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지고 사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일 전격사퇴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조 수석의 사표는 이미 7일에 제출됐다"며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5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관련) 상황이 정리된 뒤에 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후 "조 수석이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조 수석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시점인 7일은 여야가 도출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 문제에 가로막혀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다음날이다.

조 수석이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했던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의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이 당초 박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흘러가고 그마저도 제 때에 처리되지 않자 여의도와의 소통창구인 정무수석으로서 책임을 안고 떠나기로 했다는 의미다.

사표가 수리될 것이라는 사실이 조 수석에게 통보된 시점은 16일 오후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 역시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15일 밤 늦게 고위급 회동을 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불거졌던 당·청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날이다.

당·청 갈등이 부각되길 원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조 수석의 사의를 수용할 적절한 시점을 관망해 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청와대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당·청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졌던 상황에서 조 수석의 사의까지 덜컥 수용할 경우 갈등설이 더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심야 고위 당·정·청 회의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권의 '집안 싸움'이 정리되고 당·청 갈등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난 뒤에야 조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조 수석이 사표를 제출한 시점으로부터 11일이나 지난 이날에야 수리된 점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조 수석의 사퇴를 만류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조 수석이 이날 거듭 사의를 수용하자 더 이상 말리지 못하고 끝내 수용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선에서 조 수석의 사의 수용을 보류했다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사표수리를 건의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과정이 어찌됐든 정황상 조 수석의 사퇴는 형식 뿐만 아니라 진의에 있어서도 자진사퇴임은 분명해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책임론에 따라 조 수석이 경질된 것이란 정치권의 일부 해석과 배치되는 것이다.

조 수석이 남긴 사퇴의 변은 사표가 수리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루어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일했던 것처럼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되 다른 연금과의 연계는 절대 불가라는 박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을 여야에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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