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측 “과도한 인건비 지출” VS 노동계 “아직 턱없이 부족”

 

 
   
▲ 지난 7월8일 저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가 밤샘협상 끝에 9일 새벽 공익위원들과 사용계 위원들이 2016년도 최저임금 시급 6,030원에 합의 했다. 박준성(가운데) 위원장이 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류경희 위원, 오른쪽은 이장원 위원.
 
 

[시사매거진] 서울시 마포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직원 김동명(24)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허탈했다”며 “오른 대중교통비와 물가, 4대 보험비를 고려하면 결국 남는 돈은 비슷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에서 5개월째 일하는 대학생 A씨는 “최저 시급이 6,000원을 넘어도 400만 원에 육박하는 한 학기 등록금과 월세 50만 원을 감당하기엔 힘들다”며 “최저 시급이 물가를 반영하기는커녕 시민들이 최저 시급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 5,580원보다 450원(8.1%) 인상했다. 인상률은 2008년 이후 최대치지만 20대 청춘들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기준 미혼 단신 노동자의 월평균 실태생계비는 150만 6,179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 원(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83% 수준이다.
반면 서울 강남구 잠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내년 최저시급 인상에 대해 “명분은 좋지만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얘기는 없이 인건비 상승을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외식 프랜차이즈 본부 측은 “최근 임차료 상승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까지,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 채용이 줄고 지역경제가 침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외식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역시 “운영 특성상 파트타이머가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현재와 같이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최저 임금 인상은 다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근로자에 대한 적정한 대우 및 이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고려할 때”라고 전했다.
더욱이 수익 구조는 매년 악화되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정부의 방향은 따르겠지만 한편으로 아우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A편의점 관계자는 “인건비는 가맹점주들 비용 중 30~50%를 차지하기도 한다.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며 아르바이트 직원 10명을 고용 중인 C씨는 “6,030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8,000~1만 원은 현재 경제 상황에 힘든 금액”이라고 밝혔다.

애초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9.2% 오른 시급 1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용자 측은 동결안을 제시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다 지난 3일부터 양측이 한 발짝 물러나 3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간극이 커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이날 열린 12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11차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구간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6.5%에서 9.7% 올린 5,940원~6,120원을 제시했다. 최종안은 이 중재안의 중간선인 6.030원으로 결정됐다.

 

   
▲ 노동계는 최저임금 협상 결렬로 공익위원측이 제시한 안을 노동계 위원들 참석 없이 표결,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파업’과 ‘이의제기’ 절차로 맞서기로 했다. 지난 7월8일 전체 위원 27명 중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18명이 참석한 했고 근로자 위원 9명은 인상폭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참석자 18명 중 1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1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 사업장 기준으로 126만 270원이다.


인상률만 보면 2008년 8.3% 이후 8년만의 최고치다. 올해 적용된 인상률은 7.1%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이 저소득 근로자 342만 명(영향률 18.2%)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6월말 기준 협약임금인상률 4.3%와 임금인상 전망치(한국노동연구원) 4.5%의 중간값 4.4%에 소득분배개선분 2.1%를 더한 하한 인상기준인 6.5%에 협상조정분 최대치인 3.2% 중 절반을 추가했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은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 수준은 유사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반영하는 협약임금 인상률과 임금인상 전망치, 소득분배 개선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내수 진작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임금 수준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때보다 인상안에 대한 기대한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보통의 근로자는 임금 인상률이 평균 4%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산업계 등 사용자측은 ‘과도한 시급 인상으로 영세 고용주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한 반면 노동계는 즉각 ‘터무니없이 낮은 인상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구간은 빈곤에 빠진 700만 저임금 노동자들을 내팽개친 배신”이라며 “적어도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사실 노동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소득 주도 내수 성장론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자 적어도 두 자릿수 인상을 기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국가경영전략연구원 포럼 강연에서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밝히며 최저임금 논의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등 경영계의 입장을 최대한 절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때문에 공익위원은 내년 최저임금 구간으로 제시한 인상폭 중 중간값을 최종 인상안으로 확정했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 협상 결렬로 공익위원측이 제시한 안을 노동계 위원들 참석 없이 표결,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파업’과 ‘이의제기’ 절차로 맞서기로 했다. 지난 7월8일 전체 위원 27명 중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18명이 참석한 했고 근로자 위원 9명은 인상폭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참석자 18명 중 1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1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최저임금 안은 전체 위원 과반 투표에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측은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개최될 전원회의에서 정부와 사용자위원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면 총파업으로 응수하겠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6,120원을 최고치로 하는 심의촉진안을 제시한 공익위원안에 대해서도 재심의를 촉구하고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내년 최저임금 시급 450원 인상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7월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껌 값도 안 되는 450원 인상으론 결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인 기본적인 소득보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성 위원장은 이번 8.1% 인상의 근거로 ▲협약임금 인상률과 임금인상 전망치 등 4.4% ▲소득분배 개선분 2.1% ▲협상증가분(생산성 증가, 생계비 포함) 1.6%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016년 최저임금은 2014년 기준 미혼단신생계비(155만 3,390원)와 비교하면 81% 수준밖에 안 된다”며 “가구생계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이번 결정 수준은 2014년 기준 2인 가구생계비 대비 45%, 3인 가구대비 37%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에 반영한 ‘소득분배개선치 2.1%’는 2014년(2.5%), 2013년(2.7%)에 비해 오히려 후퇴한 것이란 지적이다.

산업계 역시도 다른 각도로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저임금 의결 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채 또다시 고율의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역시 ‘2016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을 통해 “2016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에서 8.1% 인상된 6,030원으로 결정된 것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심의과정에서 노동계의 사상 최고수준 인상률 제시 등 고율 인상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경기 상황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결과로 평가된다”면서도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측 관계자는 “경기침체 등 상공인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역대 2번째로 높은 인상률로 최저 임금을 결정한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영세 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 확대로 사용자들의 경영악화와 함께 신규 고용 시장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절차와 내용에서 위법성을 지니고 있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지난 7월16일 밝혔다.


양대노총은 “절차적으로는 최저임금 의결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는 최저임금법 17조, 내용적으로는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는 4조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올해보다 8.1%(450원) 오른 시급 6,030원으로 정해진 가운데 7월9일 여당은 “고민의 결과”, 야당은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인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며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하고 경영계는 부담스럽다고 하는 진단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큰 간극이 존재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노동계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당이 주장해 온 최소 두 자리 수 인상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저임금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78.3%는 시급 6,030원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63.3%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데 찬성했다.


한편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8.1% 인상된 6,03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논의가 빠른 시일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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