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리처드 도킨스, 데즈먼드 모리스, 줄리언 헉슬리…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지구생물학 여행!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대중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울 만한 한 가지 과학 주제를 정해 그 분야 최고의 석학이 강의하고, 이를 연말 BBC에서 연속 특집 방송하는 세계적인 행사이다.

이 강연은 1825년 런던에서 시작되었으며, 일반 대중과 젊은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과학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었다. 이 책은 1825년의 마이클 패러데이부터 시작된 200년 역사의 강연 중에서, 지구의 생명을 주제로 한 금세기 최고의 지구생물학 강연 11편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 실린 크리스마스 강연은 단순히 강연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멸종 위기 생물에 대한 위기를 알리는 역할을 하여 생명에 관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산업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환경오염과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1930년대, 줄리언 헉슬리는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희귀 동물과 야생 동물의 멸종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헉슬리는 런던 동물학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세계야생생물기금을 창립했으며, 이후 국립공원 면적의 확대, 왕립조류보호학회 활동 등 죽을 때까지 야생 생물의 보전을 위해 크게 노력했다.

1973년에 크리스마스 강연 무대에 섰던 데이비드 에튼버러는 동물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는 강연 중간에 과학자 로더 페인이 녹음한, 당시 멸종 위기에 처한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대조적으로 현재 혹등고래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강연이 있고 나서 5년 뒤 ‘고래 보호’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상업적 고래 사냥은 중단되었는데,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공개된 고래의 노래가 이 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복잡하고 아름다운 고래의 노래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여론이 고래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고래 개체군이 살아남게 되었고, 후대의 연구자들도 고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강연은 당시의 여러 사회 문제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당시 데즈먼즈 모리스의 크리스마스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 중에는 훗날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자가 된 데이비드 애튼버러와 그의 어린 아들 로버트 애튼버러가 있었다. 이날 모리스의 크리스마스 강연에 큰 감명을 받았던 로버트는 훗날 영국의 생물인류학자가 되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속 크리스마스 강연들은 우리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연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놀라운 여행의 여정이면서, 다음 세대의 어린 과학자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우리가 처한 기후 변화 및 멸종 위기 생물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석학들의 흥미진진한 생물학 강연을 읽으며, 독자들은 지구와 생명에 대한 더 깊은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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