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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천재의 베팅 '카지노 묵시록'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1.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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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그가 타이젬을 떠난 지 5년 만에 나타나 무심한 표정으로 두 권의 소설을 건넸다.

<카지노 묵시록>, 어쩐지 불온하면서 묵직한 제목이다.

타이젬 전문위원으로 집필할 때 독특한 소재를 발굴해 따뜻한 감성이 흐르는 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남성들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추고 집요하게 승부소설을 발표해왔던 재야의 이야기꾼이었다.

1990년대 출간한 <승부사>는 전국 도서대여점의 서가에 필수서적으로 꽂히는 베스트셀러였고, <드림보트>는 독창적이며 탐미적인 에로티시즘 묘사로 화제가 됐었다. 이후 <하우스> <올 오어 낫씽> <귀족>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승부 연작소설을 써냈다. 2018년 10월 27일 출간되는 <카지노 묵시록>은 그의 작품 활동에 분수령을 이루는 소설이다. 베팅과 사랑, 절망 속에 피어나는 처절한 삶의 의지를 그린 작품으로 카지노마니아들의 카페에 연재되면서 많은 갬블러들을 웃고 울렸다.

프로기사가 주인공이다. 기억9단은 온라인으로 바둑을 배워 기리를 터득한 천재다. 바둑을 접한 지 3년 만에 프로아마 오픈대회에 입상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프로면장을 받는다. 그러나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환멸을 느끼고 바둑계를 떠난다. 바둑 대신 택한 것은 카지노 게임, 강원도 카지노에서 기억은 미녀 콜라를 만나 민둥산 통나무집 펜션에 묵게 된다. 블랙잭의 고수 천둥, 홀덤의 달인 데스페라도 등과 팀을 이뤄 카지노와 장기전을 펼치면서 기억은 놀라운 승률을 기록한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천재는 게임의 세계에 몰입하면서 사람의 정을 갈구한다.

소설은 바둑 천재의 방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카지노 주변의 다양한 군상들을 소개한다. 작가 특유의 스피디하고 회화적인 묘사는 마치 눈앞에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관능적이며, 처절하다. 카지노 이면의 세계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작가는 금기로 여기는 베팅을 담론으로 끌어낸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어떤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카지노라는 단어는 다소 불온하지만 욕망의 하수구로 필요하다는 것, 도박으로 폄훼할 게 아니라 선진형 레저의 개념으로 적당히 즐기자는 것.

김종서 작가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글을 통해 대중의 관심사를 견인하는데 남다른 능력을 자랑한다. 라디오 프로그램(tbs,출발 서울대행진)을 맡았을 때는 MC서유석의 원고를 장기간 혼자서 집필하며 출근길의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했고, 공중파에서는 국내외를 쏘다니며 기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포츠토토 온라인 홈페이지 오픈 당시에 베팅칼럼과 소설<패시피카>를 연재했다. 그리고 바둑계로 들어와 타이젬 독자들과 십여 년 간 소통했다.

어느 곳에 가도 따뜻한 시각으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동호인들의 혈맥을 찾아내 힐링시켜주는 작업이 소설의 궁극적 목표라는 김 작가의 분투에 응원을 보낸다.

시사매거진, SISAMAGAZINE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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