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헤어 케어, 색조화장품, 향수…주요 성장 분야

2차 세계대전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은 1950년대로 접어들면서 유례없는 번영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남미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자본주의는 미국 상업주의의 대표주자인 할리우드 영화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고, 영화나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 여배우들의 패션과 화장품, 향수 등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 1951년 영국에서 ‘미스 월드(Miss World)’를, 1952년 미국에서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라는 미인대회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는 그야말로 ‘글로벌 뷰티(Global Beauty)’에 열광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샤넬, 겔랑, 엘리자베스 아덴, 헬레나 루빈스타인 같은 패션·뷰티 기업들이 처음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다. 곧 미인대회는 단순히 미인을 뽑는 대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뷰티와 패션을 선도할 거대한 산업군의 첨병인 것이다.

   
 
최근 한 해외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뷰티케어 시장이 오는 2017년 2억6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뷰티케어 생산업(Global Beauty Care Products Industry) 2012-2017:트렌드, 수익, 그리고 전망조사’ 보고서는 이같이 밝히며, 뷰티케어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이 3.4%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주요 성장분야로는 헤어 케어, 스킨 케어, 색조화장품, 향수를 꼽았으며 개발도상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급 화장품 소비도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이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어 관심을 더하고 있다. 실제 중국과 필리핀,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은 각종 세계 미인대회를 휩쓸며 세계 뷰티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서시·왕소군·초선·양귀비 잇는 미인천하, 中
예민한 외교문제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의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반도 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대해 자국 정부의 불편한 심리를 전하러 왔던 류젠차오 차관보는 함께 자리한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을 보고 ‘미인’이라며 반색한 것이다.
“우리 둘이 브리핑하면 기자들은 아마 위원장님을 자주 보고싶어 할 것 같다. 미인이시니까”라고 말한 류젠차오 차관보는 “중국에서도 미인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기가 많다”고 덧붙여 중국의 지극한 미인사랑을 대변하였다.
물고기가 그 미모를 보고 수영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서시를 비롯해 날아가던 기러기들이 날갯짓을 잊어 땅으로 내려앉았다는 왕소군, 동탁과 여포가 죽음을 불사할 만큼 아름다워 달도 구름 속으로 숨었다는 초선, 그리고 꽃조차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꽃잎을 말아 올렸다는 양귀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미인 찬양은 가히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중국의 미인사랑은 분야를 막론한 미인계의 통용으로 이어지고, 아름다워지려는 중국 중산층의 자연스런 욕구는 세계 뷰티산업을 선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높아 국내 뷰티산업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중국의 화장품 소비 인구는 약 1억 명 정도로, 연 1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현재 중국 내 화장품 시장규모는 17조3천억 원대로 전년 대비 9.8% 성장하며 10%대를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주요 120여개 도시, 329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케이팝(K-pop)’ 한류에 이은 ‘케이뷰티(K-beauty)’ 바람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며 “매년 회사 성장률이 30%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3년을 기점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동종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는 요우커(중국 관광객)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 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 명으로 이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것이 화장품이다. 아예 화장품만 따로 담아갈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라고 설명한다.

차세대 신성장동력 ‘뷰티산업’, 미인대회로 견인
한국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은 앞서 언급한 중국을 비롯해 홍콩, 미국, 대만, 일본,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130여 개국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소비자 10명 6명이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이중 40%는 향후에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추가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한 한류의 인기를 꼽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주된 이유는 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인대회에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미인대회를 치르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미인대회 개최와 출전에 정부까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예로 필리핀에서는 국제 미인대회 우승자가 귀국해 카퍼레이드를 하는가 하면, 세계 각처에 흩어져있는 필리피노들은 필리핀 우승자와 함께 자부심을 공유한다는 내용이 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미인을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미인대회 출전을 위한 성형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국내 기술과 제품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미인대회가 성행하는 국가마다 그에 따른 각종 뷰티 산업군이 더불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개발도상국들로, 잠재된 시장성의 가치도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국내 미인대회 관계자들은 미인대회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극적으로 미인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지금의 뷰티산업 성장세를 이어갈 또 다른 시장, 아시아를 넘어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국내 화장품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미국 14.3%, 일본 10.8%, 중국 8.9%, 브라질 6.6%, 독일 6.2%에 비해 한국은 2.8%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화장품·뷰티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충북의 발빠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개최한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으며 참관객이 20만 명을 넘어서는가 하면,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개발센터를 건립해 국내 뷰티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를 통해 도내 곳곳의 균형발전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한국 화장품·뷰티산업의 일류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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