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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이틀, 하지만 나이는 두 살입니다”세계에서 유일하게 ‘세는나이’ 사용…한국식 나이셈법 ‘전통고수’ VS ‘폐지’ 논쟁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9.01.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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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0호=신혜영 기자) “저는 12월 31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내일 두 살이 됩니다.” 한국은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다. 같은 해 1월1일생과 12월31일생은 같은 한 살이다. 이 두 아이는 태어난 지 일 년 가까이 차이나지만 나이는 같은 한 살이다. 하지만 이듬해 1월1일 날 태어난 아이는 전년 12월31일에 태어난 아이와 한 살 차이가 난다. 태어난 지 하루 차이지만 나이는 한 살 차이다. 이런 식의 나이 계산법은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통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행정상의 나이 셈법은 또 다르다. 행정상에서는 만 나이로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변하는 한국 나이. “당신은 몇 살이십니까?” 하고 묻는 말에 우리는 몇 살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1살을 먹고 태어난다. 때문에 한국에서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다음날인 1월 1일 하루만에 2살이 된다. 이런 나이 셈법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사진출처_뉴시스)


30대 주부 신모 씨는 아이의 두 번째 생일날 케이크를 사는데 점원의 “초는 몇 개 드릴까요?”란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첫 돌 때 케이크에 초를 한 개 꽂았는데 두 번째 생일엔 몇 개를 꽂는 게 맞는 것인지 순간 고민됐다. 왜냐하면 아이의 두 번째 생일, 아이의 한국식 나이는 3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다음날인 1월 1일 하루만에 2살이 된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한국식 나이 즉 ‘세는 나이(태어난 해부터 계산)’와 ‘만 나이(생일기준)’, ‘연 나이(현재연도에서 태어난 연도 뺀 것)’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나이 셈법을 적용하면 1985년 11월에 태어난 사람은 만으로 32세, 연 나이로는 33살, 세는 나이로는 34살이 된다.(세는 단위는 주로 ‘살’을 사용하고 만 나이는 ‘세(歲)’로 표시한다.) 여기에 ‘빠른 나이’까지 적용하면 우리나라 나이 셈법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야 빠른 나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30대 이후 사람들에겐 여전히 빠른 나이 셈법이 존재한다.
빠른 나이란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 기준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1·2월에 태어난 아이들 대부분 1년 빠른 7살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3월부터 다음해 2월 생일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부터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입학기준이 1월~12월로 개정되면서 빠른 년생이란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되기 전에 학교를 입학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빠른 나이가 존재한다. 같은 년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일찍 들어간 아이는 언니, 형이 되는 애매한 서열 기준이 생긴다.
 

한국식 나이 셈법 ‘세는나이’ 세계에서 유일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세는나이’를 사용한다. 외국에서는 이런 문화를 ‘코리안 에이지’라고 부른다. 세는나이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한 셈법으로 동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했다. 이 방식은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을 부여하고 매년 새해 공평하게 한 살씩 더한다. 2012년 12월31일 태어난 아이는 올해 7살이 되지만 하루 늦게 태어난 2013년 1월1일생과 같은 해 약 11개월 늦게 태어난 12월31일생은 똑같이 6살이 된다. 동아시아식 셈법의 유래에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한자 문화권에서 0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1부터 시작했다는 가설과 인간존중 사상으로 뱃속 태아에게 나이를 적용했다는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다.
반면 서양식인 ‘만 나이’는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는 날 한 살이 된다. 매년 생일을 기준으로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일본은 1902년 법령을 제정하면서 ‘만 나이’ 문화를 정착시켰고, 중국은 1966~1976년 10년간 진행된 문화대혁명 이후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있다. 베트남도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동아시아 나이 계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부터 ‘만 나이’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한국식 나이, 즉 세는나이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각종 공문서에 나이를 착각해 잘못 기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불편 때문에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100여 년 전부터 ‘세는나이’ 방식을 폐지했다.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포털 사이트에서는 ‘만 나이계산기’까지 등장했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만 나이가 계산된다. 만 나이계산기가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식 나이 셈법에 익숙해져 있어 실제 법적으로 사용되는 만 나이 계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단 얘기다. (사진출처_네이버 만나이계산기)

“만 나이는 합리적인 나이 셈법” 만 나이로 통일 시켜야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포털 사이트에서는 ‘만 나이계산기’까지 등장했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만 나이가 계산된다. 만 나이계산기가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식 나이 셈법에 익숙해져 있어 실제 법적으로 사용되는 만 나이 계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단 얘기다.
그러다 보니 만 나이와 세는 나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유일하게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지금, 실생활에서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흐름인 만 나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우리의 오랜 전통과 문화이므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팽배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은 하나인데 그 사람의 나이가 중복으로 몇 개나 되는 것은 혼란스럽고 복잡하다”라며 “한 번 설명할 것을 몇 번이나 설명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공공부문 일 처리에서도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법적으로 출생일을 기준으로 한 ‘만 나이’를 사용하도록 명시해 공문서나 법조문, 언론기사나 병원진료기록 시 ‘만 나이’를 쓴다. 그러나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생일이 아닌 연 나이가 적용된다.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병역법 11조를 보면 ‘병역의무자는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만 19세가 아닌 그냥 19세로 표기되어 있다. 생일 기준이 아닌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이 되면 19세 모두 병역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는 관습적으로 ‘세는나이’가 통용되고 있어 병원이나 관공서 등에서 종종 혼란을 일으켜 행정처리가 엉망이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과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청약 가점제 제도 시행 초기에 무주택기간 산정시 한국식 나이를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한 착오가 많았다. 원칙은 만 30세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대부분 1년 정도 잘못 계산해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만 나이 사용을 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 나이는 합리적인 나이 셈법”이라며 “의학적·행정적으로 생기는 불편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공통 된 의견이다.
나이세는 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해 불편을 겪는 이들이 늘자 '한국식 나이'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홍주홍 의원은 공문서에 만 나이 기재를 의무화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 사용을 권장하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지난해 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남녀 2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나이 계산법에 대해 질문한 결과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의견에 응답자의 68.1%가 동의했다.
 

한국식 나이는 우리의 전통문화, 고수해야

하지만 한국식 나이를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을 인정해 태어날 때부터 한살을 인정해주는 우리만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갑 성균관 유교방송 대표는 “어머니 배 속에서 10달 동안 있는 시간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바로 1살이 돼야 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나이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혼선으로 그것이 꼭 나쁘다 좋다 또는 어떤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과 달리 예의가 중시되는 우리나라는 호칭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은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만 나이를 사용해도 큰 상관이 없지만, 예의가 중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름 대신 형, 언니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호칭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 나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오랜 관습으로 굳어진 한국식 나이를 한 순간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을 초래 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다.
홍콩 유학생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처음 만나면 모두 나이를 묻는다. 그만큼 나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형, 오빠라는 것에 대해 너무 엄격한 문화다”라고 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한국식 나이 셈법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셈법 기준이 통일 되지 않는 한 단연컨대 올해에도 나이 셈법을 두고 어김없이 찬반 논쟁은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기해년 첫날인 지난 1일에만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10건 이상 올라왔다. (사진출처_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나이로 존대와 서열을 결정하는 독특한 문화 탓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만 나이’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로 나이로 존대와 서열을 결정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목한다.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에서 나이를 계산할 때 이런 법적 나이로 계산을 하지 않고 있다. 또 정부 수립 이후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와 집단주의가 결합해 기존 문화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한국식 나이 셈법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기해년(己亥年) 첫날인 지난 1일에만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10건 이상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셈법 기준이 통일 되지 않는 한 단연컨대 올해에도 나이 셈법을 두고 어김없이 찬반 논쟁은 이어질 것이다.

“올해 당신은 몇 살입니까?”
“어떤 기준으로 말입니까?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어떤 나이로 말씀드릴까요?”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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