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감성을 잡으면 기업의 돈이 보인다”
예술과 마케팅의 만남, 고객들의 문화욕구 충족과 기업이미지 제고에 효과적

기업의 경쟁력에 있어 기업 이미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 것이 아트 즉, 문화다. 이에 최근 기업들이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문화 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로 예술을 마케팅에 접목시킨 ‘아트마케팅’이 최근 기업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트마케팅은 예술 인프라를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고도의 감성 마케팅 전략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교양을 갖추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소비 풍토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 2006년 2월 독일 자동차 아우디는 한국에서 신차 ‘A8 뱅앤올룹슨’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독일의 현대사진 거장인 토마스 루프, 토마스 스트루스, 칸디다 회퍼의 작품 20여점을 전시했다. 전시비용으로 차 한 대 값이 들었지만 홍보 및 판매 효과가 더 컸고,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심미적 측면과 감성적 코드가 이러한 마케팅을 매우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던힐’로 잘 알려진 브리티쉬 아메리칸 코리아(BAT 코리아)는 담배 케이스에 4명의 국내, 외 유명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그림들을 집어넣은 ‘던힐 퍼펙셔니스트 시리즈’를 지난 2005년10월부터 한정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고객들의 문화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아트마케팅’을 강화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622개가 지난 2005년 한해 동안 문화예술지원에 쓴 돈은 역대 최고치인 1,800억6,000만원이었다. 이 중 미술관 건립 및 운영, 작품 구입 등 미술 분야에 쓴 것이 전체의 45%인 80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과 문화의 만남
기존 기업과 문화의 만남은 기업 메세나로서 문화자선의 다소 소극적인 문화마케팅의 개념이었다. 메세나란 기업들의 조건 없는 문화지원활동을 통해 문화, 예술의 발전을 도모해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것으로 이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문화후원의 개념으로 변화됐고 현대의 기업 메세나는 문화투자 관점을 바탕으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문화마케팅 개념까지 발전했다. 오늘날 기업들은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기업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마케팅 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AT&T나 필립 모리스, IBM 등 경우 국제시장을 기반으로 예술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고양하고 잠재적 고객을 개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대표적인 아트마케팅 사례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유럽 주요도시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신제품 런칭행사를 벌이는 명소를 활용한 아트마케팅을 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992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볼쇼이극장에 10만 달러를 협찬하면서 시작된 ‘명소마케팅’은 대영박물관과 로댕박물관, 루브르박물관에서 '글로벌 로드 쇼'를 벌이며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톨스토이 문학상 시상식 등을 푸쉬킨박물관에서 개최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켰다.

제품개발단계부터 아트와 결합
국내 아트마케팅의 선두주자인 쌈지는 ‘예술이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신념 하에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하고 있다. 런칭 당시부터 김원숙, 유연희, 양주혜, 엄정순, 홍승혜, 최선희 등 여성 작가들의 판화를 제작해 매장에서 상품과 함께 예술을 판매·보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쌈지의 경우 예술의 생산과 소비, 예술과 놀이문화가 공존하는 쌈지스페이스의 운영, 젊고 실험적인 예술가들의 경제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기획된 아트 스튜디오 프로그램,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쌈지를 간접 광고하는 아트 광고 프로젝트, 실험적인 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작품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쌈지 워크샵 등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쌈지는 지난해 팝아트시트 낸시 랭을 광고모델 겸 예술 감독으로 영입하고 지난해 1월에는 쌈지 스포츠를 통해 ‘낸시 랭’라인을 출시하는 등 예술 작품을 의류 및 악세사리에 접목시키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한다.
제일모직 구호(KUHO)는 ‘하트 포 아이(Heart for Eye) 도네이션 티셔츠’에 아티스트 한젬마, 패션 포토그래퍼 김현성, 영화배우 장미희 등이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한젬마는 시각 장애 어린이들의 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염원을 담아 지퍼를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일본 키치(KITCH) 미술의 대부인 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의 그림으로 핸드백, 아이팟 셔틀 커버 등을 디자인해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한정판으로 생산된 이 제품은 여전히 구매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아트마케팅 열기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가전업체와 식음료업계도 ‘아트’의 개념을 제품개발 단계부터 결합한 본격적인 아트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제품 디자인에 순수 예술을 접목한 ‘아트 디오스’의 첫 시리즈인 ‘모던 플라워’에 서양화가 하상림의 꽃 그림을 적용,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배가 시켰다.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함께 떠나는 세계미술관 여행’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국내 유명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롯데제과도 비스킷 ‘하비스트 검은깨’ 포장지에 수확을 주제로 한 명화 9점을 선보이고 있다.
와인판매회사 수석무역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사의 와인 ‘모나리자’를 출시해 와인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에서 제조된 와인으로, 그의 작품을 제품 디자인으로 활용해 맛과 함께 인지도 향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의 톱 디자이너 및 예술가의 만남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판매효과 면에서든 기업 이미지의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가져온다.
이 밖에 국내 금융권 중 가장 앞서 아트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하나은행은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미술 및 음악 아카데미’를 무료로 제공하고 저명인사들을 초빙, 미술에 대한 이해나 연주가 곁들인 강의를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태평양의 경우 디 아모레 갤러리를 운영, 태평양의 고급 화장품 판매 공간과 미술 전시공간을 합친 곳으로 1층에 설화수, 헤라 등 고급 브랜드 전시장을 2층에는 메이크업 존을 운영하면서 3층에 순수미술 및 공예품을 보여주는 공간을 함께 갖췄다.

백화점도 아트마케팅 경쟁시대
백화점도 과거와 달리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알짜 패션상품이며 명품 브랜드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국내 백화점들이 최근엔 ‘아트(미술)’라는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술은 시각적 측면에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 최근 미술과 미술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백화점들은 보다 입체적이고 진일보한 아트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은 35~60m길이의 리본 3,000여개가 백화점 네 개 벽면을 에워쌌다.
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이면 모든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데 이번엔 새롭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 신지 오마키(36)에게 건물 전면을 리본으로 싸고, 70개의 조명을 비춰 ‘사랑의 선물’이란 콘셉트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목동점, 미아점, 중동점에 순수 미술공간인 ‘갤러리H’를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명품관 에비뉴엘을 오픈 지하2층 매장부터 5층까지 전층을 일본의 미술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으로 꾸몄다. 고객들이 빛을 이용한 ‘그림자 회화’라는 독특한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쇼핑과 문화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공간 배치를 한 것.
신세계백화점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막강 경쟁력을 꾸준히 지켜온 전통의 백화점답게 양질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 창립 75주년에 맞춰 재 오픈한 본점의 경우 무려 150여점의 빼어난 미술품이 곳곳에 설치돼 문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쇼핑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아는 2년 전 네덜란드 건축가 벤 반 버클에 의뢰해 선보인 건물디자인이 단연 돋보인다. 외벽을 4,330개의 무지개 색 유리디스크로 덮어 낮에는 햇빛에 따라 빛을 발하고, 밤에는 특수 LED조명을 컴퓨터로 조정해 건물을 한점의 화폭처럼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기업의 전시회 개최는 고급화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본사의 제품을 선호하게 하는 심리적 효과를 유발하며 판매율 증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와 기획력이 중요
국내에 체계적인 아트마케팅 기법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 아트마케팅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각도의 시도를 통해 해외 기업들 못지않게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이유엔 기업의 사회공헌도 하고 기업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예술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5일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 증대로 인해 고객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고객들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니 아트마케팅이 늘고 있다.
호주문화인문재단(AFCH)과 아더앤더슨 컨설팅이 발표한 ‘기업이 아트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이라는 인식 둘째, 시장 우위 확보로써 표적 시장 내 인지도 제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제품을 고품질로 인식하는 고객이 증대되어 가격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다. 셋째, 내부고객의 사기, 자긍심, 창의적 사고의 증대와 같은 종업원 혜택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트마케팅의 경우 단기간에 매출 증대효과를 불러오진 않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래를 위한 문화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메세나협회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제품 차별화를 위해 아트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라며 “다만 아트마케팅은 일반적인 광고나 스타마케팅과 달리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기업들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마케팅 이벤트를 꾸준히 펼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관계자는 “세계 일류기업일수록 아트마케팅에 한 발 앞서가고 있다”며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 수준의 평준화로 독특한 아트마케팅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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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잡아라” 이색 마케팅 현장

■동에번쩍, 서에번쩍 ‘게릴라마케팅’ =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중이 많이 모인 공간에 갑자기 나타나 상품을 선전하거나 판매를 촉진하는 행위를 말하는 게릴라마케팅이 불황을 타고 최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악 포털 ‘멜론’은 서울 광화문, 연세대학교 부근 버스 정류장 등 광고판에 ‘멜론 체험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광고판에 이어폰을 꽂으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청계천 인근에 휘센 에어컨을 설치한 구조물을 마련, 산책하는 사람들이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하는 ‘휘센 바람길’을 운영했다.
■고객을 참여시키는 ‘프로슈머마케팅’ = 제품 개발단계부터 고객을 참여시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기획, 홍보 등을 함께 펼치는 프로슈머(생산자인 'producer'와 소비자 'consumer'의 합성어)마케팅이다.
LG전자는 내년 휘센 액자형 에어컨 신제품에 넣을 명화를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맡겼다. 삼성전자도 애니콜 휴대전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아이디어 뱅크 모임 '애니콜 드리머즈'를 운영, 제품 사전 사용, 리서치 작업 등 단순 고객참여 범위에서 벗어나 기획, 디자인, 연구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소비자의 뇌를 읽어라 ‘뉴로마케팅’ = LG텔레콤의 TV광고 ‘랄랄라’편에서는 고객이 서비스를 받고 즐거워하는 장명이 나온다. LG의 서비스를 받으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려고 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 상표인지도가 맛 선택도 좌우한다는 새로운 발견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데에 잠재의식이 작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신경과학과 마케팅을 접목시킨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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