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엘 6일 전쟁은 세계 전쟁사의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토 면적, 화력, 인구 등 모든 면에서 주변 아랍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이스라엘이 6일 만에 전쟁을 완전한 승리로 이끌어 내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승리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 군대에는 ‘앞으로 나가라’라는 전진 명령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군인이 앞으로 나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후퇴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가라는 명령 대신에 단지 나를 따르라는 명령이 있을 따름입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적진을 향해 부하들에게 앞으로 전진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관이 직접 총탄이 작열하는 적진 속으로 앞장서서 뛰어들어 나를 따르라고 명령할 따름입니다. 이것이 바로 6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결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이는 지도자나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서 초기 로마시대에 사회 지도층인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공공정신에서 기원한다. 로마사회 초기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기부, 헌납과 공공 봉사가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 고위층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확고했다.
명장 한니발로 유명한 카르타고와 벌인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최고 지도자인 콘솔 즉 집정관의 전사자 수만 해도 13명에 이른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수많은 귀족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당시 세계의 맹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로마 후기에 이르러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사라지고 권력 집중과 개인적 사리사욕의 추구, 거대하고 호화로운 사우나와 쾌락 추구 등 도덕적 해이로 사회 기강이 해이해지고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로마는 급속히 쇠락하기에 이르렀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 지도층의 자발적 의무 이행과 도덕의식이야말로 사회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아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 및 기득권층의 이러한 자세가 절실하다.

우리나라,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나가고 있는가. 계층, 지역, 세대 간 대립과 반목, 그리고 자신들의 의무는 저버린 채 말과 명분만을 앞세운 정쟁과 갈등만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따뜻한 방에서 잠자는 사이, 추운 겨울, 어두운 새벽녘에 언 손을 호호 불며 신문을 돌리는 어린 소년과 지하철역의 차가운 맨바닥에서 신문지를 덮고 떨고 있는 노숙자들.
우리 모두 자신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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