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등 300여 명 철야 연좌농성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광장에서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로 행진을 벌였지만 경찰에 막히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일었다.

경찰은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캡사이신 최루액을 살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과격 행동을 벌인 10명의 행진 참가자를 연행했다.

이날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6만5000명, 경찰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일반 시민, 대학생, 사회단체 등이 운집해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년전 그날을 추모했다.

오후 9시를 넘어 추모제가 마무리된 후 희생자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까지의 행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 파이낸스 빌딩 앞 대로에 경찰버스 50여대를 동원해 벽을 세우고 차벽트럭 약 10대를 투입시켜 집회 참가자들의 이동을 차단했다.

차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행진이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은 청계천으로 방향을 바꿔 우회해서 행진했지만 이마저도 삼일교 부근에서 경찰에 막혔다.

성난 참가자들은 경찰버스 바퀴의 바람을 빼기도 했고 방패벽을 쌓은 의경들과 대치하며 길을 열어달라고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경찰이 세운 차벽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9시50분께 경찰은 행진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렸다.

오후 10시20분께까지 청계광장부터 삼일교 부근까지 길이 막혀 더 이상 청와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지 못하던 행진 선두그룹은 종로2가까지 진입했다.

20분 가량 뒤인 오후10시47분께는 유가족을 포함한 18명의 행진 참가자들이 종로2가 YMCA연합회 앞에 세워진 경찰 차벽을 올랐다.

대치상황이 지속되면서 경찰과 행진 참가자 간 몸싸움이 격해졌다. 이 충돌로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 행진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으로의 진입이 여의치 않자 종로2가 쪽으로 물러나 인사동길로 우회했다.

하지만 경찰은 인사동길에서 북촌방향을 차단하고 광화문 광장 방향 조계사 앞 도로도 버스와 기동대 등을 이용해 막았다. 조계사 앞 인사동 골목길에서는 100명 이상의 경찰과 행진 참가자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과 행진 참가자들의 대치는 급기야 자정을 넘어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방패로 길을 막아선 경찰을 끌어내기도 했으며 경찰은 진압대형을 갖춰 시민들을 밀어내는 등의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0시10분께에는 광화문 앞에서 행진 참가자들과 대치하던 서울경찰청 31기동대 소속 이모(42) 경사가 집회를 막는 도중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 경사는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0시40분 기준 광화문 광장 내에는 300명의 행진 참가자가, 광화문 누각 인근 150명, 공평사거리 200명, 조계사 앞 100명, 인사사거리 200명 등 총 950명이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자정 넘어까지 7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린 뒤 이에 불응한 참가자를 연행하는 등 1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강서경찰서로 연행했다. 이 가운데 유가족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광화문 누각 앞에 도착한 유가족과 대학생·일반인 참가자 등 300여명은 철야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오전 1시40분께 이들의 농성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자진해산 요청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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