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는 틴에이지 걸 누아르의 선두 주자 메건 애벗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메건 애벗의 이름을 소개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배리상, 에드거상을 수상하고 앤서니상에 노미네이트된 실력파 작가인 메건 애벗은 십 대 소녀의 야망과 성장을 누아르 필름처럼 어둡고 미스터리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데번은 세상의 고정관념처럼 연약하고 순진한 면만 가진 십 대 소녀가 아니다. 얼음 눈, 때로는 기계라고 불리며 경기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때때로 누구도 상상 못 한 냉혹한 방법을 사용할 줄 안다. 또한 데번의 강력한 지원자였던 엄마의 마음속에서 불어나는 의심과 불안이 작품을 사건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묘사, 운동선수 소녀와 누아르라는 독특한 조합에 더하여, 무엇보다 어린 소녀가 미스터리의 주체로 작품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는 지금 이 시대에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주인공 데번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체조 선수다. 코치는 올림픽 대표라는 꿈으로 데번을 이끌었고 가족은 물론 체육관까지 데번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흐트러질 법도 하건만 데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의연함을 유지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체육관의 일원인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고, 라이언의 여자친구였던 헤일리가 데번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데번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작가 메건 애벗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데번의 어머니 케이티의 입장에서 전달한다. 케이티는 제삼자이기도 하지만 데번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게다가 딸에 대한 의심이 깊어질수록 케이티는 죄책감을 느끼며 무너져간다. 믿을 수 없는 화자는 애벗의 트레이드마크로,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여 수수께끼를 심화시키고 사건을 극적을 이끌어간다.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서스펜스는 사건 전개보다는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학부모들끼리 주고받는 은밀한 견제나, 딸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 앞에서 평정을 가장하는 순간, 부모의 의중을 알아채고도 모르는 척 입을 다무는 아이들 등, 메건 애벗이 포착한 복잡한 인간관계는 현실의 그것을 절묘하게 반영하여 독서에 한층 재미를 더한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