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부실률 20대가 가장 높아…전문가들 “금융교육 강화해야”

   
▲ 20대 대출건수와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대출액은 280만 원(58만 5,407명, 1조 6,386억 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1인당 대출액은 286만 원(25만 9,484명, 7,413억 원 지원)으로 늘어났다.

[시사매거진] 강원 춘천시에 사는 L씨(32·남)씨는 지난해 1억 원을 대출받아 꿈에 그리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서울 유명한 음식점을 수년간 전전하며 주방장으로 근무했던 L씨는 음식 맛과 서비스, 아이템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대출금 상환은커녕 빚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L씨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지만 하고 싶었고, 성공할 자신도 있어 시작했다”며 “소비심리가 이렇게 움츠러든 상황에선 무엇을 한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B씨(28·여)는 8학기 가운데 3학기의 학자금 1,100만 원을 빌렸다. 계약직으로 일하며 100만 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웠다. B씨는 정직원으로 채용된 1년 뒤부터 밀렸던 채무를 본격적으로 갚았다. 하지만 이미 연체이자는 쌓여있었다.


B씨는 “빚은 3학기 등록금이었지만 상환이 늦어지고 이자가 쌓이다 보니 갚아야 할 돈은 더 많아졌다”며 “1,000만 원의 학자금을 갚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빚더미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미래를 잃어가고 있다.

20대 대출건수와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대출액은 280만 원(58만 5,407명, 1조 6,386억 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1인당 대출액은 286만 원(25만 9,484명, 7,413억 원 지원)으로 늘어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학자금대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따르면 2010년 3조 7,000억 원이던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14년 10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사이 채무자수는 70만 명에서 152만 명으로 많아지면서 학생 한 명당 갚아야 할 돈도 53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32% 증가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학자금은 장학재단 등을 통해 대출받지만 생활비 등은 고금리로 쉽게 빌리는 경향이 있다”며 “꾸준한 소득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청년 실업 등 문제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자금 대출은 쌓이게 되고 그만큼 갚아야 할 빚도 늘어나게 된다”며 “쉽게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학생들이 결국 빚쟁이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20대도 늘고 있다.


지난 8월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30대 이하의 주택 매매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상대적으로 돈이나 자산이 부족한 20대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지 않았다는 것이다.


KDI의 1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서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액은 5,000만 원으로 50대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경제력이 아직 없는 만큼 부모님 등의 지원을 받고, 여기에 추가로 5,000만 원 더 빚내서 집을 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높은 전셋값에 떠밀려 주택 구매에 나선 20대의 경우 대출금 상환에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상승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채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위원은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빚쟁이에 낙인찍혀 가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얘기와도 같다. 실제로 국내 다중채무자 가운데 20대의 부실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란 은행이나 캐피탈, 저축은행, 대부업 등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다. 다중채무자 부실률은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 중 90일 이상 연체한 경험이 있는 경우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부실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어선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소득이 없는 20대가 은행을 통해 처음 대출을 받은 이후 상환하지 못하고 점점 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20대 신용대출 가운데 34%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도 많고 진행 과정도 복잡하다”며 “은행에서 대출에 실패한 사람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곳으로 넘어가 쉽게 대출 받기 시작하면 다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문직이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는 20대가 은행으로 가지 왜 제2금융권을 찾겠느냐”며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젊은층들은 100만 원을 연 20%이자로 빌릴 경우 120만원 을 갚는다고 보기보다 ‘월 10만원씩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신용불량자로까지 가고 있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남고 있다.  지난 8월2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모두 1만 8,947명으로 1분기(1만 9,954명)에 비해 5% 줄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신청자는 앞선 분기에 비해 많게는 8.3% 감소했다.

반면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1분기 1,841명에서 2분기 1,996명으로 8.4%증가했다.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늘었다.  개인워크아웃은 신용카드대금이나 대출 원리금이 90일 이상 연체된 경우 채무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 혜택을 줘 안정적 채무 상환을 돕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 역시 모든 연령대에서 10%대의 감소세를 보인 반면 20대 신청건수는 1분기 309건에서 2분기 348건으로 9.3% 늘어났다. 프리워크아웃은 대출 상환 부담이 과다한 채무자에 대해 이자율을 50% 낮춰주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는 사전 지원 장치다.


연령별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0대가 2,000만 원 이상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만큼 이들 상당수가 청년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0만 원을 못 갚아서 청년들이 신불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채무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다보니 20대에 사회에 첫발을 내딪는 젊은이들에게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땅의 청년들이 금융이 무엇이고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돈을 어떻게 벌고 또 어떻게 쓰고 활용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로 인한 판단 착오로 20대 빚 문제가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 개정 시안에도 금융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선진국은 확대하고 있는 금융교육을 국내에서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희웅 기업은행 평생고객부 과장은 “세계경제의 흐름, 화폐의 역사 등을 아는 젊은 친구들은 많지만 본인의 신용등급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 등급이 어느 수준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며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원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없는 20대가 상환의 계획없이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대출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금융에 대한 지식을 갖고 대출에 앞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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