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중해 건넌 난민 46만 여 명, 목숨 건 항해 멈출 줄 몰라

유럽의 난민 사태가 수용(쿼터)제로 진정될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동유럽 국가들의 강한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유럽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쿼터제로 한시름 놓던 난민들은 다시 근심에 빠졌다. 현재 세계 난민 숫자가 제2차 세계 대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 5,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배고픔과 인권침해, 탄압, 테러 또는 전쟁으로 인해 떠돌아다니고 많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난민의 규모 탓에 뾰족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고민도 깊어만 가고 있다.

   
▲ 최근 지중해를 건너 망명하려던 3살 시리아 꼬마 난민이 터키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돼 전 세계를 울렸다.

[시사매거진] 지난 8월 27일 오스트리아 동부 간선도로에 세워진 트럭 안에서 부패한 71구의 난민 시신이 발견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배안에서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유럽 땅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것은 보기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오스트리아 동부 판도르프 인근 A4 고속도로 비상 주차공간에 세워져 있던 냉동트럭의 짐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9월 15일 터키 도간 통신에 따르면 터키 연안에서 20m 길이의 목조선이 침몰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난민 22명이 익사하고 난민 211명은 구조됐다. 앞서 이틀 전에도 그리스 파르마코니시 섬 인근에서 난민들을 태운 목조선이 침몰해 어린이 15명을 포함한 34명이 숨졌었다. 당시 100명 가까운 난민들이 구조됐었다.
그리스에는 올해 들어서만 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 25만 명 이상이 도착했다. 이들은 대부분 시리아 출신으로 터키로부터 지중해를 건너는 위험한 항해에 오르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말까지 지중해를 건넌 난민은 46만 4,000여 명이며 특히 지난 7~8월 두 달 동안 22만 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렸다. 이 가운데 시리아인이 18만 1,0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IOM은 지중해에서 익사한 난민은 모두 2,182명이라고 집계했다.


시리아의 경우 2011년 민중봉기로 시작한 내전으로 시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인 1,160만 명이 국내외에서 피난민이나 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터키와 레바논을 비롯한 인접 중동 각국으로 피한 시리아인은 지난 7월 시점에 400만 명에 이르렀다. 이와는 별도로 최소한 760만 명의 시리아인이 이미 국내에서 집을 떠나 떠돌고 있다. 시리아 인구는 2004년 단계에선 2,3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월14일(미국시간) 시리아뿐 아니라 아프간에서도 유럽으로 가는 난민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터키와 유럽에서 난민 신청을 한 아프간인은 7만 7,000명으로 지난해 5만 8,500명을 뛰어넘었다. 지난달까지 그리스 한 나라에 상륙한 아프간 난민만 3만 2,000여 명으로 시리아(8만 8,204명) 다음으로 많았다.

유럽 연합은 난민 참사가 잇따라 발생, 최대 난제로 떠오른 난민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유럽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를 겪고 있다 보니 유럽 국가들이 쉼 없이 밀려드는 난민 물결을 감당하지 못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난민들의 속도 끓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마다 난민 입경을 까다롭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규제’가 서쪽부터 동쪽까지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고 지난 9월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유럽으로 가길 원하지 않아요. 그냥 전쟁만 멈춰줘요, 그게 전부예요.” 3살 난민아이 쿠르디의 참혹한 죽음에 이어 이번에는 13살 시리아 난민 소년의 호소가 전세계를 울리고 있다. 지난 9월4일(현지시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켈레티 역에서 독일행을 기다리던 키난 마살메흐(13)은 최근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마살메흐가 인터뷰 중인 모습.(사진출처: 알자지라 미국판 페이스북)

유럽 국가들은 쏟아지는 난민들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찰과 군인 등 배치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9월 15일 난민들이 몰리는 세르비아 접경 남부 지역 카운티 2곳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2,000명의 경찰이 세르비아로부터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175㎞ 길이의 국경 지역에 4m 높이의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헝가리 경찰은 14일 자정을 기해 불법 입국하는 난민들을 체포하고 강제 귀환시킬 수 있는 보다 엄격한 국경통제법이 발효됨에 따라 세르비아와의 국경지대에 있는 검문소 두 곳을 폐쇄, 모든 통행을 차단시켰다.


헝가리가 국경 봉쇄를 강화하면서 절망감에 휩싸인 서유럽행을 희망하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의 난민들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헝가리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약 20만 명의 난민들이 도착했다. 지난 9월14일에는 기록적인 9,380명의 난민이 헝가리에 들어왔으며 전날인 13일에도 5,809명의 난민이 헝가리로 유입됐다.


독일 정부도 밀려드는 난민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국경을 잠정 통제하기로 했다고 9월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원래 독일은 ‘문’을 개방하고 올해 새로 도착하는 난민 100만 명을 위해 체육관, 공항 터미널, 사무실용 빌딩을 임시 피난처로 전환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마저 14일 국경 통제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주변국인 오스트리아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는 등 연쇄적으로 유럽 각국마다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의 내무장관은 폭주하는 난민 유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선에서 임시적으로 입국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입국 체크로 기차 운행이 정시 운행되지 못하고 중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마스 데 메지에레 내무장관은 설명했다. 그간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은 대부분 기차 편을 이용했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독일이 엄밀히 말해 난민 대부분을 받아들일 책임은 없다면서 유럽연합(EU)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등록하고 수속을 진행한다는 EU 규정을 거론했다. 난민이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인 독일에는 올해 들어 약 45만 명의 난민이 유입했고 연말까지는 80만 명에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독일과 함께 난민 의무 분산 수용(쿼터)을 주장해온 프랑스도 14일 EU내무장관들이 모인 긴급회의에서 국경 통제강화를 요구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도 국경 입국심사를 재도입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난민 유입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 병력까지 동원해 경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쿼터제로 한시름 놓던 난민들은 유럽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다시 근심에 빠졌다.
지난 9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모함메드 하이에크(26·그래픽 디자이너)는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수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 현재 세계 난민 숫자가 제2차 세계 대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 5,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배고픔과 인권침해, 탄압, 테러 또는 전쟁으로 인해 떠돌아다니고 많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

국경이 폐쇄된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난민 빌랄 라흐마니(18)는 가족과 함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떠났다. 라흐마니는 국경 폐쇄 소식을 전해 듣고 “정말 기분이 안 좋다”며 “만약 우리 가족이 독일에 가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꿈도 사라진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국경이 폐쇄된 뒤 나타난 모함마드 바케르(18)는 “지금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며 “이 소식(국경통제)을 알게 되었을 때 아주 기분이 안 좋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 더 생각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서역(Westbahnhof)에서 가족과 함께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시리아 알레포 출신 난민 사미르(38·회사원)는 “독일에 가고 싶다”며 “어떠한 금전적인 도움도 바라지 않는다. (독일에서)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난민문제는 테러 위협과도 관련이 있다.  시리아발 난민 100명 중 2명 꼴로 IS 대원이 숨어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로부터 급진 IS 대원들을 난민으로 위장시켜 유럽으로 보내고 있으며 전체 난민 가운데 최대 2%가 이러한 급진 IS 대원일 수 있다고 엘리아스 보우 사브 레바논 교육장관이 경고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9월14일 보도했다.


사브 장관은 레바논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IS가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들 일부를 포섭해 터키·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자리도 교육도 없는 난민 수용소 같은 곳은 IS가 대원을 모집하기 좋은 곳”이라며 “IS에 포섭된 난민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레바논 수용소에 있는 난민들 가운데에서도 2∼3%는 급진 과격세력들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최근 레바논에서 발생한 군인들의 피랍 사건 역시 난민수용소를 탈출한 과격세력들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독립당(UKIP) 나이젤 파라지 당수도 IS 대원들이 난민으로 가장해 유럽에 침투, 공격을 벌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9월14일(현지시간) “IS 무장 세력이 난민 행렬에 섞여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은 이날 포르투갈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 400㎞ 떨어진 곳에 놀랄 만큼 잔인한 테러리스트 그룹이 있다”며 “이들이 난민으로 가장하고 유럽으로 잠입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성서는 ‘낯선 자를 환영하라’고 말하지만 안전과 관련한 사전 예방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11일 IS 소속 정보요원이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서방 선진국들의 난민 배려정책을 이용해 대원 4,000명이 잠입했다”며 “이들이 난민 루트를 따라 유럽 전역에 침투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IS, 난민 수송과 징세로 연내 10억 달러 자금 확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난민 수송과 세금 징수 등으로 연말까지 10억 달러(약 1조 1,835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RIA 노보스티 통신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 스푸트니크는 지난 9월15일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 크리스티안 넬레만 소장을 인용, IS의 주요 수입원이 인신매매와 각종 세금, 원유 밀매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넬레만 소장에 따르면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점령지를 통치하며 전투를 벌이기 위해선 연간 적어도 5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작년 최대 자금줄이던 원유 수입이 다국적군의 공습 등으로 60~80%나 급감했다. 하지만 IS는 발 빠르게 다른 자금원을 찾아내면서 현재는 세금 징수와 난민 수송을 통해 돈을 벌어들여 줄어든 원유 수입 이상을 벌충하고 있다.


난민 수송 경우 요즘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난민이 대량 몰려들면서 가장 수익이 좋은 비즈니스로 부상해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으며, IS가 이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사이트는 전했다.


IS는 또한 각지에서 갖가지 세금을 강제로 거두는 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용, 지난해에만 3억 달러를 징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작년 이상의 세금 수입이 예상된다. 징세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일례로 난민에 부과하는 통행료도 일괄로 받지 않고 구간마다 내도록 하고 있다.


리비아와 이집트 시나이 지역 등 난민의 주요 통과지점을 장악해 관리하고, 그 세력을 레바논과 요르단 국경까지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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