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최영찬 교수가 지난 2000년 (주)이지팜을 창업했다. 농업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정보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대학원에서 생산농가들에 필요한 경영관리프로그램들을 개발하던 중 ‘농업에 정보를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이념으로 (주)이지팜을 설립한 것이다.

▲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

이러한 목표를 위해 (주)이지팜은 농업인들의 유통혁신을 위해 농업인들이 직접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과 양돈생산경영관리프로그램을 현장에 보급하는 사업, 산지유통센터들의 업무를 전산화하는 프로그램의 개발 등 농업인과 농업조직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해왔다. 또한, 최근 융합시대를 맞이해 IT기술과 농업생산 장비, 기자재, 시설 등을 통합 관리하는 ICT 융합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2000년 5월 창업 당시는 주로 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작은 회사였으나 지금은 95여 명이 연 11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주)이지팜의 박흔동 대표는 “농업이라는 열악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우리 나름대로는 농업인의 소걸음같이 우직한 회사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14년이 지나 창업 당시 같이 했던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떠났지만, 개발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이지팜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직원들이 15명이 넘을 정도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것이 저희 자랑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 지역사랑 걷기대회

2000년 농촌 현장에는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사용하는 농가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보화 황무지와 같았다. 피그플랜이라는 양돈생산프로그램을 보급하려면 농장에 가서 돼지들과 뒹굴며 돼지 귀에 일련번호 표를 붙여주기도 하면서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농가들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씩 교육해주고 초기 데이터도 입력해주는 등 고생이 많았다. 또한, 농가들에 억지로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을 수도 없었다. 당시 회사 매출은 정부에서 농업정보119라는 사업이 있어서 농가를 방문하여 컴퓨터를 수리해주거나 정보화 교육을 해주면 농장당 하루에 3만 원씩 받는 지원사업을 활용하여 보급사업을 진행해왔다.

또한, 농업인들의 전자상거래 사업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2001년부터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경기사이버장터를 줄곧 위탁 운영해오고 있으며 안성, 평택, 여주 등 시군 단위의 쇼핑몰도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외에도 많은 지자체가 농산물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지팜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사이버장터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0년 초에는 전자상거래 자체가 시작단계여서 택배, 인터넷 등 농촌 현장에는 모든 게 미흡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농가들에 교육해주고, 고객 대응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가르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인터넷도 모르던 농가들이 현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옆집 농산물까지 팔아주는 사이버 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농가들을 보고 있으면 이지팜의 역할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고 자부심도 느낍니다.” 라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 (주)이지팜 박흔동 대표

또한, 그는 “기후변화가 점점 심해지고 FTA 이후 경쟁도 격화되는 오늘날, 미래를 잘 예측하고 ICT 융합 시스템을 이용하여 보다 편하게 농사짓고,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선호되도록 한다면, 향후 더 많은 사람이 농사를 업으로 삼기 위해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라며 6차 산업으로의 농업에 대해 피력했다.

이지팜은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이룬 농가의 성장은 참으로 경이롭다. 박 대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서 농업인들이 이지팜이 만든 정보서비스를 이용해서 편하게 농사짓고, 돈도 벌고, 직업으로서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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