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융·복합기술로 생산력 ⇑, 비용 ⇓

   
 
21세기 전 세계 주요 이슈 중 하나에 ‘식량안보’가 있다. 식량의 자원화가 공공연히 확산되는 현재 농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인구 증가와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곡물분배 불균형 등도 이런 위기감을 부채질한다. 이중 강대국 위주의 불공정한 곡물분배는 전 세계 빈국(貧國)의 식량난을 심화시키고 있는데, 그 일례가 지난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아랍의 봄’이다. 러시아의 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던 튀니지의 경제가 자국의 식량안보를 빌미로 러시아가 밀 수출을 줄이자 곡물값이 치솟으면서 서민경제가 붕괴된 것이다. 이러한 때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다양한 기술과 해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이중 최근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융·복합 농업기술 개발이다.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과 인력은 줄이는 ICT 농업기술은 특히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 환경에 더욱 걸맞다 하겠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미래농업의 신성장동력이자 창조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내 ICT 융·복합 농업기술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과학과 정보통신이 결합한 신개념 농업

ICT는 ‘인포메이션 앤 커뮤니케이션즈 테크놀로지즈(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의 약자로, 정보통신기술을 뜻한다. ‘손 안의 컴퓨터’를 방불케하는 스마트폰의 보급은 ICT 발달을 촉진하는 기반이 된다. 컴퓨터 통신망(IT)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들이 산업의 각 분야와 융·복합되면서 정보통신기술의 진화와 일상화 또한 앞당기고 있다. 이 정보통신기술이 농업과 결합한 것이 바로 ‘스마트팜(Smart Farm)’이다. 인터넷을 통해 축적된 농업기술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표본을 만들고 그것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배포한다. 그러면 농부는 그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아직은 초기단계인 국내 스마트팜의 기본 환경이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에서 밤잠을 설쳐대거나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기기들을 작동했던 과거에 비하면 그 편리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상황이나 경우를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내 온도나 습도를 조절할 수 있고, 커튼이나 환풍기를 열고 닫는 것도 집 안에 앉아 할 수 있다. 또한 폐쇄회로 카메라(CCTV)를 통해 비닐하우스 안팎의 상황이나 움직임 등을 두루 살필 수도 있다.
지금은 기존의 비닐하우스에 ICT 시스템을 깐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속도를 감안하면 머지않은 시점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수천 년간 1차산업으로 분류됐던 농업을 6차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물질세계에만 존재했던 농업현장을 디지털세계로 변환시키고 있는 지금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올해 박차를 가할 주요사업으로 국내 환경에 맞는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 개발을 선정하고 시범단지 조성과 함께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 중이다.

   
▲ 29일 오전 제주 서귀포 남원읍 한남리 한라봉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농장주가 농가 활성화 프로젝트인 SK텔레콤 '스마트팜'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농진청 심근섭 연구원은 “스마트팜은 온실 내외의 환경과 작물의 생육을 자동으로 측정·분석하고 빅데이터를 토대로 최적 환경을 제어하고 자료화해 생육을 원격 관리하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결합한 농업경영 방식”이라며 “주로 시설원예와 양돈 등 정보통신기술과 융·복합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ICT 기반의 생육 최적 환경을 설정하고 첨단기술을 적용해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성은 높이고 경영비는 낮출 계획이다”고 말한다.
이어 심 연구원은 “유럽의 농업 선진국들이 개방화, 고령화, 기후변화에 대비해 ICT 융·복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듯 우리도 지금이 최적의 시기다”며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과 현장 확산을 통해 품질향상과 수량 증대, 경영비 절감 등 농가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예산투입과 연구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힌다.

생산량 40%·편리성 4배 올리고, 연료비는 35% 내리고

농진청에서 진행하는 ICT 융·복합 스마트팜의 대표적 업체는 전남 화순에 자리한 토마토 재배지 ‘한울농장(대표 배진수)’이다. 지난 2011년부터 복합환경제어시스템을 도입해 온실 안팎의 실시간 환경데이터를 수집해온 배 대표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온실 내 조건이 토마토 생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분석해왔다.
“최적의 생육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함께하는 ICT 융·복합기술 개발 연구팀에 데이터를 제공했고, 전문가의 분석과 현장상담을 거쳐 보다 정밀한 생육관리와 데이터 활용능력을 지원받았다”는 배 대표는 “이후 3.3㎡당 토마토 생산량이 기존 65㎏에서 95㎏으로 40%가 늘었으며 온실 관리시간도 하루 평균 8시간에서 4시간으로 50%, 연료비 등은 35% 정도가 줄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제어와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서 편리성은 기존보다 4배나 증가했다”고 환영한다.
이어 배 대표는 “꾸준한 생육 관찰로 온실 환경을 조금씩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많이 배웠으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런 데이터들이 앞으로도 ICT 융·복합을 희망하는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한울농장의 성공은 한국형 스마트팜 구축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토마토에서 시작한 ICT 융·복합기술은 이제 딸기, 파프리카, 화훼, 양식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는 스마트팜 적용모델을 표준화하고 핵심기술의 현장 확산을 위한 시범농장 운영을 진행하고 있는 농진청의 노력도 한몫한다.
심 연구원은 “작물별, 지역별로 4개소로 진행되는 시범농장은 먼저 각 현장에 맞는 유형별 모델을 설정하게 된다. 아울러 2016년까지 ‘ICT+내재해+에너지절감’을 동시에 만족하는 스마트 온실 구조설계와 표준화를 단계별로 완료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단동비닐하우스, 올해는 연동비닐하우스, 내년에는 유리온실로 시행할 계획이다”며 “농림축산식품부의 ICT 거점지원센터와 연계해 온실·축사 원격제어 등 스마트팜 실용기술을 시범 투입할 시범농장 9개소도 차후 육성할 계획인데, 이런 시범농장 운영과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스마트팜 운영성과를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설명한다.

   
▲ 농장운영모형도(사진_농촌진흥청)

전문가와의 실무상담, 성공 이끌어

ICT 융·복합 농업기술의 연구는 영농 현장에서 겪는 농업인과 기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주요하다. 특히나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장 중심의 기술개발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보다는 단순하고 직감적인 디자인과 기능이 우선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3년 농진청에서 ICT 적용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응답 중 하나가 ‘측정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ICT 적용 농장에는 온도, 습도, CO₂, 일사량, 천창과 측창 제어상태 등 약 50여 개 항목에 대한 데이터가 분 단위로 쌓이고 있지만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농진청 관계자는 말한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 부족과 활용의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심 연구원은 “이에 우리 농촌진흥청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울대학교 연구팀에서는 분석 결과의 적절성과 기술적인 검토를 실시하고, 전남 농업기술원에서는 데이터 분석 요구 조사와 현장 상담을 진행했다. 이렇게 전문가와 현장 상담을 통해 농가의 정밀한 생육관리와 데이터 활용 능력을 높인 게 주요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스마트팜 기술의 현장확산을 위해 분야별 ICT 활용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농장 유형별 원격 제어·생육환경 관리 등 기술 분류, 공무원·농업인 대상 현장 활용교육도 추진하고 있다고 심 연구원은 덧붙인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소외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식량안보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농업의 전성기가 하루속히 도래하기를 빌어본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