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원주 치악체육관 ‘챔피언들의 맞대결’ 주목

[시사매거진]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시간은 흘러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추억은 기억 속에 영원히 남는다. ‘360게임 로드FC 024 IN JAPAN’은 격투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과거 세계 격투기 시장을 장악했던 전설의 프라이드 아나운서 레니 하트의 등장이다. 격투기계에서 레니 하트는 자타공인 최고의 아나운서였다. 프라이드 시절 최무배, 윤동식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활약할 때 레니 하트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격투기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레니 하트는 세계 최정상 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과거 세계 격투기 시장을 장악했던 전설의 프라이드 아나운서 레니 하트가 로드FC 경기장에 등장했다. 레니 하트는 격투기계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아나운서였다.

이번 대회 현장에 레니 하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추억에 잠기는 이들이 많았다. 눈을 감고 레니 하트의 목소리를 느끼는 관중들도 있었고, 현장을 찾은 여러 유명 인사들도 레니 하트의 목소리에 매료됐다. 레니 하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프라이드 경기를 했던 최무배는 “레니 하트의 근황이 궁금했는데, 무척 반가웠고 옛 향수가 확 살아났다. 레니 하트의 목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띄우는 힘이 엄청난데, 이번에도 그 분위기에 힘입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보성, 홍록기, 라이트급 갖아 쿠메 타카스케, 로드FC 미들급 초대 챔피언 오야마 슌고 등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 판크라스 사카이 마사카즈 대표, 딥 사이케 대표, 프라이드 FC 신다 소타 부사장이 경기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 국내 최고령 파이터인 최무배는 지난 로드FC 데뷔전에 이어 카와구치 유스케와 맞붙어 승리하며 연승을 이어갔다.

과거 일본은 세계 격투기 시장의 중심이었다. K-1과 프라이드를 ‘양대 산맥’으로 격투기 붐이 일었다. 격투기 선수들에게 일본은 꿈의 무대였다. 모든 선수들이 K-1과 프라이드에 진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격투기 시장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갔다. 세계의 주목을 받던 단체는 살아졌고, 격투기의 인기는 사그라 들었다. 일본에서 활약했던 유명 선수들은 외국 단체로 떠났고, 자연스레 ‘격투기는 일본’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로드FC는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격투기 시장이 침체된 일본에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도 많았지만 차근차근 대회를 준비했다. 한국과 일본의 베테랑은 물론 젊은 선수들을 출전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 ‘로드FC 025’의 메인이벤트인 미들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UFC 5전 2승 3패의 후쿠다 리키(34,일본)가 전어진(21,팀맥스)을 꺾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대회 당일 ‘360게임 로드FC 024 IN JAPAN’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국내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고 경기장에는 7,000여 명의 관객이 자리했다. 최대 1,500여 명의 관객이 찾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었다. 비롯 1만2000명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사양길을 걷고 있던 일본 격투기 시장에서 7,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더욱이 같은날 도쿄에서 세계적인 불꽃 축제가 열려 자연스럽게 입장 관객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고무적인 결과다. 오랜만에 큰 격투기 대회를 개최된 일본에는 다시 한 번 격투기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노익장 발휘한 최무배, 한계는 어디인가
이번 대회에서 웃을 수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이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한 최무배(45,최무배짐)다. 국내 최고령 파이터인 최무배는 지난 로드FC 데뷔전에 이어 카와구치 유스케와 맞붙어 승리하며 연승을 이어갔다.
아시안게임 레슬링 메달리스트 출신인 최무배는 2004년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에 진출해 4연승을 거둔 한국 종합격투기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뛰어난 전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카와구치는 1라운드 종이 울리자 로킥을 시도하며 아웃파이핑을 펼쳤다. 그러나 최무배는 이에 개의치 않고 전진 스텝을 밟다가 기습적인 러시로 상대를 당황시켰다. 상대를 점점 몰아가며 우위를 점한 최무배는 펀치로 카와구치를 다운시킨 뒤 마운트를 점령, 상위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2라운드 초반에는 카와구치의 타격이 눈에 띄었지만 최무배가 테이크다운 이후 경기를 지배해, 2라운드 종료 직전 파운딩을 몰아쳐 2라운드 4분 50초 TKO승을 거뒀다.


한편 최무배는 경기 전 효도르와 함께 격투기 선수로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승패에 관계없이 꾸준히 경기를 치르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은퇴 경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효도르처럼 강한 파이터와 내 격투기 마지막 경기를 함께하고 싶다. 격투기 데뷔 때부터 효도르와의 인연이 있었기에 그와 함께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들급 챔피언 벨트 주인공, 후쿠타 리키
‘로드FC 025’의 메인이벤트인 미들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UFC 5전 2승 3패의 후쿠다 리키(34,일본)가 전어진(21,팀맥스)을 꺾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후쿠다는 경기 시작 2분 52초만에 전어진에 강력한 파운딩 공격을 퍼부어 TKO승을 거뒀다. 전어진은 접전을 펼쳤지만 노련한 후쿠다 리키의 공세에 버티지 못했다. 이로써 후쿠다 리키는 통산 23승 7패를 기록, 로드FC 4승 무패의 전력을 갖게 됐다. 경기 후 그는 “오늘 승리는 나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최홍만은 아쉽게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채, 일본계 브라질 선수인 카롤로스 토요타와 경기를 치른 최홍만은 1라운드에 KO패 당했다.

최홍만, 회심의 복귀전서 아쉬운 KO패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경기는 역시 최홍만의 종합격투기 복귀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홍만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 일본계 브라질 선수인 카롤로스 토요타와 경기를 치른 최홍만은 1라운드에 KO패 당했다.


카롤로스 토요타는 최홍만과 키 차이가 큰 만큼 케이지를 넓게 쓰며 기회를 엿봤다. 1라운드 1분이 지났을 무렵 두 선수가 펀치를 교환하는가 싶더니 카롤로스 토야타의 주먹이 최홍만의 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카롤로스 토요타는 이 한 방에 충격을 받아 쓰러진 최홍만에 달려들어 파운딩을 퍼부었고, 결국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로써 최홍만은 2009년 미노와 이쿠히사전에서 서브미션패를 당한 후 6년 만의 복귀전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MMA 통산 전적 2승 4패를 기록하게 됐다.

 

드디어 맞붙은 윤동식 VS 타카세 다이쥬
윤동식은 타카세 다이쥬를 상대로 3라운드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2대1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3월 ‘로드FC 022’ 대회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던 두 선수는 타카세 다이쥬의 계체 실패로 4개월 만에 매치가 성사됐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던 경기 초반 윤동식은 기습 하이킥으로 타카세 다이쥬를 당황시켰다. 이후 오히려 다카세 다이쥬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내주며 고전을 한 윤동식은 ‘투혼의 파이터’다운 활약을 보여주며 판정승을 따냈다. 이로써 윤동식은 종합격투기 전적 17전 9승 8패를 기록하며 2005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승률 50%를 넘어섰다.

 

   
 

예상 밖 경기력,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
‘여고생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이예지가 계약 체중 –45kg에 출전해 ‘일본 전설’의 여성 파이터 시나시 카토코와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패했다. 이예지는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상대의 공격을 잇달아 벗어나며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2라운드 4분 53초, 경기 종료를 7초 남기고 시나시의 그라운드 타격에 TKO패를 당했다. 경기 후 시나시는 “이예지가 체력이 좋고 기술이 좋아 놀랐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17세인 이예지는 MMA 입문 1년차다. 시합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시합 오퍼를 받고 급하게 데뷔전을 준비했지만 고등학생다운 젊은 패기와 유연함으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360게임 로드FC 025’
첫 해외 경기 개최를 성황리에 마친 로드FC의 다음 경기 ‘360게임 로드FC 025’가 8월 22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날 메인이벤트는 로드FC 사상 최초로 열리는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과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의 페더급 슈퍼 파이트 경기다.


이윤준(26,압구정 짐)과 최무겸(25, MMA STORY)의 대결은 그간 어떤 대회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밴텀급 챔피언과 페더급 챔피언의 매치로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윤준은 지난 최무겸 1차 방어전 경기가 끝난 직후 본인의 SNS를 통해 “최무겸 선수와 싸우고 싶다. 1라운드에서 이길 수 있다”며 도발을 감행했으며, 문제훈을 상대로 1차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한 직후에도 “최무겸과의 경기를 희망한다”며 강하게 어필한 바 있다. 이에 로드FC 측은 두 선수에게 경기 의사를 물었고, 두 선수 모두 흔쾌히 승낙하면서 경기가 성사됐다.


이윤준은 11전을 치러 9승 2패, 81.8%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파이터다. 특히 11전 중 2전은 페더급으로 출전해 김원기에게도 승리를 거뒀으며, 로드FC에서 치른 최근 7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뿐만 아니라 로드FC에서 최근 7경기 모두 승리했으며 ‘로드FC 023’에서는 문제훈을 상대로 밴텀급 챔피언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이에 맞서는 최무겸도 최근 3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로드FC 014’에서는 권배용을 꺾고 페더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로드FC 021’에서는 서두원을 제압, 1차 방어에 성공했다. 두 선수의 이번 경기는 논타이틀 매치로, 페더급 슈퍼 파이트로 치러진다.

 

실력파 선수들 대거 출전
메인이벤트 외에도 실력파 선수들의 출전이 성사됐다. ‘근자감 파이터’ 박형근(28,싸비MMA), ‘여도르’ 박정은(18,스트롱울프), ‘꽃미남 파이터’ 권민석(26,압구정짐) 등이 출전한다. 박형근은 XTM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3’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임병희를 상대로 로드FC 데뷔전에서 승리했으며, 한이문을 KO로 제압하며 2연승 무패행진 중이다. 스스로를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 불러 ‘근자감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권민석은 ‘주먹이 운다 시즌4’에서 준우승한 파이터다. 16세에 운동을 시작해 킥복싱 페더급, 라이트급, 주니어 웰터급, 웰터급 챔피어을 지낸 그는 K-1에서도 활약해 입식으로는 정평이 나있는 선수다. 종합격투기로 종목을 변경한 후 로드FC에서는 이번 경기다 첫 데뷔전이다.


박정은은 아시아 선수권 삼보 여자 52kg급 은메달, 2014 아시아 선수권 국가대표 1차 평가전 52kg급 1위를 차지한 선수다. ‘로드FC 023’에서 데뷔전을 치른 박정은은 후지노 에미에게 아쉽게 패배했지만 의외의 경기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심기일전한 박정은은 ‘360 로드FC 025’에서 로드FC에서의 첫 승에 도전한다.
한편 ‘360게임 로드FC 025’의 티켓은 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에서 예매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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