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유승민 비박계 투톱…청와대와 힘겨루기

   
▲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둔 지난 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서대문, 마포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박근혜정부가 지난 달 25일로 출범 2주년을 맞았다. 경제회생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한 몸에 받으며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받아든 성적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삼 회자하지 않더라도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이나 국정운영 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후보 시절 뚝심과 소신으로 보이던 외골수적 기질은 국민과 불통하는 고집으로 비쳐졌고, 검증되지 않은 측근들의 기용은 ‘문고리3인방’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여기에 공동운명체로 묶여야 할 여당 대표와의 노골적인 대립과 기 싸움은 국정운영에 엇박자를 내며 발을 걸었고, 당 내 비박계의 득세도 박근혜정부의 불통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이 와중에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브랜드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친박계 일각의 불안한 목소리가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당대표에 이어 원내대표마저 비박계 의원들로 포진된 상황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공천을 대비한 이탈이나 새로운 구심점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포착될 정도다.
친박계 의원들의 흉흉한 민심과 고립무원인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금 정국을 주도할 묘수는 오직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올 한 해, 공공부문의 대대적인 개혁과 경제회복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길만이 최상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과의 애증관계를 청산하고 공동운명체로써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더 이상 불어터지는 법안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국민과의 소통도 원활해질 것이다.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국민들의 이반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건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여당 지도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설사 동상이몽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의 기 싸움은 끝내는 것이 상생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향후 청와대와 여당의 향배가 어디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박계 득세한 與, 친박계 이합집산 가능성 커

뜻하지 않은 내상을 입으며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이완구 국무총리의 인선 과정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바로 국회 인준 과정에서 드러난 친박계 의원들의 이탈현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에 이어 대표적 친박계 의원으로 차출된 이 총리에 대한 이러한 이탈현상은 곧바로 박 대통령의 구심점 약화를 의심케 한다. 비록 출석 의원 155명 중 7명에 불과한 이탈숫자이긴 하나 지난 2년간 정국을 좌지우지하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누려온 친박계 내에서 느끼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지난 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침묵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한 여당 의원은 “(친박계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심점이 약화된다는 의미이고 친박에 대한 메리트가 적다는 의미다”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이어 친박계 한 재선의원도 이대로 가면 ‘박근혜 브랜드’를 앞세워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친박이 어디있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더욱이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 비박계로 갈아타는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친박계의 와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당내 비박계의 대표주자이자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나 원유철 정책위의장 또한 비박계의 대표주자로, 당선 전부터 박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친박계가 느끼는 불안감은 깊어만 간다. 여기에 최근 반등하고는 있으나 20%대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더해지면서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당·청과 비박-친박으로 나뉜 계파 간 알력의 상당 지분이 당과 비박계로 옮겨가는 현상이다.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밝힌 김 대표나 “청와대와 정부가 당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친박계의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3년차 정국 운영의 동력을 지필 박 대통령의 유연한 소통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증세 없는  복지’ 노선 과감히 수정해야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지난 달 22일 한국재정학회와 한국일보가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금·복지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70.8%에 이르는 731명이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 잘 지켜지고 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경제활성화 노력 없는 증세론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현 정부에 이반한 민심을 대변한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세목 신설과 세율 인상이 아닌 것은 증세로 볼 수 없다”고 말해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아군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해 국민의 입장에서는 배신당한 2년이었다”며 “국민 모두가 한결같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토로하는데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라는 시대정신은 버려졌고 오히려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사회양극화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약속은 고사성어가 된 것처럼 아득해졌고, ‘증세 없는 복지’를 강변하면서 서민에게 꼼수 증세 했다”라며 “원칙과 신뢰의 아이콘은 꼼수와 무책임의 대통령이 됐다”라고 질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 흐름을 뒤집고 향후 3년의 국정운영 동력을 얻고자 했던 이완구 카드는 끝내 ‘반쪽의 총리’라는 오명을 쓰고 좌초되었으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이을 새얼굴도 마땅찮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부양과 공무원연금 같은 공공부문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라도 ‘총선승리’와 ‘정권재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당·청의 유기적 관계 개선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과의 소통으로 부동층 팬심 잡아야

집권 2년을 국정의 골조를 세운 기간으로 비유한 박 대통령은 이후 3년은 벽돌을 쌓고 건물을 올리는 것으로 설명했다. 바야흐로 국민이 체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와 국정운영이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인적 동력이 아쉽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섣불리 단행했다가 이완구 총리의 선례를 따르기라도 하면 진퇴양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번번이 낙제점을 받은 박 대통령의 인선으로 민심 이탈이 현저한 이때 집권 3년차 인선마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다면 향후 국정운영의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향후 3년의 국정운영 동력은 국민과의 소통에서 나올 것이고, 지지율이 하락했다고는 하나 반등의 여지가 남아있으니 경제회생과 공공부문 개혁만 제대로 이뤄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때문에 정계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지난 2년과 같은 인사사고는 다시 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인재 풀(pool)을 넓혀 ‘대통령만 아는 사람’이 아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폭넓은 인재 기용을 당부한다. 그렇게 될 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고, ‘3년 개혁해서 30년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구호가 무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될 때 아직도 원칙과 뚝심의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국민’이라는 든든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