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궐선거가 첫 시험대, 야권 잠룡들의 탈당론 막을 리더십 필요

새정치민주연합이 드디어 주인을 만났다. 지난 해 3월 창당 후 근 1년 만이다. 정국을 주도할 호재를 번번이 여당에 내어주며 제대로 된 한 방을 발휘하지 못해 국민의 빈축을 샀던 한 맺힌 시간이었다. 이는 어쩌면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만년 인재부재론에 허덕이는 야권의 유일하다시피한 대권 주자로서, 오랫동안 비상대책위 체제 하에서 정비되지 못한 당을 재건하고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까지 치달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그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에 문 대표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을 것임은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문재인호로 출항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력한 대권주자 면모, 총선 변곡점 될 듯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사진_뉴시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설 연휴 직전 발표한 2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새정치련 대표의 지지율이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2주차에 비해 2.3%p 오른 27.5%였다. 지역별로는 서울(33.2%)과 경기·인천(27.0%)에서 크게 상승했고, 연령별로는 20대(38.4%)와 40대(37.1%), 직업별로는 사무직(39.2%), 가정주부(25.9%)에서 높게 집계됐다. 여기에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성향이 28.2%에서 34.8%로 크게 올랐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11.2%로 4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0%)와 안철수 전 새정치련 대표(8.2%)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볼 문제다. 바닥을 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다가간다면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미하나마 경제회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까지 더해진다면 내년 총선의 결과 또한 낙관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주춤할 필요는 없다. 역대 정치권을 살펴보면 강력한 대권주자가 당대표에 선출될 경우 당의 결속력과 장악력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경우가 지난 2004년, 2012년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과 차떼기 대선자금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의 신임 대표로 박탈된 박근혜 대통령은 천막당사에 기거하며 총선에 임하는 투지를 보였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로 비대위원장을 역임하며 당을 이끌었다. 문재인 대표 또한 이런 살신성인의 행보 없이는 계파 갈등에 허덕이는 새정치련을 결집하고 총선에 박차를 가할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래야만 지난 201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첩첩산중, 순탄치 않을 대선 가도

문재인 대표의 대선 행보 시작은 오는 4.29재·보궐선거다. 완승은 아니어도 평균점은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노 진영의 ‘두고보자’식 빈정거림을 누그러뜨릴 것이고, 야권통합의 초석을 놓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관악 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 을은 지난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될 정도로 야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때문에 문 대표가 능력을 인정받고 새정치련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세 곳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국민모임’과 통진당 계열에서도 이번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것으로 보여 골치 아픈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 지역이 서울과 호남이라는 점도 문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만약 좋지 않은 점수가 나온다면 비노 진영의 반발과 문책, 다시 불거질 계파갈등까지 험난한 대선 행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어 시작될 총선 공천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혹여라도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비노 의원들의 이탈이나 탈당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문 대표의 대선 가도에 치명적인 복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대선 가도를 위한 당대표가 아닌 친노와 비노를 아우를 진정한 대통합의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탕평을 넘어 비노세력에 편중한 인사를 제안한다. 비노세력의 동요와 불신을 막기 위해서는 친노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편중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당선 직후 행한 인사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표 비서실장 김현미 의원부터 대변인에 유은혜, 사무총장에 양승조, 정책위의장에 강기정 의원을 임명했다. ‘친노’라고 분류될 만한 인물이 전혀 없다. 친노 의원 상당수도 당대표 선거 전부터 최고위원 선거에 불참하는 등 문 대표를 적극 돕고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친노세력 일각에서는 김한길 대표에 이어 또다시 친노가 피해를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센 친노 역풍을 피하기 위한 중용의 인사지혜도 필요한 대목이다.

   
▲ 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문재인(왼쪽 세번째) 의원과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오영식(왼쪽부터), 주승용, 정청래(왼쪽 네번째), 전병헌, 유승희 후보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 잠룡 발 묶어야

문재인 대표의 대권 지지율이 여야 통틀어 1위로 부상하자 야권 잠룡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물론 4.29재·보궐선거를 비롯해 총선에서의 성패 여부에 따라 대권주자 구도가 뒤바뀔 수도 있지만 아직은 문 대표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상태다. 뒤를 이어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새정치련의 전 공동대표를 역임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문 대표와 함께 친노의 대표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있다. 이중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안 의원은 전(前) 당대표들이 새롭게 취임한 지도부의 현충원 참배에 동행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문 대표의 현충원 참배에 동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까지 동행하려 했고, 현 지도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지당했다는 후문까지 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층의 지지와 함께 비노·중도 진영을 공략할 매력적인 카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문 대표를 앞질러왔던 터라 현재의 역전상황이 마음 편할 리 만무하다. 때문일까. 박 시장의 행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장되는 모양새다. 새정치련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달 10일 박 시장은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다. 서울과 제주 사이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이날 행사를 지켜본 정치권은 지역과 여야를 초월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박 시장의 속내로 해석한다. 하지만 서울의 수장으로, 아직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어 친노세력의 중심축이자 참여정부를 이끈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 서울시장이 원 제주지사를 만난 그날 안 도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충청시·도지사, 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목소리를 냈다.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라 일각에서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섰다는 평가다. 더욱이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참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어 정청래 의원의 막말과 대비해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여기에 ‘충청대망론’까지 더해진다면 안 도지사의 위력은 막강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외 ‘신9룡시대’라 불리며 화려한 후보군을 자랑하는 여권 내 대권주자들도 문 대표가 간과하지 못할 카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최경환 경제부총리,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몽준 전(前) 새누리당 대표, 오세훈 전(前) 서울시장까지 그 면면도 막강하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샐러리맨들과 ‘타운홀미팅’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위는 당겨졌고 활은 과녁을 향해 날았다. 모든 시선이 이제는 과녁을 향할 차례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활의 방향이나 모양새를 보고 이렇다저렇다 말들도 할 것이다. 하지만 활은 어쨌거나 과녁에 가 닿을 때까지 자기 노선을 따라 바람을 가르며 날아야 한다. 더욱 힘찬 추진력으로 역행하는 바람을 뚫고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문재인호도 이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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