나 황인종에서는 색소를 사용하는 고유의 문신이 행해진다. 반흔 문신은 상흔문신의 하나로, 살을 베어 흠집을 낸 다음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대로 두면 우묵한 직선의 흉터가 생기는데, 이를 반흔문신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크기에 관계없이 문신을 한 사람은 불법 시술을 받았거나 외국에서 하고 온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문신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종종 문신을 시술한 사람이 검찰에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의 전문적인 문신 시술가들은 대략 50∼60명 정도이다.

원시시대부터 자기표현을 위해 문신 행해져..

문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발자취를 같이 한다. 원시시대부터 문신은 원초적인 자기 표현의 본능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문신은 피어싱, 보디페인팅, 헤나와 함께 신체 예술로 분류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헤나는 살갗 염색을 말하는데, 원래 인도와 이집트에서 결혼 의식의 하나로 내려왔다고 한다. 최근 헤나는 문신 대용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문신을 받을 용기는 없지만 뭔가를 몸에 그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지워지는 문신' 헤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의 여러 백화점과 대전, 수원 등 전국에서 여러 차례의 무료 헤나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헤나와 함께 젊은층에서는 일회용 문신스티커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주로 온라인 판매로 건식 스티커의 경우 하나의 문양당 3000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서구에서는 이들의 경연대회가 매년 열리는데 지난 6월에는 스페인에서 문신 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소설 '장미문신' 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히트한 경우를 살펴봐도 문신이 얼마나 대중화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문신이 자기 표현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으면서 문신 전문점과 관련 사이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문신 숍은 1998년 문을 연 '수싸스' 이고 문신관련 사이트로는 타투 코리아, 한국문신동호인협의회, 시류 패밀리 등이 있다. 이러한 가게나 사이트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욕망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불법이 아닌 제대로 된 시술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하려는 목표아래 운영되고 있다.

문신있는 사람은 곧 범죄자?
한국인들의 인식으로는 문신하면 조직폭력배나 깡패를 단연 떠올리게 된다. 경찰에서는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뒤 언론에 공개할 때 종종 용의자들을 일렬로 세워 웃옷을 벗겨 등판을 보여준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이나 가슴에 용 그림 같은 문신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한참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의 수배 과정에서도 신창원이 하고있는 문신을 공개하고 사람들은 그런 문신을 한 사람을 제보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문신은 곧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1981년 5공화국이 출범했을 때 '사회악 일제소탕' 이라는 명분아래 실시되었던 삼천교육대 훈련에도 1차 검거대상이 문신을 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문신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사회 현상에서 근래 들어 또한 자주 접할 수 있는 광고가 바로 문신을 지워준다는 광고이다. 이는 문신을 지우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신을 못해서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사람과 문신한 것을 후회하며 지우는 사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문신 제거 경험이 가장 많은 의사는 서울소년원의 의무과장 백성모 박사이다. 백과장은 'ND 야그 레이저' 라는 문신 제거기계를 이용하여 서울소년원생들의 갱생을 위해 무료로 시술하고 있다. 이 기계는 피부속의 색소를 파괴해서 흡수하는 방식으로 백과장이 시술해 주는 인원은 하루 3∼4명 꼴로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문신 제거 시술을 했다. 백과장에 따르면 청소년 문신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앞가슴과 등판에는 주로 용 그림이나 용(龍)자를, 허벅지에는 장미그림을, 그리고 손가락에는 임금왕(王), 손등에는 불교표시(卍)를 주로 새긴다고 한다. 안양소년원에는 문신을 한 소녀들도 있는데 이들은 주로 젖가슴이나 음부주위에 남자친구의 이름을 새긴 경우가 많고 시술자는 대부분 남자친구라고 한다. 장난 삼아 단지 멋있어 보이고, 남자다워 보여서 철없이 문신을 하고 난 소년원생들은 성장해서 불량배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고, 창피해서 짧은 옷도 못 입고 목욕탕에도 갈 수 없다며 문신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문신을 제거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00만원 선이다. 한번에 지워지는 것도 아니라 몇 개월에 걸쳐 여러 번 해야 그 문양이 희미하게 된다. 그래서 서울소년원에서는 문신 제거 시술을 시작했고 호응이 좋아 현재 전국의 12개 소년원에서 전부 실시하고 있다. 서울 소년원생 중에는 문신 제거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훈방기회가 있어도 문신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남아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시술을 통해 문신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청소년들이 한때의 실수를 지우고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 문신한 사람을 무조건 범죄자 취급하는 시선이나, 유행이라고 무작정 문신을 하려는 사람 모두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릴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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