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공릉동 주택가에 홍대나 이태원에서 봄 직한 브루펍(brewpub· 직접 제조한 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 작은 건물이지만 맥주 설비와 원재료가 가득하다.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은 직접 양조하는 펍으로 지역에서 맥주 맛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 같은 소규모 맥주는 장기보존과 이동성의 용이하고 무엇보다 대량생산을 기조로 하는 일반맥주와 달리 품질위주의 소량생산, 직접소비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최대 장점이 있다. 보존제나 방부제가 전혀 없고, 인공여과 과정까지 거치지 않는 순수맥주인 하우스맥주는 일반 맥주와는 그 맛이나 신선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다양한 맛의 여러 종류 맥주를 생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덕분에 맥주 애호가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바네하임의 김정하 대표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 브루어(brewer·양조가)다. 브루펍 대표로선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2004년 7월에 오픈해 11년째 운영하는 이곳은 브루펍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가장 오래된 매장이다. 또한, 강북에선 최초이자 유일한 브루펍이었다. 가족들과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기에 공릉동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단순히 동네에서 맥주를 파는 곳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 대표는 이달 초 독일 ‘되멘스 아카데미(DOEMENS Akademie)’가 서울에 개설한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Biersommelier)’ 과정을 국내에서 최초로 수료했다. 되멘스 아카데미는 1895년 독일에 세워진 맥주 전문가 양성기관이다. 되멘스가 주관하는 비어 소믈리에 과정은 단순 수료과정이 아니라,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통과해야만 비어 소믈리에 자격증이 수여된다. 비어 소믈리에 과정을 끝냈다는 말은 세계적인 맥주 교육기관이 김정하 대표의 실력을 보증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전문 비어 소믈리에다.

 

김 대표는 “바네하임의 맥주는 빼어난 균형감이 매력입니다. 향이나 맛을 직접 뽐내기 보다 뭉근한 매력을 덕으로 삼습니다. 바네하임의 대표 맥주 '프레아(Frea) 에일'은 천도복숭아의 상큼함과 자두의 향긋함이 돋보입니다. 프레아 에일이 조금 가볍다 싶으면 씁쓸한 맛이 살짝 강조된 스타우트 계열 '노트(Nott) 에일'도 있습니다.”
바네하임에서 취급하는 두 맥주는 모두 김정하 대표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다. 두 맥주 모두 홉과 맥아(malt)·물·효모 외에 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김 대표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특히 주택가에 위치하다 보니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입맛을 공략했고 부담 없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40~50대분들이 편하게 찾으며, 입소문을 많이 내주시고 있습니다.” 라며 “그동안 내실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확장을 얘기하십니다. 맛있는 맥주를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단골 고객들의 조언이었지요. 그래서 2016년에는 ‘바네하임’의 확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호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라고 밝혔다.

(* ‘바네하임(Vaneheim)’은 북유럽 게르만 신화에 나오는 지명이다. 농업과 풍요를 관장하는 신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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