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

   
 

[데일리TR] 분양대행업자로 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남양주(을)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이날 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2일 박 의원의 지역구인 남양주에 있는 분양대행업체 I사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이다.

오전 9시 5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박 의원은 "국민 여러분과 남양주 시민 여러분, 국회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본인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했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고 금품거래 사실을 시인했다. 취재진이 왜 금품거래를 했는지, 대가성을 인정하는지 등을 묻자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I사 대표 김모(44·구속기소)씨가 회삿돈 45억여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2억원 안팎의 현금과 고가의 시계 7점, 안마의자 등이 박 의원에게 건네진 단서를 포착했다.

박 의원이 현물이나 현금으로 제공받은 금품을 측근인 경기도의회 의원 출신의 정모(50·구속기소)씨를 시켜 김씨에게 돌려주려 한 정황도 파악됐다. 검찰은 박 의원을 상대로 김씨로부터 받은 금품의 성격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씨가 정치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건넨 것인지, 사업상 편의를 봐 준 대가로 금품을 건넨 것인지가 쟁점이다. 대가성이 확인되면 박 의원에게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박 의원은 이미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자수서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금품 액수에서 검찰 조사 내용과 차이가 있고 대가 관계에서 돈을 챙긴 게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김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위해 박 의원 동생에게 2억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박 의원에게로 흘러 들어갔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김씨로부터 받은 금품의 성격은 무엇인지,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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