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안전관리 활동에도 인명피해 막아내지 못해

매해 회학물질 누출과 폭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 해에도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전히 회학물질 누출과 폭발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2013년 환경부는 최근 발생한 화학사고의 사례를 교훈삼아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했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14일 오후 3시16분께 경북 경주시 마동 코오롱호텔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유리섬유 철거작업을 하던 중 소화설비가 파손돼 이산화탄소 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지하 1층 보일러실에 있던 작업 근로자 7명이 이산화탄소에 질식돼 경주 동산병원과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근로자 7명 중 한 60대 남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지난 1월12일 오후 12시43분께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 P8 라인 9층 TM 설비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 질소 가스가 누출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근로자 이모 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문모 씨 역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응급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지난해 12월26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건립현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안전관리자 3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15일 오후 7시33분께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케이오씨(주) 울산공장에서 염소가스 일부가 누출됐다.
지난해 7월에는 전남 여수의 한 선박수리전문업체에서 암모니아 누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1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5월에는 8일 오후 6시27분께 울산 남구 장생포로 336 후성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조모(32)씨가 사망하고, 박모(46)씨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달 9일 오전 5시1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가스배관 밸브교체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근로자 이모(53)씨 등 5명이 다쳤다.
지난해 2월13일 오후 1시께 경기 남양주시 빙그레 제2공장에서 5t 용량의 액화질소 저장탱크의 배관이 폭발해 암모니아 가스 1.5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한 해에만도 가스 누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작년뿐만 아니라 매년 꾸준히 발생되는 가스 누출과 폭발사고로 인명피해는 물로 그 위해성으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이 같은 사고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3년 환경부는 최근 발생한 화학사고의 사례를 교훈삼아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했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환경부가 유해 화학물질 사고 등 환경오염피해 발생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피해배상책임제도'와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2015년까지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시 재활용 비용보다 비싼 부담금을 부과하는 '폐기물 매립·소각 부담금제'를 도입해 자원 수입량을 줄이기로 했다.
우선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장외(場外)영향평가제도’ 도입방안을 마련, 이 제도는 화학물질 누출·폭발 등 유사시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해 취급시설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하게 설계·설치토록 하는 것이다. 또 그동안의 화학물질 사고 발생과 허술한 사고수습의 가장 큰 원인이 경영진의 안전불감증인 것임을 감안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피해배상책임제도’와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도 여전히 가스누출과 폭발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안전인증을 받은 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한 사고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지난 1월12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발생한 질소 가스 누출사고가 그렇다. 2012년 8월 LG화학 청주공장에서는 다이옥산이 담긴 드럼통이 폭발해 현장에 있던 근로자 8명이 사망하고 3명 중상을 입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로부터 불과 반년만인 2013년 3월에는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 혼산액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이 공장에서는 수일 전에도 불산과 질산, 초산 등이 섞인 혼산액이 누출된 적이 있어 반복되는 사고에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런데 또 1년도 채 안 돼 LG디스플레이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지난 2013년 LG그룹 전체 계열사 국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모범사업장으로 선정된 곳이다. 뿐만 아니라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2일 파주공장은 ‘최고의 안전시설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안전처(옛 소방방재청)가 감독하고, 한국안전인증원이 주관하는 공간안전인증(Safety Zone Certification)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불과 2주전인 지난해 12월30일에는 가스 누출 및 인명 피해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응 훈련을 실시, 자체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 측은 “이번 훈련 결과 상황 발생 후 3분 만에 최고 경영진까지 사고 전파가 이뤄졌으며 15분 만에 인명 구조 및 가스 누출 조치가 완료되는 등 초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5월8일 발생한 울산 남구 장생포로 336 후성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난 업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5월에도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가 10여분간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 9월에도 이 업체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6일만에 NF3(삼불화질소) 충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유독성 물질인 NF3가 누출되기도 했다.
2004년 5월에도 이 회사 전신인 울산화학에서 저장탱크 중간밸브 이상으로 불산가스가 누출돼 주변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당시 사고는 불산가스 저장탱크 중간밸브가 고장나 발생했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5월9일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앞서 7일에도 포항제철소 3고로에 쇳물이 흘러나와 화재가 발생했다. 또 2013년 12월16일 오후 8시30분께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포스코건설 하도급 업체 직원 A(53)씨와 B(34)씨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플랜트산소설비(높이 66m) 내 60m 부분에 설치된 콜드박스 내부를 점검하다 질소가스 등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께에도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켐텍 석회소성공장에서 난간 안전지대 확장을 위한 용접작업을 하던 포스코켐텍 하도급 업체 직원 C(47)씨가 6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으나 시신을 수습한 뒤에야 경찰에 사고사실을 통보했다.
포스코에서는 지난 2013년 7월에도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거센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공장 부근 건물과 주택 유리창이 깨지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2013년 3월22일에는 포스코 파이넥스 1공장 내 용융로(용해로)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다쳤다.
지난 2011년 4월과 2010년 8월, 2009년 1월에도 파이넥스 2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포스코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국가기간시설이자 산업현장이라는 이유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자체 처리하고 불가피할 경우 경찰에 사후 신고하는 요식행위에 나서고 있어 ‘포항제철소는 치외법권지대’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 안전관리업체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가기간시설로서 정부의 안전점검 및 근로감독에서도 한발 물러나 있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국가적차원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죽도동 A(63)씨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인근에 있는 포항제철소에서 잊을 만 하면 폭발사고에다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제철소장이 시민사과 성명을 발표한지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정말 불안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전방위적 안전관리 활동에도 인명피해를 막아내지 못해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에서 만약 다량의 유독가스가 퍼져 인근 주민에게 흡입됐다면 구미 사고처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울산지역은 석유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국가산업공단과 인접해 생활하고 있어 안전에 더욱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위험물질 운송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태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울산의 연간 위험물질(화약류, 고압가스, 독물류, 유독물 등) 취급량은 1억602만t으로 전국의 29.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울산지역 467개소가 취급하는 인화성·고체성 유독물질의 양은 전국의 35%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울산소방본부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언제든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