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황금돼지해, 유아 유통업계 시끌
재물운 타고 난다 속설에 각종 마케팅, 출산바람
박모(36) 씨는 아들 2명을 둔 학부모다. 가족이 모두 모이면 놀이터나 다름이 없다. 집안은 온통 장난감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서 ‘쿵쿵’ ‘깔깔’대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많은 편인데도 그는 애를 하나 더 낳을까 생각 중이다. “딸도 있었으면 좋겠고 올해가 황금돼지해라는 말도 있어서요”라고 말하는 박모 씨의 말처럼 황금돼지해를 맞아 올해는 출산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황금돼지띠의 해’라는 말에 벌써부터 신혼부부나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은 아이가질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산에 거주중인 이모(31) 씨는 “아이가 황금돼지띠면 재물운을 타고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가 ‘결혼의 해’인 쌍춘년(雙春年)이었다면 올해 황금돼지해는 ‘출산의 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황금돼지띠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해가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해’라는 속설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은 60년마다 돌아오는 정해년(丁亥年)이다. 올해의 경우 정(丁)은 불(火)을 의미하므로 원래 ‘붉은 돼지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 음양오행을 고려하면 2007년 정해년은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것이다. 하지만 600년이라는 정확한 계산법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거의 유무와 관계없이 붉은색을 길한 색으로 여기는 중국에서도 붉은색에 황금이 더해지면서 출산붐이 일고 있다. 경진년(庚辰年)이었던 2000년, 새천년이 열린다는 것과 용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중국에서 베이비붐이 인 후로 또 다시 베이비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올해가 ‘황금돼지해(金猪年)’라며, 산부인과에 예비 임신부 환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쌍춘년과 맞물리면서 산부인과에 ‘계획임신’이나 출산 관련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한 산부인과 홍보팀장은 “황금돼지띠 아기를 갖기 위해 올해로 출산을 맞출 수 없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황금돼지띠예비맘모임’ ‘황금돼지엄마들’ ‘햇빛 동기모임 2007 황금돼지 맘들’ 등과 같은 예비 엄마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출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육아용품업계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산준비물 및 유아용품 전문 업체인 EFE는 복돼지 잡기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다. 올해 1~2월 두 달간 실시될 예정인 이벤트는 구매금액에 따라 응모권을 부여, 1등 1명에게 5돈 금돼지 , 2등 3명에게 3돈짜리 금돼지 등 다양한 상품을 준다. 이 회사는 크리스마스에 구매금액에 따라서 돼지 인형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EFE 관계자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마스크, 양말 등과 같은 기본용품에 돼지 캐릭터가 인쇄된 상품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며 “올해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 유아동 용품업체인도 출산붐을 겨냥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베이비 샤워 파티(임신 7~8개월 된 임신부와 아기를 축복해주기 위해 유아용품을 선물하는 행사)’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회원이 이 파티를 열 때 수유용품, 아기피부관리용품 등을 선물로 증정한다. 타 업체들도 최근 황금돼지해 맞이 상품을 선보였다. 한 업체는 자사 보유 브랜드에 돼지 얼굴이 프린트된 ‘팜므이불세트’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황금돼지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가 ‘대박 돼지꿈’ 한창
유통가 역시 2007년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쌍춘년을 맞아 결혼한 커플이 예년 보나 늘어난 데다 올해 황금돼지띠를 맞아 이들의 출산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유아 매출 신장률이 아동 매출 신장률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나는 등 황금돼지띠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음력 1월1일 이후(2007년 2월4일)에 태어나야 진짜 황금돼지띠로 인식하는 고객들도 많아 음력설을 기준으로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임신과 출산, 발육에 필요한 모든 유아상품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유아와 임산부 스킨케이 전문 숍인 베이비스킨케이숍의 문을 열었고 태교용품 전문관과 제대혈 상담데스크 등 태교숍을 구성했다. 올해부터는 매장도 넓혀 쇼핑공간을 확보하고 상품 구색도 더 늘려나갈 예정.
현대백화점은 1월 세일기간에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을 대상으로 결혼 후 소원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되살려주고 유아용품도 선물해주는 ‘베이비샤워 파티’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
신세계백화점은 고급 유아브랜드를 추가 입점 시킬 예정. 정연일 신세계백화점 과장은 “일부 점포의 경우 1∼2개 고급 유아브랜드를 추가 입점 시켜 유아복 매장을 좀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돼지저금통 매출 폭발적 증가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2007년 정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유통업체와 관련 제조업체에 황금돼지 저금통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관련 제조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황금돼지해’를 앞두고 유통업체별로 황금돼지 저금통 등 관련 상품의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고, 제조업체들도 주문이 쇄도하며 황금돼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전통적인 빨강과 보라, 투명 등 컬러 돼지저금통과 함께 이달 초부터 황금돼지 저금통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황금돼지 저금통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요청이 쇄도, 발주량을 늘렸지만 물량 부족으로 발주가 늦어지면서 고객들의 구매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마트 역시 이번 주부터 황금돼지 저금통을 매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판매되는 등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상품 구색과 함께 발주량을 대거 늘릴 계획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의 주문 요청이 있어 당초 소량으로 발주했지만 예상 밖에 판매가 잘 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발주량을 늘려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돼지저금통을 제작하는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양시에서 돼지저금통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W산업은 이달 초부터 평소 4배 이상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하루 1만개 이상 생산하고 있다. 특히 몰려드는 주문 때문에 4대의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지난주부터는 휴일까지 반납한 채 주문량을 맞추느라 아르바이트 사원고용은 물론 밤샘작업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24시간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발주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내년이 황금돼지해라 그런지 황금돼지저금통은 ‘없어서 못판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라고 말했다.

황금돼지해 믿을 만 한가
이렇듯 올해 황금돼지해를 기다리는 부부나 각 기업들의 기대는 큰 편이다. 특히 산부인과, 조산원, 산후조리원에는 올해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황금돼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저금통, 달력을 출시했고 한 의류업체는 돼지가 프린트된 유아복 1만5,000장을 생산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판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중매체가 출산 예정인 스타들을 다루는가 하면 한 호텔은 10월부터 베이비샤워(순산을 기원하며 친구·친지들이 출산용품을 선물하는 축하 파티) 패키지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하지만 명리학자들과 민속학자들은 그럴듯하게 돌아다니는 황금돼지해 속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역술가들은 정해년을 ‘붉은 돼지의 해’로 해석할 수 있긴 하지만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는 건 근거 없는 과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민간신앙과 전통에서 지금까지 정해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민속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민족의 풍습에서 다산과 다복의 상징인 복돼지를 숭상하는 전통은 있었지만 붉은 돼지, 황금돼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 대학 교수 역시 “돼지띠는 재운이 있지만 역마살도 있다”며 “상생과 상극을 중요하게 여기는 명리학의 특성상 무조건 좋은 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브스 홈페이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인 중 정해년(1947년)에 태어난 사람은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의 소유주인 스테판 페르손(32위) 씨뿐이다.
‘황금돼지해 속설’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정해년을 ‘황금돼지해(金猪年)’라고 부르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최근 임신부가 급증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강대의 한 교수는 “민간에서 전해지던 속설이었는데 최근 중국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출산 열풍이 불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정(丁)이 오행 중 불(火)을 상징하는데 이를 대신해 금(金)을 붙여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역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근거가 어떻든 일단 출산율이 올라간다면 국가적으로는 한숨 돌리는 셈”이라면서 “그러나 올해에 황금돼지띠 자녀가 많이 태어난다면 결국 다른 해에 출생한 사람들보다 입시 경쟁, 입사 경쟁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돼지해, 선거·유아관련 ‘알바’ 뜬다
올해 아르바이트 시장은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로 어느 해보다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황금돼지해를 맞아 출산 및 유아 관련 알바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 알바몬과 알바누리는 ‘2007년 아르바이트 시장 전망’을 통해 대통령 선거, 황금돼지해 등이 올해 알바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연말 대통령 선거는 선거 부정행위 감시, 주요 연구소와 리서치 업체를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 요원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알바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알바누리가 올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3∼5월 선거 관련 알바 구인공고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보궐선거 기간보다 205.3% 증가한 287건에 달했다. 때문에 두 선거보다 규모가 큰 대통령 선거는 이보다 더 많은 알바를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선거관련 알바로는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및 선거보도심의위원회 등 부정 선거 감시 기관 및 단체를 통해 정치 사이트, 블로그 등을 감시하는 인터넷 모니터링과 선거구별 부정행위 감시, 사무보조 등이 있다.
또 대선을 앞두고 관련 자료 수집이나 여론 향방 조사 등을 위한 설문조사 요원 모집과 전화 여론 조사 요원 모집, 통계·자료 분석 보조 알바도 채용이 늘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각종 홍보물 제작이 늘면서 인쇄 업체의 노무 알바 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해년(丁亥年)이 ‘황금돼지띠’라는 얘기가 돌면서 유아용품 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황금돼지띠와 관련된 알바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이벤트를 진행할 도우미나 내레이터 모델, 매장의 판매 알바 등의 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홀로족이 늘면서 다른 사람과 섞이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번역, 통역, 논술 첨삭, 인터넷 쇼핑몰 상품관리 등이 혼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잡코리아 아르바이트 사업본부장은 “계속되는 취업난의 여파로 고학력 알바 구직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멀티잡족(두 가지 이상 알바를 하는 사람)과 프리터족(취업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일을 하는 사람)처럼 연령이나 직업을 불문하고 알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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