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에서 한국 전통배첩 고서류 복원 작업 시연

(시사매거진249호=채규진 기자)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018 Salon SNBA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Salon des Beaux Arts)이 지난 12월 13부터 16일까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까루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홀에서 프랑스국립예술협회(Salon de la Société Nationale des Beaux Arts. 약칭 SNBA) 주최로 12개국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이 가운데 한국관(Délégation de Corée 한국대표부 세계평화예술인협회 APA 회장 김정순)은 안병목 배첩장(한국 전통지류 배접 인간문화재 102호 이수자)을 초청하여 한국 전통배첩 고서류 복원작업을 선보여 프랑스인을 비롯한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우리의 전통공예인 배첩 비법만을 고수하며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며,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안병목 배첩장.

최근 루브르 박물관이 한국 전통한지를 활용해 17세기 고가구인 ‘바이에르 막시밀리앙 엠마누엘’ 책상을 복원하였는데 동일 선상에서 안병목 배첩장은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에서 2016년에 이어 한국 전통배첩 방식으로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과 고서류 복원작업을 소개했다.

1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과 현직 프랑스 대통령 후원으로 매년 12월 개최되는 프랑스국립예술협회(SNBA)의 대표적인 살롱 전시회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일러스트 등 전 세계 다양한 현대예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중요한 살롱 전시회로 이런 국제적인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안병목 배첩장이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과 한국 전통한지를 활용하여 고서류를 복원하는 작업을 유럽인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2018년 10월 15일 유럽순방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양국 친교일정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해 소장 문화재를 관람하는 등 친교 일정을 가졌다. 이날 양국 두 여사는 루브르 박물관이 한국의 전통 전주한지를 활용해 복원한 17세기 고가구인 ‘바이에른 막시밀리안 2세 책상’도 함께 관람하면서 김정숙 여사는 마크롱 여사와 루브르박물관 관계자에게 “앞으로도 한지를 활용한 문화재 복원 사례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고 한지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우리 문화재 관리의 심각한 현실 속히 개선되어야

배첩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액자, 병풍, 족자, 장정, 고서화 등으로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기술이다. 우리의 전통공예인 배첩 비법만을 고수하며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며,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안병목 배첩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입찰제도가 아닌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전통 비법의 전문가에게 맡겨 보수와 복원을 해야 합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문화재 관리의 심각한 현실을 밝히며 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배첩이란 삼국시대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 공예기술이며, 표구는 일본식 표현이다. 한지나 비단 등을 붙이고 적합한 액자나 병풍 등의 형태로 만듦으로써 작품의 예술성, 실용성, 보존성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이 배첩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10년 숙성의 고풀과 전문적인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훼손된 옛 고서화를 복원하고 영구 보존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기에 전통 배첩장인만이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초기에는 나라에서 지정한 배첩장이 도화서(圖畵署)에 소속되어 궁중의 서화처리를 전담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루브르 박물관 2018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 한국 전통배첩 시연

전통 배첩에 힘쓰고 있는 배첩장 안병목

우리 전통공예인 배첩장으로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안병목 씨는 배첩 비법만을 고수하며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는 배첩장인이다. 안 씨는 배첩 분야 무형문화재인 1996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 102호로 지정된 고 김표영옹(84·서울) 과 충청북도무형문화제 제7호 기능보유자인 배첩장 홍종진 씨의 이수자로 틈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읽으며 우리나라 배첩기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서양화가인 부인의 내조로 배첩기술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안 씨는 2016년 문화재기능인대회 입상, 문화재수리자격증(문화재청장), 제12회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대한불교조계종) 입상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의 이러한 배첩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2016년 12월 6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 루브르박물관 르살롱전에서 전통병풍(가리개) 배첩시연에 이어 2018년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에 초청받아 국제적인 예술살롱 전시회에서 대한민국의 안병목 배첩장이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과 한국 전통한지를 활용하여 고서류를 복원하는 시연을 한 것은 그 의의가 크다.

배첩실에 들어서면 문중, 사찰 등지에서 보수·복원을 의뢰한 고서화들이 있다. 빛이 바래서 누렇게 변색된 글씨와 너덜너덜한 그림이 생명 연장을 위해 안 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안씨는 “이런 고서화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생명이 연장 되듯이 고서화 역시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외발뜨기와 도침으로 만든 우리의 한지와 10년 숙성 고풀과 대나무칼로 보수해야 본래 상태로 200년에서 400년까지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오랜 역사와 전문적인 기술까지 갖춘 전통배첩으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보수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병목 배첩장은 선조들의 중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기에 전통기능을 전수하는 배첩전수교육관을 개관하여 전통의 맥을 계승 발전시키는 사명을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오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음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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