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힘든 북한 미술 접할 수 있는 기회

“매일 전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전쟁터에도 가봤지만 이곳보다 터프하지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21일 개막한 광복70주년기념전 ‘북한프로젝트’에 북한의 다양한 일상사진을 선보인 영국의 사진가 닉 댄지거(57)는 지난 2013년 북한에서 보낸 3주간의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댄지거는 21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 열린 ‘북한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측에서 공식적인 장소를 방문하자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진작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당황스러워했는데, 전 열심히 그들과 싸우면서 제가 원하는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때로는 제가 찍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 찍었고 솔직히 예의상 찍어줬던 사진도 있는데 그런 사진은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제 컬렉션에도 빠져있다.”

댄지거는 작가 로리 맥린과 함께 2013년 북한의 평양을 비롯해 남포, 원산, 사리원 등 북한 지역을 여행하며 그곳 주민들과 소소한 일상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 때의 결과물은 이번 ‘북한프로젝트’에서 ‘외국인이 바라보는 지금의 북한’을 주제로 한 전시에 초청됐다. 댄지거를 비롯해 2014년 4월 평양에 머물면서 ‘평양, 무대를 만들다’시리즈를 찍은 네덜란드의 사진작가 에도 하트먼(42)과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진가로 북한을 2011년부터 4번이나 방문한 중국의 왕 궈펑(48)의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댄지거는 “북한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지만 실제 제가 만난 사람들은 저를 반가워했다”며 “해변가에서 만난 사람들은 술을 권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사람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북한은 고립된 국가고, 그래서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로 생각됐다”고 그들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런던에 있는 영국문화원에서 사진전을 할 때 있었던 일화도 들려줬다. 댄지거는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제 사진전을 반대하자 전시기획자가 그럼 작품을 보고 데모 여부를 결정하라고 제안했다”며 “그들이 당시 보인 반응은 남한 사람들과 비슷했다”고 했다.

“그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남한의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자신이 떠나온 고향 혹은 남은 가족이 살고 있을 그 땅에 대한 감정을 떠올렸다.”

댄지거의 사진은 북한을 단지 패쇄적이고 신비스러운 나라로 비추지 않는다. 그의 사진 속에는 어부, 무용가, 교사, 돌고래 트레이너와 같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담겨있다.

남포의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무리의 남자들과 은퇴한 농부가 손주들의 공부를 봐주는 장면, 강보에 싸인 신생아가 잠들어 있는 평양 산부인과의 풍경은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댄지거 또한 “이곳에 뭔가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은 같다. 단지 이곳에는 시간이 멈춰져있을 뿐”이라고 했다.

남다른 바람도 전했다. 그는 “남한에 제 사진을 전시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다른 작가가 찍은 작품도 봤는데 다음에는 이런 전시가 평양에서도 열리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오는 9월29일까지 열리는 ‘북한프로젝트’는 북한을 단순히 엿보기보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미완의 광복으로 남은 북한을 문화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예술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세 개로 구성했다. 첫째 '북한안의 북한미술'로 북한미술의 시각예술 분야를 조명하는 국내외 북한미술 컬렉션으로 유화 52점, 포스터 80점 그리고 우표 249점을 선보인다.

유화는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포스터는 네덜란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우표는 한국 신동현 컬렉션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두번째는 외국 작가들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인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을 소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북한에서는 북한과 분단의 현실을 예술적 화두로 삼아 작업하는 한국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업으로 보여준다. 한국 작가로서는 중진작가 강익중, 박찬경, 노순택, 이용백을 비롯해 탈북작가로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무, 신진작가 권하윤, 전소정이 참여해 설치와 영상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다룬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여경환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평소에 보기 힘든 북한 미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이며, 분단 2세대인 동시대 젊은 세대가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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