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엔터테인먼트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TAKE ME WITH YOU'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1.02 11:21
  • 댓글 0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과학 교사 오거스트 슈뢰더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열아홉 살 난 아들을 잃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오거스트는 술을 완전히 끊고 결혼 생활도 정리한 채, 무슨 일이 있어도 매주 한 번씩 알코올 중독 자조 모임에 참석한다는 철칙을 지키며 금욕적인 삶을 산다. 그가 이렇게 술에 엄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아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그 차를 운전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아내였기 때문이다. 아내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오거스트는 자신과 아내가 술에 집착한 것이 결국 아들의 죽음을 재촉했다고 생각한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거스트의 삶에는 더 이상 기쁨도, 희망도, 사랑도 없다. 그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아들의 재를 옐로스톤의 장엄한 대자연에 뿌려주는 것뿐이다.

여름이 시작되자 오거스트는 캠핑카를 몰고 옐로스톤으로 떠난다. 캠핑카의 조수석 수납함에는 아들을 화장한 재가 담긴 빈 플라스틱 병이 들었다. 오거스트의 아들은 이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수를 채 다 마시지 못하고 떠났다. 오거스트는 그 병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래선지 그 음료수 병이 꼭 무슨 증표인 것만 같았어. 그걸 그냥 놔두면 내 아들이 다시 돌아와 마저 마실 것 같았거든.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졌어.”

오거스트는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었고, 그 자리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사막처럼 황폐해졌다. 건조한 얼굴로 차를 운전하는 오거스트에게서 여행의 기쁨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아들이 생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여행을 대신하는 것뿐이었다.

울타리가 필요했던 아이들, 오거스트의 손을 잡다

옐로스톤으로 향하던 중 차가 고장 나 허름한 정비소에 머무르게 된 오거스트는 앞으로의 여행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부담스러운 비용이 적힌 견적서를 받는다. 정비소 주인은 곤경에 빠진 오거스트에게 수상쩍은 제안을 한다. 어쩌다 보니 감옥에서 세 달쯤 지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그동안 홀로 남겨질 두 아들을 여행에 데려가 준다면 수리비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제까지 지불한 돈까지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오거스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가로젓지만 어쩐지 “전쟁 통에 부모를 잃은 탓에 누구든 낯선 사람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며 기차 플랫폼에 동그마니 서 있는 어린아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형제에게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결국 오거스트는 다소 충동적으로 정비소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열두 살 나이에 “볼품없으면서도 묘하게 기품이 있어 보이는, 다리가 긴 어린 말”을 떠올리게 하는 형 세스는 오거스트와의 가벼운 내기에서 보인 영리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곱 살인 동생 헨리는 몇 년 전 어떤 사건을 겪은 뒤로 말을 잃었다. 세스는 그런 헨리를 따뜻하게 보살피고, 헨리는 세상에 오직 형뿐이라는 듯이 세스를 따른다. “까만 플라스틱 빗을 꺼내 동생 쪽으로 몸을 돌리고 흘러내린 머리를 다시 넘겨주”는 세스의 모습을 바라볼 때면 “통증의 긴 칼날이 오거스트의 목구멍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몸을 후벼팠다. 양쪽 폐 사이가 불에 타는 것 같았다.” 이처럼 형제의 존재는 오거스트가 치유하기를 외면했던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도록 이끌고, 결국 오거스트는 형제 앞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동적인 로드 무비

이들이 캠핑카를 타고 향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자연을 간직한 인류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간헐천, 끓어오르는 진흙, 검은 흑요석을 볼 수 있는 까마귀 절벽, 거대한 그랜드캐니언 협곡, 화산재에 덮여 석화된 나무들로 가득한 능선 등의 절경을 따라 세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첫 번째 여행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세스는 깎아지른 바위산의 암벽을 별 장비도 없이 오르는 사람들을 넋 놓고 바라본다. 그러고는 “진짜로 저런 걸 하고 싶어요”라고 속삭인다. 세스를 사로잡은 이 장면은 먼 훗날까지 세스의 삶을 수놓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세 사람의 우정은 깊어진다. 가파른 산길에서 손을 잡아주고 기꺼이 등을 내준 오거스트에게 헨리는 차츰 마음을 열고, 오거스트 역시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으면서 고통스러운 과거의 터널에서 조금씩 걸어 나온다. 그런 그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도착한다. 형제의 아버지가 사실은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어 6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이번이 네 번째 적발이므로 감형 없이 형기를 다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형제는 아버지의 무모한 거짓말에 상처받는 한편 오거스트와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지만, 그 희망은 여지없이 부서지고 세 사람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한다.

 

어쩌다 우연히 만난, 내 인생의 필연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 사람의 우연한 인연은 인생의 필연으로 이어진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재회한 세 사람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른이 된 세스,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자란 헨리, 그리고 그해 여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의 오거스트. 세 사람은 오거스트의 낡은 캠핑카를 타고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이 어떤 선한 결과물을 만드는지 이야기해온 작가다. 그는 《TAKE ME WITH YOU》를 통해 과연 어떤 사람이 ‘영웅’인지 묻는다.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은 영웅이 될 수 없을까? 작고 힘없는 아이들은 언제나 연약하기만 할까? 이 따뜻한 소설은 우리 주변의 영웅들을 발견하게 돕고, 나아가 우리 자신도 누군가의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로, 세 사람의 인생을 바꾼 여행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