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루 정상회담 마친뒤 '즉각' 입장 밝혀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 사실상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악화되고 있는 민심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당내에서까지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 압박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던 상황에서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는 것외에는 다른방법이 없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페루 리마 방문 도중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와 관련해 "보고받았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사의 수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사의 수용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출국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가진 비공개회동에서 이 총리의 거취를 포함한 현안들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단 결정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졌지만 일각에서는 이 총리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는 간접적인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던 중 아직 순방 일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박 대통령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순방 도중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결정한 것이다.

이 총리의 사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날 한·페루 정상회담과 관련한 공식일정이 시작된 직후였다. 관련 행사가 약 3시간가량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5시간여 만에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은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반응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계속 방치하다가는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회복조짐을 보이다 성완종 파문이후 다시 하락하고 있는데다 정국의 초점이 이 총리의 거취문제에 휘말리면서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입장을 귀국 때까지 유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출국 당시 제기됐던 분석들처럼 박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정해놓고 이 총리의 결단을 기다려왔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에도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해 '친일 논란'으로 반대여론이 일자 임명동의안 재가를 유보했던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다시금 후임 총리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홍원 전 총리 이후 이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임명됐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낙마하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총리 자리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여론 악화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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