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가 엇갈린 한국 스포츠, 국내가 우선돼야
첫 골로 행복한 박지성과 집을 잃고 전지훈련 떠난 현대 유니콘스


최근 이동국 이천수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축구 선수들이 다시 한번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어서 국내 축구 팬들이 제 2의 박지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진출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에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K리그는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외면 받고 있으며, WBC의 영광이 사라져버린 지금, 국내 야구는 갈 곳을 잃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주인을 기다리며 무거운 미국 전지훈련을 떠났다는 소식은 국내 스포츠가 없으면 박지성도 이승엽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유니콘스 ‘내일 해체돼도 오늘 연습을’

1996년 닻을 올려 4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 모 기업의 자금난으로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야구단 인수 보류를 밝힌 뒤 하루 만인 지난 1월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 철회를 선언했다. 전날 오후 3시쯤 “야구단 이름을 가칭 ‘농촌사랑야구단’으로 정한다”고 발표한 농협이 불과 5시간 만에 보류로 급선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발을 완전히 뺐다.
농협의 야구단 인수 철회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고위층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감독관청 농림부가 야구단 인수 불허 입장을 밝힌 데다 노조와 농민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반대 여론까지 거세져 인수 명분이 퇴색된 것이다.
농협이 발을 뺌에 따라 현대 구단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계열사들의 지원을 다시 받아 시간을 끌면서 새 인수 기업을 물색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도 이날 “팀이 해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현대 형제 기업들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계열사 고위층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현대가 계열사의 지원이 완전히 중단돼 당장 2월 선수단 월급을 주지 못한다면 KBO의 관리구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선수들은 자동으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팀은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
하지만 KBO가 구단을 관리하는 것도 30일로 한정됐기 때문에 농협이 인수를 포기하고 새 인수 기업마저 나오지 않는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는 7개 구단으로 축소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이 지난 1월19일 오전 미국 전지훈련을 떠났다.
2006년 WBC 4강의 쾌거를 이뤄내며 국민을 즐겁게 해 줬던 한국 야구가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해 보인다. 10년 동안 국내 야구를 지켜오던 구단이 해체되는 것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일부 국내 야구 스타에게만 인기가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박태환 김연아, 지금 올림픽 준비중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 박태환(경기고)이 지난 1월16일 세계적인 수영용품업체 스피도(Speedo)와 2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스피도측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30억원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28년 호주에서 설립된 스피도는 그동안 마이클 펠프스(미국), 기타지마 고스케(일본), 그랜트 해켓(호주)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후원해왔으며 지난해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 담당 직원을 파견해 박태환의 기량을 분석한 결과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판단해 후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스피도는 앞으로 한국인 코치와 외국인 코치 또는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영양사, 통역, 훈련파트너까지 총 7명으로 구성된 ‘박태환 전담팀’을 구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클럽으로의 전지 훈련기회도 제공하게 되며, 박태환 전용 수영복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피겨스타’ 김연아(군포수리고)는 허리부상이 좀처럼 낫지 않아 이달 말 중국 창춘에서 열릴 아시안게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디스크 초기판정을 받고 치료에 몰두하고 있는 김연아는 하루 약 5시간의 재활과 물리치료를 한 뒤 태릉으로 이동해 1시간 정도 스케이트를 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프로그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허리를 이용한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심해 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몸 상태와 훈련량으로는 대회를 치르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또 무리해서 출전할 경우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빙상연맹은 김연아가 불참할 경우에 대비해 엔트리 교체도 염두에 두고 있다.


‘파워엔진’ 박지성 시원한 시즌 첫 골
‘파워 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애스턴 빌라 전에서 터진 시즌 첫 골과 함께 마음고생을 훌훌 날려버렸다. 프리미어리그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지성을 괴롭혔던 ‘골 넣지 못하는 공격수’ 라는 달갑지 않을 꼬리표를 땠다. 시즌 초반 박지성은 “골 욕심을 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수로서의 득점 본능을 일깨웠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난 9월 초 부상을 당하면서 무려 석달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소속팀은 첼시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박지성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지난 12월 17일 복귀 후에도 첫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출전을 할 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였고 수많은 찬스를 만들어 팀 승리에 기여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이따금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지난 2일 뉴캐슬 전에서는 골대를 맞히는 불운까지 있었다. 이에 영국 언론에서는 박지성의 결정력 부족을 비아냥 거리기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경쟁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첫 골로 그런 평가들을 훌훌 털어버리게 됐다.
전반 11분 만에 기다리던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게리 네빌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에서 첫번째 슈팅으로 연결했던 박지성은 애스턴 빌라의 게리 케이힐이 걷어내려다 빗맞은 볼이 자신 앞으로 흘러오자 오른발로 논스톱 슛, 골문 왼쪽에 꽂아 넣었다. 박지성의 든든한 후원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시즌 첫 골에 대해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를 찾은 7만 6천73명의 리그 한 경기 최다 관중은 자신감을 회복한 박지성이 후반 20분 교체 아웃될 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올해 출발이 좋다는 평가와 함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지성의 승승장구를 기대해 본다.


천재 골퍼, 미셀위 아닌 후지카와
소니오픈에서 역대 두번째 최연소 PGA 컷 통과를 이룬 뒤 공동 20위의 성적을 거둔 태드 일본계 미국인 후지카와(16)의 등장으로 미셸 위(18·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의 가치의 더욱 평가 절하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의 지역지인 STL투데이닷컴은 “후지카와는 소니오픈에서 컷 통과의 위업을 이룬 뒤 또다시 66타의 스코어(3라운드 성적)를 기록함으로써 이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셸 위는 14타나 부족한 스코어로 컷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자신이 계속 PGA투어에서 활동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또 미셸 위는 남자 대회에 13번 도전하여 단 한번의 컷 통과(아시안투어의 SK텔레콤오픈·2006년 5월)가 유일한 돌파구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셸 위와 후지카와의 차이점은 ‘스폰서 초청 출전’과 ‘자력 진출’로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미셸 위는 대회 후원업체 초청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후지카와는 예선전을 통과해 스스로 참가 자격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충분한 휴식을 통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자숙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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