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비전 제시, 기업의 미래 먹거리 찾다

슬그머니 찾아온 경제위기가 끝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삶의 기반이 흐트러지고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 특히 우리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들은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삼성, 사물인터넷(IoT), 의료기 등 공격적 경영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화학계열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loT, 의료기 등에 집중하는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삼성의 ‘도전과 변화’는 올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작업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해외기업 인수가 2015년에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사내 법무팀에 M&A와 공정거래법 실무교육을 진행 했다. 올해 그룹차원에서 본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일부 계열사는 이미 M&A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삼성이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사물인터넷(IoT)과 의료기기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다. 삼성은 이들이 가진 다양한 기술을 연결해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미래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에만 10개 가량의 기업을 인수했다.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인 프린터온,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 시스템 에어컨 공조제품 유통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 등이다.
올해는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 인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삼성전자에 ‘신사업 그룹’을 만들어 전 세계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들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신사업 그룹’은 미래전략실의 기존 조직인 ‘전략 TF’, ‘CD(Coporate Development)’와 공조해 유망기업들을 가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사업도 기업 M&A로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 통신기술업체인 암텔과 반도체 회사 프리스케일 등을 인수할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스마트폰의 조상격인 블랙베리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이 회사들을 인수해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스(AP) 칩을 독자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퀄컴에 의존하는 AP부문에서 독립선언을 준비한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세계적 친환경차 메이커

   
 

올해를 ‘포스트 800만 시대’ 여는 원년으로 삼은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 방어 ▲해외시장 공략 ▲미래자동차 시대 대비 등의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800만 대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차 메이커 중 5번째의 대기록이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가운데 800만 대를 달성한 회사는 토요타, 폴크스바겐, GM, 르노-닛산 밖에 없었다.
이는 전 세계 산업수요 회복 부진과 엔저를 비롯한 극심한 환율 변동, 내수경기 침체 등 악화된 시장 여건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기아차는 ‘포스트 800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중국 허베이성·충칭시에 중국 4·5공장을 동시에 건설해, 2018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891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인 820만 대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 주력 차종들의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를 확대한다. 아슬란, 제네시스, 에쿠스, K9 등 고급차 라인업을 강화해 성장세에 있는 수입차 시장에 대응하고 볼륨 모델인 쏘나타에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적용해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복세가 진행 중인 유럽시장에서는 신형 i20를 비롯한 i시리즈와 투싼ix, 스포티지 등 RV(레저용 차량)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한다. 또 최근 생산능력을 확대한 터키 공장을 비롯한 해외 현지 공장 생산효율성 강화로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 등 우수한 상품성과 성능을 갖춘 차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기아차 멕시코 공장 건설 등을 통해 북미-중미-남미로 이어지는 생산기지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시장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최근 출시된 소형SUV ix25, K4 등 현지전략차종에 대한 판매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자동차 시장에 대비하는 것이다.
2014년 11월 발표한 ‘친환경차 개발 및 연비강화’ 로드맵을 바탕으로 현재 7개 차종의 친환경차를 2020년까지 22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소형에서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이르는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평균 연비도 2020년까지 지금 보다 25%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4개 차종, 전기차 2개 차종, 수소연료전지차 1개 차종을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2개 차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개 차종, 전기차 2개 차종, 수소연료전지차 2개 차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친환경차 시대는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될 예정이며 향후 준중형급 차종으로 라인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불확실한 미래 친환경차 시장 여건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모든 친환경차 기술 개발도 대비한다.
현대기아차는 기아차 쏘울 EV의 뒤를 잇는 신형 전기차에 장착될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도 새로운 모델 출시를 계획 중이다.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분야 관련해서는 95% 이상 국산화시킨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 및 원천기술을 확보해 시장 우위적 경쟁력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변속기 다단화와 차량소재 경량화, 첨단소재 적용 등을 통해 연비향상과 배출가스를 절감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리딩그룹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2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LG, 이제는 시장 선도할 때
LG그룹의 올해 경영화두는 구본무 회장이 강조하는 ‘시장 선도’다. 단순히 매출을 늘리거나 원가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서는 시장 선도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개선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전자와 화학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는 전략 제품 라인업 출시 국가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또 특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자동차부품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LG그룹은 올해 초 열린 전략회의에서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카 관련 부품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 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함께 차세대 핵심사업을 착실히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한 이 자리에서 CEO들은 전기차와 스마트카 솔루션의 경쟁력 확보를 올해 경영목표로 정했다.
LG브랜드 출범 및 구본무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 만찬도 가졌다. 만찬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사업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CEO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들은 이번 회의에서 그룹의 미래를 위해 스마트카의 핵심인 전기·전자·정보기술(IT) 부품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LG는 이를 위해 지난해 연말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계열사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LG화학은 미래형 소재·재료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기존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의 3개 사업본부 조직 체제를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전지 사업본부와 재료사업부문 등 3개 사업본부, 1개 부문으로 개편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전기자동차·스마트카 전장 부품과 솔루션 분야를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하게 될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 건설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LG가 마곡산업단지 내 17만여㎡ 부지에 2020년까지 약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구축하는 LG사이언스파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10개 계열사의 R&D 인력 2만 5000여 명이 상주하며 융복합 시너지 연구를 중점 수행할 계획이다.

SK, 총수부재에 경영 비상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부재와 유가 하락 등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를 ‘경영 혁신’으로 돌파하고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화학 분야가 셰일혁명과 유가하락 등 환경변화로 3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통신 분야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설상가상으로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래 성장 동력원 발굴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SK그룹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 분야는 최 회장이 2012년 그룹 내부 반대에도 SK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한 것이다. 역시 오너의 혜안은 달랐다. 하지만 최 회장이 횡령으로 수감된 후 후 SK그룹은 굵직굵직한 인수합병 기회를 대부분 놓치면서 총수의 부재를 절감했다.
최 회장을 대신해 올해 그룹 신년회를 이끈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업의 본질과 게임의 룰을 바꾸는 혁신으로 극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며 어려운 상황 극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위기 돌파’ ▲SKMS(SK Management System·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기반의 수펙스 정신(SUPEX Spirit) ▲창조적인 사회공헌활동 등을 SK그룹 올해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김 의장의 당부대로 SK그룹은 계열사별로 혁신 경영과 위기 극복에 매진하고 있다.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는 본원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과 셰일가스 혁명 등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 중장기적 생존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본류인 정유사업뿐만 아니라 신성장 동력인 해외 자원개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의 경쟁력을 확보, 체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포트폴리오 혁신을 담당하는 PI((Portfolio Innovation)실을 신설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내 석유개발사업 강화를 위한 E&P동남아탐사실도 만들었다. SK에너지(에너지전략본부), SK종합화학(스페셜티추진본부), SK루브리컨츠(글로벌성장추진실) 등 자회사도 위기 대응력 제고와 미래 성장을 위한 체질개선에 주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유사업 분야의 경우 그룹 숙원 사업인 중국 우한NCC 공장이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석유개발사업 분야는 미국 내 석유생산 광구 지분을 인수 1983년 사업 진출 이후 처음으로 생산광구를 확보했다. 셰일가스·오일 등 비전통자원 개발 사업에도 본격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내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등 신성장 사업도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SK하이닉스 내부는 순이익 4조 195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시장 모두 잠시라도 기술리더십을 놓치면 바로 뒤쳐지는 극한 경쟁에 놓여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양산체계 구축(M14 완공), 기술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기반 확보 등을 통해 메모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한 20나노 초반급 D램을 양산해 선두업체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 서버와 모바일 제품군 내 DDR4의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
낸드플래시는 상반기 중 TLC제품을 본격 양산하고 SSD 등 솔루션 제품 공급을 확대해 수익성을 향상하고 하반기 3D제품의 양산성을 확보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바탕으로 초고속메모리(HBM)와 와이드 아이오투(Wide IO2) 등 고성능 제품의 시장을 개척한다.
이동통신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된 SK텔레콤은 미래의 성장을 위한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기존 수익사업뿐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신성장 사업에서도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SK네트웍스는 ‘카 라이프’(Car Life)와 면세, 패션 등의 소비재 사업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회사로 도약을 추진한다. 스피드메이트 사업을 기반으로 연관 서비스를 발굴하고, 패션사업은 브랜드 다양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수익 개선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정보통신과 에너지마케팅 사업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화한다. 휴대 단말기 외 다양한 정보통신 상품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물류 서비스를 강화한다. 복합주유소 등 주유소 이용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구 중이다.
SKC&C는 단순 수주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형 IT서비스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ICT와 융합해 고객의 가치 혁신에 중점을 둔 맞춤형 IT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렇듯 대기업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 경기불황을 이겨내며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협력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성 있는 동반성장은 기업이 성장하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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