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0호=김길수 발행인) 설은 시간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 날인데,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날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씩 더 먹는다. 기해년을 맞이하여 모든 분들에게 복이 넘쳐나길 기원해 본다.

얼마 전 부산의 한 기초단체가 복지비 가중으로 열악해진 기초단체의 재정 불균형 구조를 해결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고 한다. 편지의 주인공은 바로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으로, 편지에는 ‘복지비 폭탄’으로 구청 재정구조가 어려운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부산 북구청의 사례는 복지정책 남발이 초래한 폐단과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복지 사업은 정부와 기초단체가 법에서 정한 비율대로 예산을 투입해 이뤄진다. 지방재정공시시스템에서는 아직 전국 기초단체 통계가 확인되지 않지만, 예년 수준에 비춰 북구의 분담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구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 26.8%로 부산에서 가장 낮고, 전국으로 따져도 최하위권이다. 북구의 올해 복지예산은 2,945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71.4%에 달한다. 재정자립도가 26.8%에 불과한 지자체가 예산의 70%를 복지에 써야 하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3월부터 기초연금 지급액이 인상되면 북구청의 지출액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회복지 지출이 인건비도 감당 못할 정도로 취약한 지방의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부산 북구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치매국가책임제나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지방정부에 떠넘겨지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이 파탄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미 복지예산 분담금에 치여 공공질서 안전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기초 민생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무상급식 확대나 청년국민연금 등 퍼주기 복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지방 재정 상황은 80:20이라는 중앙과 지방의 불합리한 세입재정 비율구조에서 비롯된다. 서구의 경우 40:60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보장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의 경우 의존 재원과 자체재원을 합해도 경상적 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신규 사업 등 지자체가 운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5%도 채 안 된다. 더욱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시대를 맞아 사회복지비의 대폭 증가(총세출예산액의 35%)는 국가 및 지방 재정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재정 운용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특히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줄줄 새는 각종 복지예산에 대한 심사가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 구청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중앙과 지방이 재정을 분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복지혜택을 늘린다면 취약한 고리인 지방부터 ‘복지비 디폴트’사태가 터져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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