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언니 없었다면 우리 여성 파이터도 없었을 것"

박정은(오른쪽)이 함서희와 대결을 마친 이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ROAD FC>

[시사매거진=홍승표 기자] “(함)서희 언니가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을 거예요”

박정은(22, 팀 스트롱울프)이 함서희(31, 팀매드)와 대결 이후 존경심이 담긴 진심을 표했다. 

지난 15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51 XX 메인 이벤트에서 박정은은 함서희와 아톰급 세계 타이틀전을 치렀다. ‘미스매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더독으로 평가 받았지만, 박정은은 선전 끝에 판정패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박정은의 패가 맞지만, 함서희와 경력, 실력으로 비교해봤을 때는 박정은이 못한 경기가 아니었다. ‘기대 이상’ 이었다.

경기에 대해 박정은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한다. 제가 보여드린 경기로 칭찬하시는 분들도 있고, 부족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할 수 있는 100%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게 파이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MMA는 모든 면에서 잘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미흡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정은은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함서희를 보면서 자라왔다. 언젠가 함서희와 대결하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이번 경기를 통해 박정은은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한 셈이 됐다. 그렇다면 박정은이 직접 대결해본 함서희는 어땠을까.

박정은은 “생각보다 강한 선수였다“며 “예전부터 (함)서희 언니를 보면서 제가 운동을 해서 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경기 하면서 많이 배웠고, 멘탈, 집중력 모든 면에서 (함)서희 언니가 더 뛰어났다”라고 말했다.

박정은은 함서희와 싸우기 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전략을 짰다. 그 중 하나가 ‘도발’이었다. 

함서희의 멘탈을 조금이라도 흔들기 위해서, 그리고 본인도 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한 전략이었다. ‘전략적 도발’ 때문에 박정은은 많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정은은 “악플도 관심이고, 기대라고 생각한다. 악플을 쓴다는 것은 경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경기를 보실 거고, 그래서 관심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악플로 마음이 아팠던 게 없었고, 훈련에 더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도발을 하면서 함서희와 경기 전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그러나 경기 후에는 모든 것을 풀었다. 박정은이 함서희에게 고개 숙여 진심을 전했고, 함서희도 박정은을 인정했다.

박정은은 “끝나고 나서 인정을 해주시고, 먼저 인사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멋진 선배라고 생각했다. 언니를 보면서 프로의 꿈을 키운 게 자랑스러웠다. 후배로서 감사하고, 언니가 챔피언이고, ROAD FC에 와서 한국 여자 격투기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 언니가 없었다면 저희 여성 파이터들도 없었고, 꿈을 못 키웠을 것 같다. 감사한 마음 변하지 않겠다”라고 함서희에게 존경심을 표현했다.

비록 타이틀전에서 패했지만, 박정은의 미래는 밝다. 함서희와 대결에서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젊기에 아직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박정은은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이 최대의 표현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또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ROAD FC는 오는 2019년 2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샤밀 자브로프와 만수르 바르나위의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을 진행한다. 

두 파이터 중 승리하는 최후의 1인은 2019년 5월 제주도에서 ‘끝판왕’ 권아솔과 토너먼트의 마지막 경기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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