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전차’ 최무배, 로드FC 023서 데뷔전 예정

지난 3월21일 ‘굽네치킨 로드FC 022’ 경기가 장충체육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장충체육관이 새롭게 단장한 후 두 번째로 열린 이벤트였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스포츠 기반시설로 탄생한 장충체육관은 명실 공히 한국 스포츠의 산실이다. 유서 깊은 곳에서 개최된 이벤트인 만큼 로드FC가 메이저 스포츠로 한 걸음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로드FC 022’ 5,500석 만석 달성, 남은 과제는
로드FC 022의 메인 경기는 총 6개로 구성됐다. 그 중 단 2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국내 선수와 해외 선수가 맞붙은 국제전이었다. 4개의 국제전 중 경기는 해외 선수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경기지만 로드FC 측은 해외에서 찾아온 선수들에 대해서도 최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지론 하에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회사에서 공평한 대우와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로컬 선수들에게 어드벤티지가 주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대부분의 경기를 해외 선수들이 승리하며, 경기의 공정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드FC 측이 최선의 대우와 노력을 기했기에 해외 선수들이 그간 준비해온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장 국내 선수들에게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지 몰라도, 2015년 글로벌 이벤트 개최를 선언한 로드FC가 해외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음으로써 국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현장 관객 수 5,500명, 만석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MMA시장에서 관객 1,000명을 모으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과 관념을 깨드린 것이다. 나아가 1만 명 규모의 아레나로 칭할 수 있는 실내경기장에서의 이벤트 개최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드FC 측은 “현장 관객 만 명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티켓을 구매해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순수 팬들은 아직 소수뿐이다. 로드FC가 진정한 국내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에게 더욱 다가가야 한다. MMA의 인기를 넘어서 스타 선수들의 팬덤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 로드FC의 과제다”라고 밝혔다.

 

챔피언 타이틀 지킨 권아솔, “인생은 소풍이잖아”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권아솔이 이광희를 제압,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챔피언 권아솔의 입장에서 로드FC 022의 메인 경기는 타이틀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2패를 기록한 라이벌 전에서 반드시 1승을 챙겨야 하는 중요한 의기가 있었다. 권아솔의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 권아솔은 그동안의 경기와는 달리 케이지 안에서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정신도 무장했다.
경기 후 그는 “멘탈을 잡기 위해 머리를 박았다”라며 “긴장도 많이 했고 정신적으로 링에 올라가면 편한 마음이 아니라 상대와 나, 둘 중하나가 죽는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 사실 살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광희의 타격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엘보 공격도 꾸준히 연습했다. 그 효과는 경기에서 드러났다. 이광희의 이마에 엘보 공경을 성공, 출혈이 생기게 했고 이광희의 공격을 적절히 피해가며 경기를 운영했다.
권아솔은 “광희의 얼굴에서 피가 나는 순간부터 완벽하게 이겼다고 생각하고 루즈하게 경기를 이끌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압박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광희의 이마에 출혈이 생긴 이후 경기는 몇 차례 중단됐다. 이광희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지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닥터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이광희의 이마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TKO로 권아솔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권아솔이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챔피언의 위용을 떨친 경기였다. 오랜 숙제였던 이광희를 꺾고 챔피언 타이틀도 지킨 권아솔은 다소 홀가분해졌다. 그는 “이제부터 인생은 휴가다. 인생은 소풍이잖아”라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최강’ 후쿠다 리키,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0순위

   
 

지난 19회 이벤트에서 아쉽게 경기가 무효 처리된 이둘희 VS 후쿠다 리키의 재경기가 로드FC 022에서 함께 진행됐다.
지난 경기에서 후쿠다 리키의 로블로 반칙으로 인한 이둘희의 부상으로 경기가 무효화된 만큼 이번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더욱 컸다. 후쿠다 리키는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레슬링은 이제 강력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소름끼치게 무서울 정도였다. 이둘희는 후쿠다와의 첫 경기부터 후쿠다의 레슬링과 테이크 다운을 경계하며 테클 방어를 강화한 상태에서 타격전 위주의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후쿠다는 그보다 한 수 위의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어떻게 보면 무효화된 1차전이 후쿠다에게는 이둘희를 더 연구하고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테스트장이 된 것이다. 이둘희가 펀치 회피를 위해 숙인 고개를 역이용해 뒷목을 계속해서 잡아주며 이둘희가 그 동작을 의식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낚아 채듯이 넘어뜨리는 후쿠다의 테이크 다운은 지능형 레슬링의 표본이었다. 결국 테이크 다운을 허용해 백 포지션을 허용한 이둘희는 후쿠다의 지독하리만큼 집요한 파운딩에 심판에 의한 경기중단으로 패배했다.
이둘희가 스탠딩에서 유효타를 적중시키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후쿠다에게 이기기 위한 정말 확실한 유효타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후쿠다 정도의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피지컬과 레슬링 실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모든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KO가 나와야 한다. 이둘희에게는 후자가 유일한 활로였지만 끝내 그러한 그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이둘희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이둘희에게도 승리한 후쿠다는 로드FC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사실상 로드FC 미들급을 평정하고 있다. 이둘희가 후쿠다에게 패배할 경우 유일하게 후쿠다에게 대항할 국내 미들급 선수로는 박정교가 거론됐으나, 같은 날 치러진 전어진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박정교가 후쿠다와 경기를 가질 명분은 부족해 보인다.
한편 이날 승리로 후쿠다는 이은수의 타이틀 반납으로 공석이 된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결정전 대진의 한 자리를 사실상 확보했다. 후쿠다 리키가 밀어 붙이고 있는 로드FC 미들급이 과연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어진, 박정교 제치고 ‘포스트 미들급 최강자’로 급부상

   
 

이번 대회에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들급 슈퍼 파이트는 ‘흑곰’ 박정교와 ‘고릴라’ 전어진의 차기 미들급 최강자 후보를 가려내는 경기였다.
경기 전 평가에서는 리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정교가 자신의 전략을 수행하는데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전어진의 복싱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 방위 타격이 허용되는 만큼, 리치가 유리한 박정교의 묵직한 공격을 전어진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어진의 뚝심과 박정교의 의외의 허술함이 그것이다.
어떠한 투기종목에서도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상대와 붙는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준다. 상대방이 더 압박을 가하기 위해 자신의 사정거리로 들어오는 순간 카운터 공격을 가한다는 전략은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지만, 누구나 이행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의 심리적 불안감과 압박감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전어진은 그러한 압박감을 단순히 이겨내는 차원이 아니라 애초에 그러한 압박감과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박정교가 자신의 사정거리로 들어오는 순간 깔끔한 카운터 펀치를 적중시키는 전략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수행했다.
반대로 박정교는 이상할 만큼 자신의 리치를 활용하지 못했다. 사실 박정교는 거리를 두면서 점진적으로 포인트를 얻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특유의 힘 있는 공격을 사용해 상대방과의 타격 맞불 전략을 즐겨 사용하는 선수다. 그런데 전어진과의 경기에서 박정교는 완전히 거리 위주의 심리전 싸움을 진행하지도, 특유의 화끈한 전력투구 전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만약 박정교가 어느 한 방향의 전략을 확실하게 선택하고 그 전략을 그대로 이행했다면 경기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경기 막바지에 두 선수는 투혼을 불사르듯 펀치 러쉬를 주고 받았지만 박정교에게는 실을, 전어진에게는 득을 가져다준 타격전이됐다. 마지막 타격 러쉬가 승패를 자명하게 했다. 전어진의 침착하면서도 정확한 계획 이행은 돋보였지만, 자신의 경기진행방향을 확실하게 잡지 못한 박정교의 모습은 안타까운 경기였다.

 

‘헤비급 레슬러’ 심건오, 주짓수 강자에 발목 잡혀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프로 헤비급 경기가 로드FC 22회 이벤트에서 펼쳐졌다. ‘주먹이 운다 시즌4-용쟁호투’에서 괴물 레슬러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심건오와 브라질 주짓수 강자 루카스 타니의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인 심건오는 지난해 11월 로드FC 019 이벤트에서 프레드릭 슬론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체구를 활용한 묵직한 레슬링과 저돌적인 타격이 어우러져 헤비급 특유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관중들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마치,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브룩 레스너의 경기를 보는 듯 했다. 물론 부족한 점은 많았다. 펀치회피에 관한 요령이 부족했고, 명성만큼의 레슬링 실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번 루카스 타이와의 경기에서는 그러한 미흡한 점들이 심건오의 발목을 잡았다. 바로 그라운드에서 디테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의 선수에게 그라운드에서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소 모순되는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심건오가 루카스 타니에게 패배한 그라운드는 레슬링 그라운드가 아닌 MMA 그라운드였다. 심건오가 암바 서브미션에 걸리기 직전까지도 경기의 우위는 심건오가 잡고 있었다. 물론 잦은 후두부 가격으로 예리한 주심이 스코어를 주었다면 판정에서 어떠한 국면을 맞이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레슬링 베이스의 무게중심을 활용해 루카스 타니를 눌러 놓고 파운딩을 가한 심건오는 후두부 가격만 뺀다면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서브미션이 걸린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스윕을 허용해 버렸다.
이는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심건오가 케이지 펜스 활용해 대해서 간과한 것이고 두 번째는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심건오의 패배는 프로 MMA 무대에서의 미흡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경험불충분으로 인한 패배라는 것. 만약 조금이라도 더 경험있는 선수였다면 걸리지 않을 암바였다. 이러한 순간 결정력이 충족된다면 심건오는 앞으로 국내 헤비급의 주역이 될 확률이 높다.

 

   
 

‘시민영웅’ 김형수, “파이트 머니 전액 기부할게요”
국내 첫 데뷔전을 치른 김형수가 로드FC 022 경기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파이트 머닌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환 해설위원이 운영하는 김대환 MMA에서 레슬링 코치로 일하고 있는 김형수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스승인 김대환 해설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윤성준의 유족에게 파이트 머니를 전액 기부한 것을 보고 이번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형수는 인터뷰를 통해 “먼저 저와 싸워주신 브라이언 최 선수에게 고맙다”며 “오늘 받게 되는 파이트 머니를 백혈병 아이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고 싶다. 감독님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해 옆에 있던 김대환 위원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후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김형수는 어린 시절 백혈병에 걸려 치료 받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도움을 많이 받아 언젠가 사회에 헌신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김대환 위원이 파이트 머니를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됐다고. 스승과 제자의 훈훈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한편 ‘로드FC 023’ 이벤트는 오는 5월2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며 ‘부산 중전차’ 최무배의 로드FC 데뷔전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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