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장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사람은 단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다.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선 신동빈 회장은 5시간 동안 이어진 자리에서 공손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신 회장은 마이크를 두 손으로 모아쥐고 “의원님이 말씀하신 부분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개선하겠습니다”, “지적하신 부분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등 깍듯하게 답했을 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받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가족 간 일로 국민한테, 의원들께도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짜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 숙여 사죄했다.그러면서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국적 논란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답변했다. 이러한 신 회장의 태도는 고성이 오갈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의외로 조용히 끝이 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의 ‘대관(對官) 업무’ 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언론 대응은 미흡했지만 대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만큼 국감 현장으로 향하는 ‘회장님’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는 중론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각 기업인들을 겨냥 목청을 높이며 칼날을 들이대곤 했다. 기업인들이 해명을 하려해도 ‘네’, ‘아니오’로만 답하라며 제대로 된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장시간 대기하고 질문 하나로 끝낸 적도 다반사다. 국감장에 불려나가는 것만으로도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인데, 국회의원들은 목청 높여 기업인들에게 창피를 준다. 이러한 망신주기식 국감이 신 회장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롯데그룹에서는 치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질의가 시작되자 비교적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국감자리에서 웃음을 보일정도로 여유도 찾았다. 의원들의 질문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 평소 보였던 권위적인 질타도 별로 없었다.
국감 뒤 롯데그룹 내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국감장에 선 신 회장보다 훨씬 더 가슴 졸였을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호사가들은 “회장님을 모셔야 하는 국감 자리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웠던 롯데그룹맨들의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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